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회장님과 탄산수 그리고 가격거품 논란

생수·원재료 2배 차이 다이어트 효과 ‘글쎄…’

2016-06-10     박시은 기자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탄산수 시장이 계속 커져가고 있지만 가격거품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탄산수는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지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탄산수를 즐겨 마시는 등 재벌 회장님이 좋아하는 음료로도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런데 탄산수 제조가 정제수와 탄산가스만 첨가된 것이 끝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격거품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탄산수는 일반 생수와 2배 이상 가격 차이가 나며, 수입 탄산수의 경우 수입원가의 3~8배가 넘는 수준이다.

5년 새 8배 커진 시장…회장님 관심도 한 몫
식약처 “과학적 근거 없는 효능…소비자 주의”

탄산수 시장 규모는 5년 새 8배 커졌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탄산수 시장은 매년 30% 이상씩 성장하고 있으며, 지난해 800억 원 규모였던 탄산수 시장은 올해 1500억 원 규모를 돌파할 전망이다.

탄산수는 다이어트와 변비, 소화에 효과적이라는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일반 물보다 미네랄 등 무기질 성분이 풍부하고, 탄산이 있어 소화와 배변 활동을 돕는다는 것이다.

탄산수를 마시는 다수의 소비자들은 “칼로리 걱정이 없다”, “과식을 하거나 속이 더부룩할 때 먹으면 소화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등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탄산수 사랑도 유명하다. 정 회장은 바쁜 일정 중에도 탄산수를 꼭 챙겨 마실 정도로 탄산수를 즐겨 마신다고 알려졌다. 중요한 회의와 해외출장 등에서도 생수 대신 탄산수를 즐겨 찾는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79세란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 장거리 출장 일정을 소화하는 비결 중 하나가 탄산수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처럼 탄산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탄산수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회장님들도 잇따르고 있다. 우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칠성음료 트레비로 국내 탄산수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최성원 광동제약 사장도 탄산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음료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최 사장은 2014년 탄산수 ‘뷰핏’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그룹 회장과 손잡고 출시한 콜라보레이션 PL제품에 탄산수를 포함시켰다.

탄산수 열풍은 화장품업계로도 번지고 있다. 약산성인 탄산 화장품으로 피부의 산성도를 유지하게 도와주고, 더위를 식히는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올해 이른 더위가 찾아오면서 화장품 업계는 탄산수를 첨가한 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정제수·탄산만 추가

탄산수 시장이 커져가는 가운데 가격거품 논란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만만치 않은 탄산수 가격이 원재료를 따져봤을 때 ‘왜 이렇게 비싸야 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탄산수는 대부분 정제수와 탄산가스로 구성돼 있다. 정제수는 증류나 정제 과정을 거쳐 불순물을 걸러내, 미네랄이 거의 없는 물이다. 즉 정제수에 탄산가스만 첨가됐을 뿐인 것이다.

시중에서 판매중인 국내 탄산수의 가격은 일반 생수의 2배에 이른다. 일례로 롯데칠성음료의 일반 생수인 아이시스 8.0(500㎖)은 편의점에서 850원에, 탄산수 트레비는 16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수입 탄산수의 경우 최대 8배가량 차이가 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수입 원가는 100ml당 100원이 안된다. 하지만 프랑스 페리에와 바두아 등도 원가 대비 3배 이상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의 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2015년 5~6월 수입 탄산수 10종의 가격 비교 결과 수입 탄산수의 국내 평균 판매가와 원산지 판매가는 3~8배 차이가 났다. 이탈리아산 ‘산펠레그리노’는 약 8배, 체코산 ‘마토니그랜드’는 약 5배 차이가 난다.

뿐만 아니라 수입 탄산수는 유통 채널에 따라서도 가격이 각기 다르다. 주로 카페나 백화점에서 가장 비싸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싸게 팔리고 있다.

수원지도 공개 안 돼

이런 가운데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것과는 달리 특별한 영양성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전문가에 따르면 “기분에 따라서 소화가 되는 느낌이 들 수 있지만 역류되거나 일부에서는 역류성 식도염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탄산수를 마실 때 생기는 이산화탄소 기포가 위를 팽창하게 하고, 평소 위장질환이 있는 사람의 경우 위산이 가스와 함께 식도로 역류할 수 있는 것이다.

또 탄산수는 산도 5.5 이하의 약산성이어서 치아 표면을 부식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뿐만 아니라 탄산수는 원수(源水)를 정확히 알 수 없다. 일반 생수는 수원지를 공개하고 있지만 탄산수는 정제수로만 표시하고 있고, 물이 아닌 음료로 분류된다. 따라서 일반 생수가 받는 유해 무기물질, 소독제, 보존제 여부 등의 검사도 받지 않는다. 초기 설비 투자 이후 추가비용도 들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제조공정과 용기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가격 차이”라고 설명한다. 이어 “탄산수의 압력을 견딜 수 있는 병과 마개가 일반 생수와 다른 재료로 쓰인다”면서 “또 첨가되는 정제수와 탄산이 필요하고, 그에 맞는 시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레몬, 자몽 등의 향료가 첨가되기도 하기 때문에 추가되는 비용이 많다”면서 “설비 투자 추가 비용이 발생되지 않는다는 점도 잘못 알려졌다. 감가상각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비용 설비 투자가 계속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식품안전의약처는 지난달 25일 탄산수가 마치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는 의약품인 것처럼 허위 과장 광고한 탄산수 판매 인터넷 업체 286곳을 적발했다.

식품안전의약처는 “업체들이 주장하는 탄산수의 효능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며 “허위·과대광고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 식품을 판매하는 통신판매업자에 대해 ‘식품위생법’에 의한 영업신고 의무화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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