분할공시로 본 삼성 후계 시나리오
이재용식 사업재편…주주 마음이 관건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삼성SDS의 물류사업 분할 검토 발표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의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SDS는 지난 7일 이사회에 “물류 사업 분할 검토를 추진한다”고 공시했다. 글로벌 물류 경쟁력 강화와 경영 역량을 집중한다는 설명이다. 세부적인 물류 사업의 분할 방안은 외부 전문 기관과 논의해 진행할 계획이다.
재계는 삼성SDS의 결정을 지배구조 변화의 흐름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식의 계열사 사업재편이란 것이다. 즉 삼성물산에 이어 삼성SDS를 활용한 후계구도 구축이라는 풀이다.
다만, 이 같은 사업재편은 순조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소액주주들이 삼성SDS의 물류사업 분할 추진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액주주들은 물류사업 분할에 반대하며 이 부회장을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 부회장이 올해 초 삼성SDS 주식 2.05%를 매각할 때 물류사업 분할도 미리 알았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 전동수 전 삼성SDS 대표, 정유성 삼성SDS 대표를 허위정보 유포 및 주가조작 혐의로 고소한다고 밝혔다. 전동수 전 대표가 2020년까지 매출 20조 원, 영업이익 2조 원 등 실현 불가능한 사실을 유표했으며, 정유성 대표도 2016년 매출 10조 원,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하겠다고 허위 유포해 주주들을 현혹했다고 지적한다.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삼성물산과 삼성SDS 사장들은 “검토한 것일 뿐 타 계열사와 합병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홍원표 삼성SDS 사장은 “분할 검토를 했다는 것이 어제 공시 내용이다”며 “주주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방향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역시 “공시된 내용이 전부”라고 말했으며,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도 “삼성SDS 물류부문 합병은 전혀 검토한 바가 없다”고 전했다.
또 삼성SDS 물류사업 분할을 기존 주주가 신설법인의 지분을 원래 지분율대로 나눠 갖도록 하는 인적분할 방식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반응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겪은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 반대 진통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법정 공방까지 가는 진통을 겪은 바 있는 만큼 시장의 반응을 최대한 살피는 것이다.
또 법원이 삼성물산 주식매수청구가격을 변경하라는 결정을 내린 상태다. 즉 주주들의 태도가 이 부회장의 사업재편 성패를 가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그룹 측은 “이재용 부회장이 일부 지분을 매각한 것은 당시 삼성엔지니어링 증자를 위해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면서 “2.05%를 매각했더라도 남은 지분이 9.20%가 있으니 주주들과 같은 배를 타고 있는 것 아니냐”고 전했다. 다만, “향후 소장이 접수되면 검토 후에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