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음 어플로 치맛속 (찰칵)…음흉한 지하철 몰카족
노출 영상 및 사진 도촬…음란사이트 유포하기도
[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최근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여성의 특정 부위를 촬영하는 이른바 ‘몰카족’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이들은 소리가 나지 않는 어플리케이션이나 눈에 띄지 않는 소형 카메라를 이용해 여성의 치마 속 등을 몰래 촬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렇게 도촬된 사진이 음란 사이트 등에 유포되면서 2차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현직 경찰이나 역무원 등도 몰카를 찍다가 적발돼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지난 2월 24일 부산 중구 부산지하철 1호선 전동차 안. 남자친구와 나란히 앉아있던 이모(20·여)씨에게 맞은편 중년 남성이 자신을 촬영하는 듯한 수상한 손동작이 눈에 띄었다. 이 씨의 남자친구는 이 남성이 앉은 좌석 뒤 유리창에 비친 스마트폰 화면을 주시했다. 화면에는 치마 입은 이 씨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놀란 이들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이 해당 스마트폰을 확인한 결과, 이 씨의 다리가 찍힌 사진 4장과 다른 여성 3명의 사진 10여 장이 발견됐다.
#. 지난 4월 15일 서울지하철 강남역 한 출구 에스컬레이터. A(35)씨는 이 곳에서 앞서가던 여성의 치마 속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몰래 촬영하고 있었다. A씨의 행각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마침 개인적인 용무로 강남역 인근을 지나던 수서경찰서 일원파출소 소속 김성렬 경위에게 발각됐기 때문이다. 김 경위는 A씨를 붙잡으려 몸싸움을 벌였다. 이 모습을 목격한 주위 시민들이 합세한 끝에 A씨를 그 자리에서 검거했다.
최근 지하철역의 몰카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카메라 등을 이용해 타인의 신체를 촬영한 몰카 범죄가 지난 2012년 229건에서 지난해 731건으로, 3년 만에 3배 이상 급증했다.
몰카는 피해자가 자신이 찍혔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을 뿐 아니라, 신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흔치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범죄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더구나 이렇게 찍힌 사진이나 영상이 음란사이트 등을 통해 유포된다는 점은 큰 문제로 지적된다. 일부 음란사이트에서는 ‘일반인 몰카·노출’, ‘은꼴(야한 사진)’ 등의 카테고리를 만들어 방문자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피해 영상물과 사진 등이 음란사이트 뿐 아니라 일반적인 사이트나 인터넷 카페 등에서 공공연히 게시한다는 점이다. 일부 언론사 사이트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게시물의 클릭 수도 적지 않다. 적게는 수만에서 많게는 수십만에 이른다.
현재까지 지하철 몰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복잡한 출퇴근 시간대에 주로 발생하는 도촬은 증거가 남지 않아 현장을 잡지 않으면 범죄사실을 입증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다양한 몰카범 직업
그렇다면 몰카족들은 어떤 직업을 갖고 있을까. 뚜렷한 직업 없이 음란한 행동을 벌이는 사회 부적응자 부류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조모(41)씨는 2014년 5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짧은 치마를 입고 케이크 진열대 앞에 서 있던 여성의 뒤로 다가가 휴대전화로 다리를 찍는 등 지하철역과 상점 등에서 20회에 걸쳐 여성의 하체·치맛속을 몰래 촬영했다.
조 씨는 지난해 9월 강남역에서 앞서 가는 여성의 하체를 휴대전화로 촬영하다 현장에서 적발됐다. 조 씨의 직업은 헌법재판소에서 사건 심리를 진행하는 현직 헌법연구관. 헌법연구관은 재판부 산하 조직으로 특정직국가공무원이다. 판사, 검사와 동일한 대우를 받는 신분이다. 경찰 통보를 받은 헌법재판소는 조 씨의 징계 절차를 밟고 사건을 맡지 않는 헌법재판연구원으로 인사 조치됐다.
지하철 치안에 힘써야 할 역무원이 몰카를 찍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코레일 분당선 소속 역무원인 B씨는 지난해 1~4월 근무시간에 여자화장실에 들어가 옆 칸에서 용변을 보는 여성들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B씨는 화장실에서 여성들과 마주치면 “시설 점검 중”이라고 둘러대는 치밀함을 보였다. 역무원 복장을 한 B씨를 본 피해자들은 대부분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고, B씨의 범행은 장기간 이어졌다. B씨의 범행은 피해 여성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막을 내렸다. 체포 당시 B씨의 휴대전화에는 지하철 역사 내 여자화장실 등 2곳에서 촬영한 몰래카메라 영상 60여 건이 저장돼 있었다.
이 밖에 현직 경찰이 몰카 촬영 혐의를 받기도 했다. 서울경찰청 제2기동단 소속 A경사는 지난해 9월 지하철에서 20대 여성의 다리를 휴대전화 카메라를 이용해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았다. A경사는 해당 여성의 신고로 신당역에서 체포됐다. 다만 A경사의 휴대전화에서는 해당 여성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특정 신체 부위가 찍힌 사진이나 영상 등이 발견되지 않아 경찰 조사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몰카 범죄가 급증하면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여성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출퇴근길 지하철을 이용하는 직장인 김혜진(33)씨는 “지하철에서 누가 뒤에서 따라오며 휴대폰을 만지면 불안하다”면서 “요즘 이런 일이 잦아 바지를 자주 입고는 있지만 여자라면 어쩔 수 없이 치마를 입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마다 지하철을 타기가 무섭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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