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부르는 층간소음 ‘보복 스피커’면 해결될까?

고무망치, 보복 스피커…층간소음 갈등에 新 상품 뜬다!

2016-05-09     변지영 기자

보복 상품 구매 급증소음 방지 매트 감소

층간소음 노출 빈도 높아도 대화는 “NO”
 
[일요서울 | 변지영 기자] 이웃 간 층간소음 갈등이 웃지 못할 보복으로 이어지고 있다시도 때도 없이 신경을 건드리는 탓에 서로 으르렁거리던 이웃들은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분을 삭여야 했다그러나 그대로 넘어갈 수는 없었던지 소음 피해자들은 소심하면서도 기발한 복수극을 펼치고 있다한쪽이 도구를 이용해 천장 두드리기 공격에 나서면 다른 한쪽은 상대방 집 전화번호를 인쇄한 야식 전단지 배포로 응수한다최근 출시된 보복 스피커는 이들의 복수에 날개를 달아주는 모양새다. [일요서울]이 층간소음 보복의 실태를 들여다봤다.
 
뾰족한 대책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던 층간소음 피해자들이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복수를 하고 있다
 
층간소음 보복 상품들 
'보복 스피커인기 상승
 
이들의 보복을 살펴보면 페트병이나 골프채로 천장 두드리기화장실 환풍기에 음산한 음악 틀어두기담배 피우기 등 다양하다
 
심지어 새벽 야식 전단지에 이웃집 전화번호를 인쇄해 배포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게시글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효과는 그때뿐피해자들의 고통은 더욱 커지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최근 이들을 구원해줄 무기가 출시됐다는 소식에 층간소음 피해자들의 입꼬리가 올라가고 있다
 
인터넷 쇼핑 사이트 검색창에 층간소음이라고 입력하자 층간소음 복수 종결자라는 상품들이 검색됐다
 
우퍼(woofer·저음스피커를 천장에 매달아 윗집에서 증폭된 소음을 진동과 함께 느끼는 스피커다일명 보복 스피커라 부르는 이 제품은 천장 부착이 가능한 무선 스피커로 13만 원 내외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스피커를 작동시키면 위층에서도 그간 소음으로 고생했던 아랫집의 불쾌감을 알아차릴 수 있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한 구매자는 고무망치로 천장을 칠 때는 팔도 아프고 신경도 써야 해서 골치가 아팠지만 우퍼 스피커를 설치하자 이렇게 편할 수 없다는 후기를 남겼다
 
이러한 현상은 각 제품들의 판매 수치로 나타났다층간소음을 예방하는 제품 소비는 줄어든 반면보복성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 패턴이 늘어난 것이다
 
G마켓에 따르면지난 4월 한 달 간 층간소음방지매트와 유아용 매트 판매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0%, 11%씩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보복 스피커의 판매는 급증하는 추세다
 
보복 스피커 판매업체 관계자는 최근 들어 판매량이 확연히 증가하고 있다며 주로 실내 생활을 많이 하는 겨울철엔 여름 대비 최대 3배나 급증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문제는 이런 층간소음 복수법이 이웃 간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갈등을 증폭시켜 관계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우퍼 사용을 할 경우 층간소음의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돌변하게 되기 때문이다또 소리가 지나치게 크다면 죄 없는 다른 집에 피해가 미칠 우려도 있다
 
그럼에도 피해자들이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건 너무도 괴로운 자신과는 달리 태연한 이웃집의 반응 때문이다
 
자신은 불면증우울증심지어 원형탈모증에 시달리는데도 윗집은 콧노래를 부른다는 것이다
 
결국 이사를 택하거나 직접 찾아가 언성을 높이기보다는 차선의 방법으로 보복을 택했다는 것이다
 
층간소음은 현재진행형
 
그렇다면 층간소음은 얼마나 심각할까환경부에서 운영하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층간소음 민원 건수는 2013년 15445, 2014년 16370, 2015년 18500여 건 등 꾸준히 증가 추세다
 
층간소음 발생 주요인으로는 뛰는 소리가 73%로 대부분을 차지했고망치질 등이 나머지를 차지했다주로 층간소음 피해 신고는 아래층에서 호소하는 경우(79.6%)가 많았다현재 우리나라 국민이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은 65%에 이른다일본 40%, 영국 18%, 미국 3.9% 등에 비하면 국내 공동주택 거주율은 독보적이다
 
그럼에도 관련 법규가 미비해 갈등에는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아래층만 피해자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위층에서도 15.1%가 보복 소음 및 과도한 항의 등으로 층간소음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아래층의 지속된 항의로 오히려 불안감을 느끼고 사생활 침해를 당하는 경우가 있었다
 
보복 스피커 피해를 겪었던 김모씨는 우리 집은 아들이 셋인데어쩌다 보니 층간소음 가해자가 됐다고 운을 뗐다
 
아랫집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김 씨의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마루 전체에 매트를 깔고 주말에는 밖으로 나가는 등의 주의를 기울였다그러나 집안에 있을 때는 어쩔 수 없이 피해를 줄 수밖에 없었다
 
김 씨는 본의 아니게 피해를 줄 때마다 아랫집에서 올라와 큰 소리로 싸우게 됐다면서 어쩌다가 한번 낸 소리에도 득달같이 달려드는 통에 오히려 괴로운 건 우리라고 토로했다
 
감정의 골 더 깊어져
 
층간소음 민원을 받는 직원들은 현장을 찾아 아래층과 위층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갈등의 진짜 원인은 소음이 아니라 에 있었다고 전했다
 
경기도 수원의 모 아파트 거주자 한모(32)씨는 새벽마다 아이들 발소리가 심해 윗집과 대화로 풀어보려다 얼굴만 붉히고 내려왔다. ‘그 정도도 못 참으면 이사 가라는 윗집의 말이 비수가 돼 꽂혔다
 
그는 당장 1층으로 이사 가고 싶었지만 전세를 얻으려 낸 빚과 4개월 후 태어날 아이를 생각하니 꿈도 못 꿨다고 호소했다
 
이웃 간의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잦아지는 데 대해 뚜렷한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다법조계에서는 우선 이웃간의 소통이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성율 남민준 변호사는 층간소음 문제는 피해가 명확하지 않은 데다 법원 판결이 가능하더라도 개인행동을 제약해야 하는 등 집행이 쉽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법이 실효성을 갖추기도 해야 하지만 이웃 간에 대화로 풀어가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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