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vs 최경환 ‘朴 對 朴’전쟁 박터진다
‘국회의장’ 포기 서청원 ‘당 대표' 선회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새누리당 친박계가 총선패배 책임론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당권 장악을 위해 물밑작업에 나섰다. ‘범친박’ 정진석 원내대표 체제가 들어서고 진통 끝에 헌법재판관 출신 김희옥 전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이 혁신위원장직에 내정되면서 당이 안정화됐다는 판단이다.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친박계 인사로는 ‘대통령의 남자’ 이정현 의원과 범친박계로 분리되는 이주영 의원이다. 하지만 여권 내에서는 ‘친박계 좌장’ 서청원 의원과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최경환 의원이 나설 경우 2파전으로 흐를 것으로 보고 있다. 비박계에서도 정병국, 심재철, 나경원 의원 등이 거론되지만 당대표 당선과는 거리가 먼 게 현실이다. 결국 내년 대선 후보 경선을 관리하고 내후년 지방선거 공천권까지 가진 당 대표는 친박 간 ‘朴(박) 대 朴(박)’ 대결이 될 전망이다.
-최경환, 비박계와 손 잡고 당권 도전 나서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이정현·비박’
새누리당 주류세력인 친박계가 조기 전당대회 카드를 통해 국면전환에 나서고 있다. 개최 시기는, 8월에 하계 올림픽이 개최된다는 점에서 7월 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친박계는 그동안 총선 패배의 후유증으로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자숙모드’였다.
하지만 여소야대 정국에 임기말 박근혜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명분을 들어 조기전대 개최를 요구하고 나섰다. 비박계 역시 8, 9월 전당대회보다 조기전대를 통해 ‘친박계 총선 책임론’을 내세워 당권에 나서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으로 크게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우선 친박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당권 도전에 나서는 인사는 3선의 이정현 의원이다. 이 의원은 박 대통령의 ‘입’으로 불리는 최측근 인사에 수시로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할 정도로 신뢰를 받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 후보로 전남 순천에서 내리 당선된 이 의원은 ‘호남 당 대표론’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의원은 3선에다 지명직 최고위원도 한 바 있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묻지마식 충성도’로 인해 ‘당이 청와대 출장소’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친박내에서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차기 대선후보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할 대표로서의 ‘자질론’이 넘어야 할 최대 장애물이다.
8선의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경기 화성갑) 또한 최근 의원급 오찬 모임을 주최하거나 참석하면서 당권 도전에 나선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한때 서 의원은 총선 패배 이후 “다 내려놓아야 한다”며 ‘친박계 2선 후퇴론’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여소야대 정국에 ‘국회의장’ 당선권에서 멀어졌다. 최근에는 서 의원은 5월 17일 4선 의원, 19일에는 3선 의원과 식사정치를 통해 의원들과 접촉면을 넓혀가고 있다. 또한 자신의 고향인 충청권 의원들뿐만 아니라 지역구가 있는 경기도 출신 국회의원 및 서울 출신 의원들과 수시로 접촉하면서 정치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서 의원의 사조직인 청산회도 세 결집에 나섰다는 소문도 여의도에 돌고 있다.
그러나 서 의원 역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단 친박계 좌장으로서 ‘총선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 또한 고령의 최다선 의원으로 청와대와 수직적 관계를 유지하기보다 수평적 관계를 요구할 공산이 높다. 서 의원은 평소 ‘야당과 대화와 타협’을 강조해 상명하복식 청와대 요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받고 있다.
