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렁에 빠진 새만금과 불똥 튄 OCI

3조4천억 원 투자 철회에 정치인·지역 민심까지 ‘흉흉’

2016-06-10     이범희 기자

  새만금산단 1조6천억 원, 군산공장 증설 1조8천억 철회
“폴리실리콘 가격 폭락이 원인”vs“지역 경제 위축 우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태양광 전문 업체인 OCI(회장 이수영)는 지난달 30일 공시번복을 이유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받았다. 신규시설투자의 결정취소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원론적으로 보자면 투자를 계획했다가 상황이 변해 애초 계획보다 투자를 적게 할 수도 있고, 철회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OCI 투자 철회 방침과 관련해 지역민은 물론 지역정치인들까지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첫 대규모 투자 기업이 백기를 든 것이어서 향후 새만금 투자 유치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OCI는 2010년 12월 군산공장에 1조6000억 원 규모의 제4공장 증설계획과 2011년 4월 새만금 산업단지에 1조8000억 원 규모의 제5공장 신설투자 계획을 발표했었다.
당시 OCI는 4공장에서 연간 2만 톤 1600억 원, 5공장에서 연간 2만4000톤의 폴리실리콘을 생산할 계획이었다.

투자 줄줄이 취소로 이어져

2012년 지역 일간지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도와 새만금경제청, OCI와 농어촌공사, 군산시 등 관계기관은 매매계약 체결을 위한 구체적인 내용을 협의할 예정”이라며 “사실상 본 계약 체결이 확실시 됨에 따라 전반적인 산단 분양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도 전북도는 OCI를 새만금산단 선봉기업으로 정하고 전북과 새만금을 태양광산업 중심지로 키운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 과정에서 도비 등 5조7000억 원이 투자됐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전북대와 폴리텍대(익산,김제캠퍼스), 전주·군산 마이스터교 등 17개 학교가 동참하고 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에 나섰다.
그러나 OCI는 지난달 3일 태양광 산업의 급격한 시황 변동 등 악화된 사업 환경과 투자효율성을 고려해 2012년부터 투자를 잠정 연기해 오던 중 현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당장 투자 재개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투자 계획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OCI의 새만금 투자 철회는 삼성의 ‘그린에너지 종합산업단지’ 구축 사업 철회에 이어 두 번째이기에 지역민들이 받은 충격은 더욱 컸다.
OCI측은 “올해 (새만금 투자를) 철회하느냐, 투자하느냐 (양자택일) 중에서 회사 사정상 투자 철회를 선택했다”며 “지금 공장을 짓는다 해도 설비를 가동해 생산량을 늘리기엔 세계적으로 폴리실리콘 공급 과잉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표 소식에 지역 경제계는 대외적인 투자위축 등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8일 지역 경제단체는 물론 국회의원, 지역민들은 흉흉한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불매운동으로 번지나

지역 경제계의 한 관계자는 “세계 경기침체 등 외부적 요인 탓이 크긴 하지만, 삼성그룹의 새만금 투자 계획이 사실상 무산된데 이어 이번에는 OCI 마저 대규모 투자계획을 철회함에 따라 한때 요란스러웠던 새만금 투자협약은 시민들에게 큰 실망만을 안겨주게 됐다”며 성급한 성과 위주의 MOU 체결 관행에 따가운 눈총을 보냈다.
박주현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평소 공개 모두발언을 자제하던 것과는 달리 “투자 백지화 보도에 전북도민은 망연자실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민들 사이에서는 OCI 기업 제품의 ‘불매운동’ 조짐까지 있는 등 삽시간에 전북 민심이 흉흉해졌다.
이는 군산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던 군산현대조선소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고, OCI까지 투자계획을 철회하면서 지역 산업 경기가 얼어붙을 것에 대한 부담감으로 풀이된다.  또 이번 OCI의 투자 철회 결정은 도내 태양광 산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OCI의 투자협약 파기를 계기로 새만금 기업투자유치 계획을 재검해야햐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MOU만 요란하게 체결하고 실제 투자하지 않는 사례가 늘면서다.
전북도에 따르면 2009년부터 새만금 투자 관련 MOU 체결 81건 중 15건의 투자계획이 철회됐다. 나머지 66건 중에서도 현재까지 새만금 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은 6개에 불과하다.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비쳤던 기업들이 속속 뒤로 빠지면서 새만금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염려가 크다.

한편 OCI의 부지 매입 계약이 유효해 투자 여지는 남아 있다. 사측은 “제4공장에 투자한 4700억 원 규모의 설비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