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겨냥’ 마케팅 열전
간편식부터 프랜차이즈까지 ‘봇물’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사회 전체가 출렁이고 있다. 쉽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간편식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대형할인마트에서는 1인 가구를 위한 브랜드까지 새롭게 등장했다. 가구업계도 마찬가지다. 늘어난 1인 가구에 사용되는 1인 책상·침대 등 전 종류에 1인을 위한 디자인을 입혀 출시하고 있다.
2000년 15.5%→2010년 23.9%로 급증
가성비 높은 편의점 도시락·가전 인기 상승
회사에 갓 입사한 윤 모(25)씨의 집 안을 살펴봤다. 33㎡(10평) 남짓한 월세방이었다. 화사하게 꾸며져 있어 놀라웠다. 고급스러운 가전제품에 눈이 휘둥그래졌다. 윤씨 입에서 나온 말은 더욱 놀라웠다. 가전 가격은 물론 책상 등이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다. 10여년 전 혼자 생활하던 직장인들의 모습과 사뭇 다른 풍경에 1인가구를 겨냥한 마케팅 시장이 활성화 됐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00년 15.5%에 그쳤던 국내 1인 가구의 비율이 2010년 들어 23.9%로 급증했으며 2013년에는 25%를 넘어서면서 전통적인 4인 가구의 비율을 앞질렀다. 2020년에는 1인가구의 숫자가 600만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인가구 증가에 따라 유통 및 가구, 가전업계에서는 싱글족을 겨냥한 공간절약형 제품들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주로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 소형 주택에 주거하는 1인가구에겐 공간효율성이 제품선택의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 최근에는 ‘집방’, ‘홈퍼니싱’ 등 집 꾸미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크기를 줄일 뿐만 아니라 디자인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추세로 퍼지고 있다.
아파텔 인기 고공행진
삼성전자는 2014년부터 소형 냉장고인 ‘슬림스타일’를 출시해 소형가전 시장 선점에 발 빠르게 대응해왔다. 이 제품은 1인 가구 상당수가 소형주택에서 생활하고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다는 점에 착안, 폭과 깊이를 줄이는 대신 높이를 키워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삼성 아가사랑 플러스 세탁기는 소량의 빨래를 자주 처리해야 하는 싱글족에게 유용한 제품이다. 아동의류 세탁을 위해 만들어진 세탁기지만 3kg의 소용량과 다양한 세탁기능으로 수건·양말·속옷 등 매일 같이 나오는 소량의 빨래를 바로 세탁할 수 있어 1인가구에게도 적합하다는 평가다.
LG전자는 올해 상업용 세탁기 사업 규모를 지난해 대비 두 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최근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빌트인 상업용 세탁기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LG전자는 최근 1인가구를 타깃으로 ‘꼬망스’ 미니 세탁기를 출시했다. 사용자는 기본 세탁 코스11가지를 포함해 최대 20가지의 다양한 코스를 사용할 수 있다. 3.5kg의 소량 세탁물을 ‘표준세탁’ 코스로 세탁하면 기존 대용량 드럼세탁기 대비 최대 63%까지 전력을 아낄 수 있다.
아울러 김치냉장고와 냉장고를 결합한 ‘프리스타일 미니’와 스틱형과 핸디형이 결합돼 공간 활용이 용이한 ‘코드제로 핸디스틱’ 무선 청소기도 LG전자의 대표적인 1인 가구용 제품이다.
동부대우전자는 국내 최소형 미니 전자레인지와 벽걸이 드럼세탁기, 소형 인테리어 냉장고, 김치냉장고 등을 중심으로 소형가전 시장에 진출했다.
2012년 세계 최초로 출시한 벽걸이 ‘드럼세탁기 미니’는 현재 세계 30여개국 수출과 함께 누적판매 10만대를 돌파했고, 2010년 출시된 15L초소형 ‘미니 전자레인지’는 출시 5년 6개월 만에 국내 누적 판매 100만대를 넘어섰다. 이 밖에 쿠쿠전자는 3인용 미니 밥솥인 ‘풀스테인리스 2.0 에코 미니’로 ‘혼밥’(혼자먹는 밥)을 즐기는 고객층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한 원룸 및 소형오피스텔 보다는 홀로 여유롭게 거주할 수 있는 ‘아파텔’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기존의 오피스텔과 아파트가 결합된 상품으로 아파트와 동일 수준의 평면을 제공하는 동시에 단지 내 커뮤니티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갖췄다. 대체적으로 분양면적이 일반 소형 오피스텔보다는 넓은 편이다.
프랜차이즈도 1인 바람
1인가구 바람은 주류 프랜차이즈업계에도 불고 있다. 과거와 달리 술을 마실 때도 1인 또는 2인이 마시는 경우가 늘고 있다. 고객들도 자연스럽게 큰 규모의 술집보다는 작은 술집을 선호한다.
기존 스몰비어가 저렴한 가격에 초점을 맞췄다면 미니비어펍은 최근 불고 있는 1인 고객을 위한 맞춤 술집이다. 메뉴 가격은 저렴하지만 스몰비어보다 맛있고 테이블에 혼자 앉아 술을 마셔도 주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전혀 없다.
기존 술집에서는 혼자 오는 손님을 반기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자리만 차지할 뿐 매장수익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인 가구의 증가는 모든 것들을 바꿔 놓았다.
홈쇼핑이나 대형할인마트에서도 1인가구를 위한 제품들은 지금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등장한 1인 고객을 위한 미니비어펍 비어스탑도 1인 고객들에게 인기다.
비어스탑 매장은 혼자 가도 눈치가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규모가 대부분이다. 49㎡(15평) 내외의 작은 크기에 테이블도 아담해 혼자 앉아 술을 마시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매장 인테리어도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모던해 30대 내외의 손님이 주를 이룬다.
분위가 자체가 밝은 데다가 시끄럽지 않고 차분한 편이라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꺼리는 1인 고객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비어스탑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합리적인 가격의 맛있는 메뉴다. 특히 레알감자튀김, 미니쥐포, 오다리슬라이스, 코코새우앤칩, 오다리튀김앤침 등은 모두 1만 원 이하의 가격이라 부담없는 안주로 인기다.
외식을 즐기는 1인가구들은 파워컨슈머로 통한다. 이들이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끼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창업 시장에서 이들을 주목하는 이유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등장한 1인 고객을 위한 미니비어펍 ‘비어스탑’은 2016년 창업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