새누리당 전당대회의 중대한 변수는 4선의 최경환 의원(경북 경산)의 출마 여부다.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최 의원은 현재 친박계 후보군 중 가장 ‘로키’(저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앞서 최 의원은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박계 단일후보론을 내세워 홍문종, 유기준 의원이 출마를 저울질 할 때 만나 불출마를 권유하기도 했다. 최 의원은 당시 당권 도전 여부를 묻는 질문에 “등을 떠밀어도 전당대회에 나가고 싶지 않은 심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친박 총선 책임론’이 잦아들면서 최의원 당권 도전설이 여당 내에서 흘러나왔다. 특히 5월 24일 비박계 수장인 김무성 전 대표, ‘범친박’으로 분류되는 정진석 원내대표와 비밀 회동을 가진 사실이 공개되면서 당권도전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이 자리에서 최 의원은 당헌·당규 개정을 언급하면서 당 대표-최고위원 선거 분리제도와 ‘계파 해체 선언’를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두 합의는 최 의원이 당권도전에 나설 경우 가장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당 대표에 도전하려는 군소 후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지도체제 계파 해체 숨겨진 최경환 ‘꼼수’
일단 기존 새누리당 당 대표 선출방식은 집단지도체제 방식이다. 통상 대의원 1인2표로 전국 선거인단 투표, 현장 대의원 투표, 여론조사 결과를 합산해 선출된다. 선거인단의 유효투표결과 70%, 여론조사결과 30%가 반영된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거를 동시에 치러 1위가 당 대표, 2~5위가 최고위원이 됐다. 하지만 3인회동에서 합의한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바뀔 경우 당 대표 선거와 최고위원 선거를 구분해서 따로 뽑든지 아니면 최고위원직을 폐지하되 상임운영위원 간선제(임명직)를 ‘직선제’로 전환해 당권을 강화하는 방안 등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어떤 경우든 당 대표의 권한이 막강해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단일성 집단지도체제가 도입될 경우 당연히 당대표 후보자는 당 대표 선거와 최고위원 선거 중 하나를 선택해 나서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서청원, 최경환, 이정현 등 친박 핵심 실세들이 나설 경우 군소후보들의 당 대표 출마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최 의원의 경우 ‘계파 해체선언’에 단일성집단체제로 바뀔 경우 ‘친박 좌장’인 서 의원과 양강구도를 구축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비박계로부터 거부감이 약한 최 의원은 친박표에다 비박표까지 노릴 수 있어 일거양득인 셈이다.
반면 친박계로 군소후보로 분류되는 이정현 의원을 비롯해 원유철, 홍문종, 범친박 이주영, 정우택 그리고 비박계 정병국, 심재철, 나경원 의원 등은 당 대표 도전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2년 임기인 차기 당 대표는 내년 대선 경선을 관리할 뿐만 아니라 이듬해 열리는 지방선거에서 공천권을 휘두를 수 있다는 점에서 막강한 자리다.
그러나 최 의원의 출마에도 변수가 있다. 바로 청와대 복심이다. 차기 여당 대표는 임기말 박근혜 정권과 직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관리가 필요하다. 누가 당 대표가 되느냐에 따라 박 대통령의 임기말 운명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말 잘 듣는 관리형 대표’가 절실하다. 이정현 의원이 적합하지만 대선 후보를 관리할 정도의 ‘리더감’은 아니라 당선 여부가 불투명하다. 최 의원은 친박계 핵심 인사지만 비박계 수장 김무성 대표와 친분이 깊다는 점에서 청와대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에 청와대에서는 5선의 경남 창원 마산·합포의 이주영 의원을 차기 당 대표로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 의원은 계파색이 엷은 중진의원이라는 점이 강점이다. 또한 박근혜 정권에서 해양수산부 장관 재직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공개적인 치하’를 받을 정도로 신뢰를 받은 바 있다. 이 의원은 성품도 온화하고 계파색도 드러내지 않아 비주류의 반발도 적다. 이에 박근혜 정권 출범 첫 당 대표에 선출된 황우여 의원에 비유되기도 한다.
-범친박 이주영 제2의 황우여 대표?
현재 거론되는 친박계와 범친박계 후보는 합쳐 총 7명이다. 비박계는 5선의 정병국 의원이 그나마 당권 도전에 적극적이다. 결국 친박계 후보군이 어떻게 정리되느냐의 문제일 뿐 (친)박 대 (친)박 대결에서 승자가 당 대표에 오를 공산이 높다. 비박계 일각에서는 친박계 표가 분산돼 비박계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오더’에 민감한 새누리당 지지자들 성향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정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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