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세, 호흡세, 조크세, 방귀세까지…별난 세금 이야기
‘숨 쉬는 데도 돈’, ‘방귀 뀌어도 돈’
2016-05-30 권녕찬 기자
환경·건강 위한 웃지 못할 독특한 세금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세계 각 나라는 경제적 상황과 사회문화적 사정에 따라 독특한 세금이 존재한다. 최근 세계 각국은 설탕이 많이 들어간 제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설탕세’ 도입을 두고 떠들썩했다. 사실 조세 제도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진 제도이므로 역사적·사회적 상황과 맥락이 닿아 있다. 따라서 다른 시대 이방인의 입장에서 보면 별난 세금이 많았다. 로마시대에는 유료 공중 화장실을 최초로 만들면서 오줌을 수거하는 업자에게 내는 세금이 등장하기도 했고, 과거 영국에서는 창문에 끼우는 유리가 고가라는 이유로 창문의 개수만큼 세금을 부과하는 창문세가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세계 곳곳에는 우리나라에 없는 다양한 세금이 존재한다. [일요서울]은 세계 각국의 이색 세금을 들여다봤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세금으로 ‘설탕세’가 있다. 설탕세는 설탕이 비만과 당뇨 등 만성질환의 주범으로 알려지면서 설탕이 들어간 식품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지난 3월 영국은 2018년부터 설탕세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한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제당업계 등은 설탕세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는 반면 건강시민단체는 찬성 의사를 밝히고 있다. 영국에 앞서 이미 설탕세를 부과하고 있는 나라들도 있다. 멕시코도 설탕이 든 음료수에 설탕세 10%를 부과했고 프랑스도 음료수에 세금을 매기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달 7일 ‘당류 저감 종합계획’을 발표했으나 설탕세 도입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숨 쉬면 호흡세?
베네수엘라에서는 호흡을 해도 세금을 부과한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호흡세’를 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베네수엘라는 2014년부터 시몬 볼리바르 국제공항을 이용하는 승객들에게 20달러의 세금을 내게 하는 호흡세를 부과했다. 공항 내에 에어컨 시스템을 장치함으로써 국제선, 국내선 승객들의 건강을 위해 공기정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공항 측의 설명이다. 오염물질을 배제하고 신선한 공기를 제공해 환경개선을 도모한다는 이 호흡세는 ‘공조설비 이용료’라는 이름으로 거둬들이고 있다.
하지만 세계 유일의 이 독특한 호흡세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이런 종류의 공항이용요금은 세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며 호흡세를 비꼬았고, 공항을 이용하는 이용객들도 “화장실 냄새 때문에 질식해 죽을 것 같은데, 우리에게 요금을 내게 한다”, “에어컨은 고장났고, 화장실 물은 나오지도 않는데 비용을 왜 청구하냐” 등 호흡세 징수에 대한 불만과 조롱 섞인 불평을 쏟아내고 있다.
이웃 나라 중국에서도 호흡세 논란이 일었다. 2008년에 중국의 한 과학자는 사람들에게 호흡세를 내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중국 언론 매체인 씬시쓰빠우(信息時報)에 따르면 중국 과학원의 쟝여우쒸는 정부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기업에 대해 생태세를 받아야 하고, 일반 시민들도 숨을 쉬면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한 달에 20위안(한화 3천 원 상당)정도의 생태펀드를 구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매체들은 쟝여우쒸의 이런 주장에 호흡세라는 이름을 붙여주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중국의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호흡세에 동의하십니까’의 설문 조사를 실시했는데 52.7%의 네티즌이 반대했고, 44.5%의 네티즌은 폐활량에 따라 호흡세를 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호흡세에 동의하는 사람은 2.9%에 불과했다.
시민들은 ‘호흡세를 내는 날이 오면 시민들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등에 가스압축기를 매고 다녀야 할 것’, ‘돈 없는 사람은 숨도 쉬지 말라는 것인가’ 등 비난을 쏟아냈고 결국 이 주장은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경기 많이 뛰면 세금 내야
프로스포츠가 발달한 미국에서는 경기에 많이 뛰면 내는 일명 ‘조크(Jock)세’가 존재한다. 조크는 남자 운동선수를 일컫는 말로, 조크세란 미국에서 프로구단이 원정 경기를 갈 경우 그 지역에서 경기한 날 만큼의 수입에 부과되는 세금을 뜻한다. 프로스포츠의 인기가 높은 미국이기에 존재하는 독특한 세금제도다.
액수는 각 주마다 다르게 책정된다. 일정액을 부과하는 지역도 있고 연봉에 비례해서 내는 지역도 있다. 조크세는 1991년 캘리포니아 주가 최초로 NBA(미국프로농구) 결승에서 LA 레이커스를 누르고 우승한 시카고 불스에게 부과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최고의 농구스타였던 마이클 조던은 많은 경기를 소화해 막대한 세금을 물어야 했고, 이후 조크 세금은 ‘조던 세금’으로 유명해졌다.
천문학적 액수의 연봉을 벌어들이는 미국의 유명 스포츠 선수들은 조크세가 각 주마다 다르게 책정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세금을 적게 부과하는 지역을 거주지로 선호한다. 주로 주세나 주소득세가 없는 플로리다, 텍사스, 워싱턴 팀으로 옮기고 싶어한다고 알려져 있다.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골프 스타 타이거 우즈가 플로리다에 살고 있으며,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추신수 선수(34, 텍사스 레인저스) 선수가 텍사스로 이적할 때 실 수령액서 큰 ‘이득’을 본다는 보도로 화제가 된 바 있다.
방귀가 너무 독해 ‘방귀세’
에스토니아에서 소를 키울 경우 일명 ‘방귀세’를 내야 한다. 반추동물인 소는 먹이를 되새김질하면서 방귀나 트림을 통해 이산화탄소보다 23배 강력한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메탄을 다량 배출하기 때문이다.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06년 축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전체의 18%를 차지하고, 이는 세계의 모든 교통수단을 합친 것보다 많다. 이에 뉴질랜드·덴마크 등 축산국가들은 메탄이 많이 나오지 않는 사료를 개발하고 소의 소화 과정을 연구하는 등 일명 ‘친환경 방귀’ 개발을 위해 노력 중이다.
이외에도 추남들의 결혼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본의 ‘미남세’, 자녀를 낳지 않으면 세금을 물리는 러시아의 ‘무자녀세’, 차를 많이 탈수록 세금을 더 내는 네덜란드의 ‘자동차 주행부과세’등 세계의 이목을 끄는 각종 이색 세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