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념 릴레이 인터뷰]박원순 시장, "靑 국무회의장 할말 하겠다"

2016-05-20     홍준철 기자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본지>는 창간22주년을 맞이해 특집으로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4개 광역단체장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첫 번째로 박원순 서울시장은 그동안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침묵하고 있었지만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고 <일요서울>과 인터뷰에서 분명하게 밝혔다. 또한 4.13총선 결과 야당의 승리로 끝이났지만 야당이 잘한 것이 아니라 ‘정권 심판론’에 따른 ‘반사이익’측면이 강하다고 평했다. 천만 서울시민을 이끌고 있는 서울 수장에서 5천만 대한민국호를 이끌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지도자, 5천만 국민 위한 행정력과 정치력 요구”
- “4.13총선, 朴정부 심판, 견제 못한 야당 경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임기 1년 반을 남기고 있는 박근혜 정부에 대해 ‘할 말은 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시장은 박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를 묻는 질문에 “평가를 할 필요도 없이 국민들께서 이미 투표를 통해 심판했다”며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닫은 채 오만한 독주를 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박 시장은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무회의에 적극 참석한 이유가 ‘박 정부의 성공이 국민을 위한 길’이라는 마음이었지만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민생경제는 파탄이 났다고 판단했다. 박 시장은 “이제 아무 말 안하고 가만히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이제 국무회의장에서 할 말은 하고 현장에서 만난 국민들의 이야기를 전달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박 시장은 4.13총선 평가가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심판이었다는 점에 동감하면서 야당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박 시장은 “야당의 압승 결과가 나왔지만 결과 상당부분이 ‘정권 심판론’에 대한 반사이익 측면이 강하다”며 “야당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자만해선 안되고 경청하고 소통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밖에도 박 시장은 ▲ 서울시정 역점 사업 ▲ ‘근로자이사제’에 대한 취지와 배경 ▲ 서울형 청년보장 정책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솔직하게 입장을 밝혔다. 박 시장과의 인터뷰는 서면으로 인터뷰를 요청해 이뤄졌고 5월19일 답변을 보내왔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총선, 박 정부 견제 못한 야당에 경고 줬다”

▲ 4.13총선 결과 수도권에서 야당이 압승했다. 어떻게 보시는지.

이번 4.13 총선은  우리 국민들께서 오만과 독선의 박근혜 정부를 심판하고 그것을 제대로 견제하고 대응하지 못한 야권에 대해선 경고를 해 주셨다. 전통적으로 야당 텃밭이라고 여겨졌던 강남신화가 허물어지기 시작해 이번 총선에서도 시민들의 냉엄한 판단, 합리적 선택이    생활정치, 민생정치라는 우리 정치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고 본다. 

또한 야당의 압승이라는 결과가 나왔지만, 이번 결과의 상당부분이  정권 심판론에 따른 반사이익에 기대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야당은 결코 자만해선 안 되며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경청하고, 소통해야 한다. 특히 지금 민생이 과거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의 목소리에 민생 혁신, 생활 혁신, 정치 혁신으로 대답하는 것이 이번 총선을 진정한 승리로 만들어 가기 위한 과제가 될 것이다.

▲ 서울시장 임기 절반이 지났다.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일이 있다면.

- 지난 5년, 서울호의 방향을 도시를 위한 하드웨어적 성장, 속도 중심의 개발 시정에서 시민을 위한 사람 중심, 삶의 질 중심의 인본(人本)시정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를 위해 친환경무상급식, 시립대 반값등록금,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7조 원이 넘는 채무 감축과 함께 임대주택 8만호 건설, 지하철9호선 재구조화를 통한 3조2천억 절감,  원전하나줄이기 등의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도 사람 중심의 시정 혁신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영국의 최대 권위지인 가디언지에서도 작년에   저를 시민 삶을 바꾼 혁신적인 시장으로 선정한 데 이어 올해(3.20)는 서울을 ‘최고의 지속가능한 도시 베스트7’으로 선정했다. 더구나 최근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민생, 그 중에서도 청년들의 절망, 고통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서울시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민생’,  즉, 민생이 만사라는 각오로  시민의 일자리, 복지 그리고 미래 먹거리를 챙기는 데 주력해 나갈 예정이다.

‘근로자이사제’ 한국형  신노사문화 모델

▲ 최근 시장님께서는 ‘근로자 이사제’를 서울시 공기업에 도입하겠다고 밝혀 기업인들이반발하고 있다. 도입 취지와 배경은.

- 2013년 코레일 자회사(SR) 설립과 관련한 21일간의 파업으로 약 400억 원 손실이 발생했을 정도로 노사 간 갈등과 불신이 우리 경제 발전을 가로막는 상황이다. 이에 서울시는 노사 상생 해법으로 풍부한 현장경험과 실무지식을 갖고 있는 근로자 1-2명이 기업의 사업계획, 예산 등에 의결권을 갖고 참여하는 ‘근로자 이사제’를 지하철, 농수산식품, 산업진흥, 서민금융지원 등 서울시 15개 공기업에 선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근로자 이사제는 우리에게  아직 생소하지만 OECD에 가입한 유럽 18개 국가가 이미 오래전에 도입했을 정도로 21세기형 선진형 노사모델이다. 새로운 시도인 만큼 다양한 불안, 우려의 목소리가 뒤따를 수밖에 없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앞으로 근로자 이사제가 법령에 어긋남 없이, 합리적 경영, 신속한 의사결정의 기제로 작동할 수 있도록 노사의견을 경청, 한국형 新노사문화의 새 모델로 정착시켜가겠다.

