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유커 단체관광의 빛과 그림자

8000명 다녀간 뒤 리베이트 요구 늘었다

2016-05-13     박시은 기자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지난 6일 대규모 삼계탕 파티로 관심을 모은 중국 중마이과기발전유한공사가 두 번째 단체관광을 왔다. 이로 인한 경제 유발 효과는 500억 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유통업체들이 특수를 노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중국인 관광객 유치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인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국 여행사의 리베이트 인상 압박이 높아진 것이다. 또 상인들 사이에서 이 같은 단체관광 유치가 “실속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1·2차 나눠진 삼계탕파티…500억 경제효과 기대
유치경쟁 치열로 부작용 나타나 …대놓고 공짜 바라

지난 10일 [일요서울]이 찾아간 서울 반포한강공원 달빛광장에서는 중국 건강제품 판매업체인 중마이과기발전유한공사(이하 중마이)를 맞을 준비가 한창이었다. 한 쪽에선 이들이 먹을 삼계탕을 끓이고 있었고, 행사를 준비하는 스태프들은 일사불란하게 테이블 위로 뚝배기와 콜라와 홍삼음료, 물, 맥주, 백세주 등을 옮기고 있었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중마이 직원들에게 선보일 푸드트럭이 줄지어 대기 중이었으며, 거리예술단 공연과 한국전통놀이 체험 등도 준비돼 있었다. 이와 더불어 중마이 임직원들에게 나눠줄 선물 준비도 분주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오후 6시쯤 달빛광장에 도착한 4000여명의 중마이 임직원들은 삼계탕 파티에 앞서 푸드트럭의 음식과 한국전통놀이 체험에 참여했다.

비가 온 궂은 날씨에 일부는 추위로 몸을 떨기도 했지만 오후 7시쯤부터 본격적으로 삼계탕 파티가 시작되자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등 추위를 잊은 모습을 보였다.

중마이 임직원들 중 다수는 “중국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사진을 보내고 있다”며 “기대한 만큼 맛있다”고 말했다. “회사 포상관광이 아닌 가족여행으로 또 오고 싶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또 “(드라마)태양의 후예 팬”이라며 “한국에서 직접 삼계탕을 먹게 돼 기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국시장 발전 기대”

식사가 끝난 뒤 중마이 임직원들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 OST를 부른 케이윌, 거미 등이 펼치는 미니 콘서트를 관람했다.

중마이 2차 관광단 4000명은 삼계탕 파티를 비롯해 이틀간 동대문과 에버랜드를 둘러봤으며, 경복궁과 임진각, 명동 등도 관광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리다빙 중마이 총재는 “오늘 저녁 만찬에 대해 기대가 상당히 크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포상 관광지로 한국을 선정한 것에 대해 “한강의 기적을 이룬 곳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중마이가 한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3년 전 방문했을 때도 좋은 인상을 받아 한국을 또 찾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한국은 역사와 문화적으로 연결된 나라다. 이번 행사뿐만 아니라 역사가 있는 관광지들을 둘러보면서 한국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한국시장에서의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수 겹친 유통업계

중마이는 지난 6일과 10일 두 차례에 걸쳐 임직원 8000명이 한국을 방문했다. 이들이 한 번 올 때마다 동원된 항공기는 60편이다. 숙소도 서울 시내 호텔 16곳이 정해졌다.

이번 중마이의 방한은 항공편으로 입국한 단체 관광객으로는 2011년 1만860명의 중국 바오젠그룹이 방문한 이후 최대 규모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중마이 임직원들의 방문으로 인한 경제적 파급 효과는 500억 원에 이른다. 실제 발생하는 경제효과는 500억 원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 3월 6000명 규모의 아오란그룹 단체 관광객이 한국을 찾았을 때에도 예상했던 경제효과는 260억 원이었지만 실제 집계된 금액은 304억 원에 달했다. 예상보다 16.9%가 더 많은 효과를 본 것이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했다. 프리미엄 아웃렛 매출도 2배 가까이 뛰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도 같은 기간 매출이 42% 가까이 늘었고, 신세계백화점 역시 전체 매출이 30%  가량 성장했다.

이는 중마이 임직원 단체 관광을 비롯해 가정의 달을 맞이한 소비자들이 겹치면서 특수를 누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경제효과에 가려진 이면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와 관련해 과열 경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단체관광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국 여행사의 리베이트 인상 압박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면세점들은 여행사를 통해 관광객을 유치할 경우, 이들이 지출한 금액의 7~8%를 리베이트로 돌려주는 게 관행이다. 그러나 단체관광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국 여행사의 리베이트 인상 압박이 높아지고 있다.

또 일부 외국 기업이나 여행사들 사이에서는 한국 방문 시 이 같은 공짜파티 등 요구사항이 늘어나고 있는 분위기다. 중마이 단체관광의 경우 지방자치단체 간 유치경쟁으로 삼계탕 파티를 공짜로 즐긴 사례가 됐다. 서울시가 지난해 8월 관광 유치 당시 메르스 이후 관광 활성화 대책으로 ‘한 끼 식사와 공연 대접’을 약속한 데다, 기업들도 홍보를 위해 협찬에 가세한 것이 배경이 됐다. 앞서 방문한 아오란그룹 치맥 파티도 인천시와 한국관광공사의 지원과 기업 협찬으로 진행됐다.

이렇다 보니 세금 지원 적절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대형 단체관광에 주어지는 혜택이 주로 면세점과 호텔, 대형 식당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곳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상인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행사가 “실속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행사 장소에 와서 실질적으로 소비를 하거나 경제효과를 낼 만한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부 상인들 사이에서는 “중국에서 단체관광이 온다고 해도 이제 기대를 안 한다”는 반응도 있다.

이 때문에 리베이트 없이도 단체 관광객이 찾을 수 있도록 한류문화체험 등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