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보도]반기문-박근혜 연대 막후, ‘3者 필승론’

2016-06-03     홍준철 기자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5박6일 방한으로 2017년 대권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반 총장은 ‘기름장어’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작심한 듯 대권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야권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여권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박근혜 현직 대통령이 해외 순방으로 자리를 비운사이 반 총장이 ‘대망론’을 띄웠고 친박계는 반 총장의 출마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여권 내 유력한 차기 주자가 대선이 1년6개월이나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대망론’을 설파하는 것은 현직 대통령에게 상당한 부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 총장이 권력의지를 천명하고 친박계가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배경에는 ‘청와대와 사전 교감이 있었다’는 반기문-박근혜 연대설이 한몫하고 있다.

- 임기말 대통령 ‘사전교감’ 潘 ‘대권 퍼포먼스’ 펼쳐
- 이원종 실장·정진석 원내대표·윤여철 비서관 가교役

반기문 사무총장의 5박6일 방한은 한마디로 잘 짜여진 대권 퍼포먼스였다. 첫날인 5월25일 반 총장은 “내년 1월1일이면 한국사람이 된다. 임기 마친 뒤 역할 고민하고 결심할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또 “정치 지도자들은 국가 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올해 72세인 반 총장의 나이를 문제 삼자, “1년에 하루도 아파서 결근하거나 감기에 걸려 쉰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종필도 만나고 고건도 만나고…

5월28일에는 충청권 최고 원로인 김종필 전 총재(JP)를 방문해 30분간 비밀대화를 나눴다. 또한 고건·노신영 전 총리 등 각계 정치원로와 만남을 갖고 자문을 구했다. 특히 고 전 총리는 참여정부 시절 대권 도전 길목에서 중도 사퇴한 경험으로 두 사람의 만남을 두고 정치권에 무수한 추측을 낳게 했다.

이뿐만 아니라 황교한 국무총리, 홍용표 통일부장관, 원희룡 제주지사, 나경원 전 외교통일위원장, 김관용 경북지사,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김광림 정책위의장 등 여권 핵심인사들과 만나면서 광폭행보를 보였다. 특히 5월29일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해 나무 중의 제왕으로 불리는 ‘주목’을 기념 식수한 것을 두고도 ‘대망론’을 부추겼다. ‘주목’은 수명이 길고 보존이 잘 돼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이라고 불리는 나무다.

반면 반 총장은 자신을 유엔사무총장으로 만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가 있는 경남 김해 봉하 마을은 찾지 않았다. 방한하기 이틀 전인 5월23일이 노 전 대통령의 추모 7주기였다는 점에서 반 총장의 향후 발걸음이 여당으로 향할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반 총장의 대권 도전 시사는 당장 여론조사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그동안 문재인-안철수 양강구도에서 반 총장이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에서 1위로 치고 나왔기 때문이다.

한편 반 총장의 이번 작심한 듯한 대권행보에 따른 관심의 초점은 박근혜 대통령으로 향했다. 박 대통령은 아프리카 해외 순방 중이었다. 여권 내 유력한 대권주자가 현직 대통령이 부재한 가운데  ‘대망론’을 쏜 배경이 도마에 오를 법하다.

이에 대해 여권 내 핵심 관계자는 “박 대통령과 사전 교감 없이 관료 출신에 ‘기름 장어’로 불릴 정도로 신중한 반 총장이 섣불리 대권 도전을 시사하는 발언을 할 수가 없다”고 “특히 대선이 1년6개월이나 남았는데...”라며 ‘潘-朴 사전교감설’에 힘을 실었다.

두 인사의 사전교감설의 근거는 지난해 9월 박 대통령이 뉴욕 유엔본부에서 새마을 운동 행사에 참석할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대통령은 반 총장과 7차례나 만남을 가져 ‘청와대 발 반기문 대망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또한 반 총장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에서 새마을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고 ‘박비어천가’를 불러 박 대통령을 함박웃음 짓게 만들었다. 새마을 운동은 고 박정희 대통령이 농촌의 근대화를 목표로 실시한 가장 큰  치적으로 알려져 있고 박 대통령 역시 저개발국가 순방 시 새마울 운동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靑 반-이원종, 黨 반-정진석 특별한 인연

반 총장은 언론에서 자신의 대권 도전이 기정사실화되자 ‘정치적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도 떠나기 전 마지막날 행사에선 “박 대통령이 아프리카 순방 중에 농촌개발과 사회 경제개발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애정을 과시했다. 임기말로 향하는 박 대통령의 상황에서 여권 대선주자로 자신이 급부상할 경우 자칫 ‘조기 레임덕’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우려감를 표명하며 동시에 박 대통령을 향한 공개적인 ‘러브콜’의 시그널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야권에서는 이번 반 총장의 행보가 청와대와 반 총장 간 잘 짜인 대권 시나리오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장  민병두 의원은 “박 대통령이 유엔 방문 시 반 총장에게 (대권 출마를) 권유했을 거라는 추측도 있고 믿음도 전파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관측도 했다.
구체적으로 반 총장과 박 대통령이 국내외에서 동시에 ‘새마울 운동 띄우기’와 진일보한 반 총장의 ‘대망론’ 발언에 ‘가교 역할’로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과 윤여철 의전비서관, 그리고 정진석 원내대표를 야권에서는 꼽고 있다.

지난 5월15일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후임으로 내정된 이 비서실장은 나이는 반 총장보다 두 살 많지만 ‘반기문맨’으로 통하는 인사다. 1966년 행시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한 이 실장은 1990년대 초부터 2006년까지 서울시장을 비롯, 충북도지사를 3차례나 지낸 ‘행정전문가’다. 비슷한 연배에 충북 동향인으로 반 총장과 박 대통령의 가교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윤여철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외교관 출신으로 반 총장의 최측근 인사다. 올해 2월 청와대에 발탁된 윤 비서관은 2006년 11월 반 총장이 선출된 뒤 유엔으로 파견돼 9년 동안 반 총장 지근거리에서  함께 일을 해 가족같은 존재로 알려져 있다. 박 대통령과 반 총장간 실무 연락책으로 지난해 9월 유엔총회 방문 시  7차례 만남에서도 가교 역할을 담당했다는 게 정설이다.

여기에 충남 공주가 고향인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역시 반 총장과 특별한 인연으로 새누리당과 가교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원내대표는 한국일보 기자출신으로 워싱턴 특파원 시절 주미 정무공사(92년~95년)이던 반 총장을 취재원으로 만났다. 무엇보다 반 총장과 같은 아파트에서 3년 동안  거주하면서 친분을 쌓아 24년 동안 연을 이어가고 있다.

대통령과 차별화, 혹독한 검증은…

하지만 반 총장이 박 대통령과 연대를 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는 게 정치권 시각이다. 일단 관료 출신인 반 총장이 차기 대권 주자로서 본격적으로 움직일 경우 받아야할 혹독한 검증 파고다. 두 번째는 박 대통령과 연대는 새누리당 경선에서 유리할 수 있지만 ‘친박=반기문’이라는 딱지를 갖고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느냐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친박계에서는 반 총장의 귀국이 내년 1월1일이 아니고 경선이 시작되는 5월이나 9월로 연기해 최대한 검증 시간을 줄이자는 복안이다. 또한 본선에서는 반 총장이 박 대통령과의 차별화 수단으로 남북관계를 메인 이슈로 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 총장이 두 가지 파고를 넘는다면 친박계에서는 문재인-안철수에 맞서 ‘3자 필승론’의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