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투입 STX…어쩌다 이 지경까지

법정관리 놓고 채권단·금융당국 책임론 확산

2016-05-27     박시은 기자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한국 조선업계에 몰아치는 거센 풍파가 결국 STX조선해양(이하 STX조선)을 집어삼켰다. 지난 3년간 채권단의 관리 하에 자율협약에 들어갔지만,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STX조선의 운명은 법원 손에 맡겨졌다. STX조선의 회생 실패로 혈세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4조 원이 넘는 혈세를 투입했음에도 손실만 더 커진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또 조선업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금융권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올해 수주 1건도 못해…채무는 계속 늘어나
관계사·협력업체·지역경제 줄도산 우려

한때 세계 4위에 올랐던 STX조선은 지난 25일 사실상 법정관리 체제로 전환됐다. 2013년 4월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체제에 들어선 지 3년1개월 만이다.

이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농협 등 STX조선 채권단은 채권단 공동관리, 자율협약을 종료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공식 결정은 각 은행의 내부 승인 절차를 거쳐  내려질 예정이다.

또 채권단은 부족자금을 지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STX조선이 2015년 말 이후 신규수주를 따내지 못하고 있으며, 선가 하락 및 고정비 부담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부실수주한 선박에 대한 건조 취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우발채무도 계속 발생 중이다.

채권단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건조 중인 52척의 선박 정상 건조를 최우선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또 나머지 선박은 선주가 계약해지를 하지 않는다고 가정한 뒤 지속 건조나 건조지 이전, 계약 취소 등을 선택할 방침이다.

채권단은 “외부전문기관 진단 결과 유동성 부족이 심화돼 5월 말 부도가 예상된다”며 “자율협약 체제에서 2017년까지 수주 선박 건조 등 필요한 부족자금은 최대 1조2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STX조선의 운명은 법원 손에 맡겨졌다. 가장 강도가 높은 구조조정 단계에 들어간 것이다.

국책은행이 70% 차지

채권단의 법정관리 결정이 알려지면서 혈세 논란과 더불어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그동안 STX조선 회생을 위해 혈세를 쏟아 부었음에도 법정관리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채권단이 STX조선에 물린 돈은 총 6조 원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각각 3조 원과 1조 원으로 지원금의 70%를 차지한다. 국책은행의 지원금은 곧 국민 세금을 동원한 자금이다.

STX조선의 법정관리가 결정되면 채권단은 지원금에 이은 대규모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회생 결정이 나더라도 대규모 채무 탕감을 해줘야 하는 것이다. 청산 결정이 내려져도 그동안의 STX조선에 해준 대출금을 거의 다 떼이게 된다.

여기다 STX조선에 대한 납품 비중이 큰 관계사인 STX중공업과 ㈜STX까지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추가적으로 2조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특히 STX중공업의 경우 STX조선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아 STX조선의 생존여부에 따라 생존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 ㈜STX는 STX조선해양이 건조 중인 선박에 이행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해당 관계사들은 STX조선 법정관리가 가시화된 후 주식시장에서도 영향을 받고 있다. ㈜STX와 STX중공업, STX엔진 등의 관계사는 지난 26일 장 초반부터 지난날보다 10%가량 하락했다.

금융권 위기로 이어지나

협력업체 줄도산도 우려되고 있다. STX조선이 협력업체에 미지급한 금액만 5000억 원에 달해 법정관리 땐 이 채권들도 모두 채무조정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4600명의 사내 외주 인력이 머물고 있는 진해 지역경제의 막대한 타격도 우려되고 있다. STX조선의 임직원도 2000명에 달한다.

이렇다 보니 조선업계의 위기가 금융권으로도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선업계에 금융권이 투자한 총 금액은 7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조선업계의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물론, 조선업 전체의 줄도산으로 이어져 이들을 지원한 금융권의 위기로 확산될 조짐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