▲ 청년들의 삶이 힘들다. ‘흙수저’, ‘금수저’라는 말이 나돈다 청년들에게 한 말씀하신다면.

인생의 봄이라 할 수 있는 시기를 보내야 할 우리 청년들이 취업절벽이라는 인생의 절망을 마주하고 있다.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가졌지만 역대 최고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고 ‘청년 난민’, ‘월세 세대’ ‘큐브 생활자’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청년들이 제대로 된 보금자리를 찾지 못한 채 서울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한마디로 ‘준전시상황’이라고까지 표현할 정도로 절박하다.

저는 일자리 대장정을 시작으로 여러 현장을 다니면서 진흙탕 같은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피워가는 청년들을 만났다. 청년들의 에너지가 침체된 지역까지 다시 살리는 것을 보면서 청년들이야말로 미래의 희망이고 내일의 동력임을 직접 확인했다.

이에 서울시는 청년 스스로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희망의 마중물을 준비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4대 분야 20개 종합정책으로 구성된 ‘서울형 청년보장정책’이다. 서울형 청년보장정책이 ‘청년정책=일자리’의 경계를 넘어 주거, 활동 공간, 청년활동까지 종합적인 지원을 통해 불안한 우리 청년들에게 희망의 ‘다리(bridge)’ 역할을 해나가도록 최선을 다해 추진하겠다.

청년 삶, 서울 떠나야 할정도‘준전시 상황’

▲ 박근혜 정부가 임기 말로 향하고 있다. 국정운영을 평가한다면.

- 평가할 필요 없이 이미 국민들께서는 투표를 통해 시대를 역행하는 현 정부의 민맹 정치에 대해 심판해 줬다고 본다. 국민들이 한목소리로 민생 해결을 외칠 때 정부는 ‘국정교과서’ 강행, 국민들의 합의 없는 ‘위안부 협상’, 권력연장을 위한 진박싸움, 세월호 진상조사 지연, 메르스 늑장대응까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닫은 채 오만한 독주를 계속해 왔다.

그 결과 ‘수가재주 역가복주(水可載舟 亦可覆舟)’ ‘민심은 물과 같아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엎을 수도 있다’는 말처럼 민심의 엄중한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저 역시 그간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무회의도 가급적 참석하고 박근혜 정부의 성공이 국민을 위한 길이라는 마음으로 적극 협조해 왔지만, 현장에서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민생경제는 파탄이 났다. 더 이상 아무 말 안하고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할 말은 하겠다. 그리고 현장에서 만난 국민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겠다.

또한 심판의 시험대에 오르는 것은 비단 현 정부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치권 모두가, 정치인 모두가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국민과 고통을 분담,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치로 거듭나기 위해서라도  국민의 마음 속 이야기까지 경청해 현장에서 국민들의 소소한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함께 성장해 가는 ‘민생의 정치’를 실천해 가야 한다.

▲ 대선이 1년 반 남았다. 차기 대선주자가 갖춰야 할 덕목을 말씀해 달라.

- ‘제4차 산업혁명’ 등 예측할 수 없는 불안한 미래가 계속되면서 민생이 벼랑 끝에 놓였다. 이런 시대에 대선주자 뿐 아니라 이 시대의 리더들에게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덕목은 현장과 민생, 경청과 소통, 협치와 혁신의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즉, 시민의 삶 속으로 직접 들어가 내 일처럼 시민의 문제를 해결하고 천만 시민, 5천만 국민의 지혜와 참여를 이끌어 내는 집단지성의 행정과 정치로 다가올 변화에 반걸음 앞서 준비하고 대비할 수 있을 때 시민·국민의 기대에 부합하는 내일을 맞이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일요서울과 함께 혁신하는 청사진 담겠다”

▲ 일요서울 창간 22주년입니다. 본지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십시오.

- 우선, 22년이란 긴 시간 동안 정통 시사주간지로 정체성을 지켜온 일요서울의 창간 22돌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21세기의 시민은 단순한 정책의 소비자가 아닙니다. 21세기의 독자는 전달되는 정보를 무조건 흡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민이, 독자가 도시의 미래를 개척하는 주역이 되고 언론의 새 지향점을 정하는 주체로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서울시가 끊임없이 혁신할 수 있는 것은 밝은 눈을 가진 시민이 서울시정의 주인으로 역할을 해주시기 때문입니다.  일요서울이 우리 사회의 명암을 고르게 담을 수 있는 것도 비판적 시각을 가진 독자들이 언론의 균형추가 되어 주시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시는 일요서울 독자 여러분과 함께 호흡하며 오늘보다 나은 내일의 서울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앞으로 일요서울의 지면 속에 나날이 혁신하는 서울의 청사진이 담길 수 있도록 서울시정에 애정 어린 관심으로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