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게이트’, 홍만표發 판도라의 상자로 확산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 법조비리 의혹 사건의 중심인물로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가 지목되면서 그 불똥이 이곳저곳으로 튀는 모습이다. 당초 홍만표 변호사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3억 원을 수임료 명목으로 챙긴 혐의(변호사법 위반)를 받았다. 하지만 현재는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 부부, 강덕수 전 STX 회장,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김광진 전 현대스위스저축은행 회장,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 사건 등 그가 변호사로 나선 이후 수임했던 모든 사건이 의혹의 대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법조계와 재계 주변에선 ‘홍만표 변호사의 입은 판도라의 상자’라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
LG전자·서울메트로·동양 등 벙어리 냉가슴
검찰, 입점로비부터 탈세 혐의까지 정황 포착
정운호 대표 법조 게이트와 연루돼 있는 홍만표 변호사가 지난 2일 구속됐다. 지난 5일 형기 만료로 출소가 예정됐었던 정운호 대표도 다시 구속됐다. 관련 핵심인물들이 모두 구속되면서 의혹에 연루된 인물과 기업 등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홍만표 변호사는 지난해 8월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검찰 청탁을 명목으로 3억 원, 매장 임대사업과 관련해 서울메트로 청탁을 명목으로 2억 원을 챙긴 혐의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의혹은 지금까지 밝혀진 혐의점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홍만표 변호사는 2013년 한 해 수임료로만 신고한 소득이 91여억 원이다. 그런데 그가 수임한 모든 사건에 물음표가 따라 붙고 있다.
홍만표 변호사는 검사 시절 서울중앙지검 특수 1·2·3부 검사와 특수1부 부부장, 대검 중앙수사부 중수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대검찰청 수사기획관 등 수사 분야 주요 직책을 거친 바 있다.
긴장감 흐르는 재계
당연히 그의 손을 거쳐간 기업들은 자신들이 혹여 의혹의 주인공이 되진 않을까 긴장감속에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일례로는 홍만표 변호사가 사외이사로 있었던 LG전자의 경우다.
홍만표 변호사가 LG전자와 (주)레드캡투어의 사외이사로 활동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LG전자와 범한판토스 구본호 전부사장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다. 왜 홍만표 변호사가 그들의 사외이사를 역임했는지, 그 배경에 의구심이 일어난 것이다.
또 공교롭게도 검찰이 지난해 구본호 범한판토스 전 부사장에 대해 사기 및 횡령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던 시기와 LG전자가 홍만표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한 시기가 겹쳐 의혹은 불어났다.
범한판토스 구본호 전 부사장은 범LG가 3세로 고(故) 구자헌 범한물류 회장의 아들이자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6촌 관계다. LG전자는 홍만표 사외이사가 지난달 31일 일신상의 사유로 중도퇴임했다고 지난 1일 공시했다.
그 외에도 그는 1조3000억원대의 피해를 야기한 ‘동양사태’의 주범인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에 대해서도 ‘몰래 변론’을 한 정황이 알려지고 있다. 아울러 솔로몬저축은행 비리 사건, 현재현 전 회장의 부인인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의 미술품 은닉 사건 등도 변호인 선임계를 내지 않고 맡았다는 의혹도 있다.
비리 종합 선물세트
서울메트로와 관련해선 입점 로비 의혹이 관건이다. 홍만표 변호사는 2011년 9월 지하철 매장 임대 사업과 관련해 서울메트로 관계자 등에게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정운호 대표 등으로부터 2억 원을 받은 혐의다.
검찰은 현재 지하철 입점 로비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당시 서울메트로 사장직을 맡았던 김모씨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홍만표 변호사의 ‘불법 또는 편법 수임’ 의혹이 더욱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의 수사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지에 모든 시선이 몰리고 있다.
한편 정운호 게이트 사건의 초점이 잠시 홍만표 변호사로 맞춰져 있지만, 정운호 대표를 비롯해 또 다른 관계자들 역시 많은 의혹이 남아 있어 이들로 시작되는 후폭풍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법조계 브로커로 지목된 이씨 역시 지하철 상점에 네이처리퍼블릭을 입점하게 해준 대가로 정 대표 측으로부터 9억 원을 건네받은 혐의가 있다. 아울러 임점 로비를 두고 신영자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정운호 대표가 롯데호텔 면세점에 네이처리퍼블릭을 입점시키기 위해 신영자 이사장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혐의다. 해당 의혹은 지난달 20일 기소된 브로커 한모씨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불거져 나왔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는 지난 2일 롯데호텔 면세사업부와 신영자 이사장의 자택 등 7~8곳을 압수수색한 상황이다. 검찰은 조만간 신영자 이사장도 소환해 관련 의혹에 대해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운호 대표와 마찰을 빚으면서 법조 비리의 시작을 알린 최유정 변호사 역시 이숨투자자문 실질적 대표 송창수씨로부터 보석·집행유예를 법원에 청탁해주겠다며 지난해 6월~9월 사이 50억 원 상당의 수임료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의혹과 의문만으로도 ‘정운호 게이트’ 사건은 전관예우를 가장해 사법당국을 들었다 놨다 하고, 거액의 자금 로비로 도덕적 해이를 일으키면서 탈세와 탈루를 밥 먹듯이 한 ‘비리 종합선물세트’가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