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교회 헌금 개인적으로 써도 횡령 아냐”···왜?

2016-06-06     권녕찬 기자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목사가 헌금을 사적 용도로 썼더라도 교회 내부의 금지 규정이 없고, 교회 자체 승인을 거쳤다면 횡령으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석준협 판사는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서울 구로구 한 교회의 A(62)목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목사는 2006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0년 동안 교회 헌금 9500만 원을 건강보험료, 아파트 관리비, 재산세, 자동차세, 보험료 등을 내는 데 사용했다. 검찰은 이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해 기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헌금의 용도를 제한하는 관련 정관이나 금지 규정이 없고, 사용에 교회의 승인을 받았다면 횡령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헌법에 따르면 소속 교회 목사에게 사택관리비, 재산세, 자동차세, 건강보험료 등을 지원하고 있고, 지원 여부는 개별 교회가 결정할 수 있다”며 “A목사도 교인들의 승인 없이 교인들의 의사에 반해 이뤄졌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은 한 횡령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교인뿐만 아니라 장로 누구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은 점 등을 보면 교인들을 상대로 한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인과 반목하는 고소인의 진술만으로는 교인 헌금을 그 의사에 반해 횡령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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