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준법감시인 모범규준 무시 논란

2016-05-09     강휘호 기자

힘이 없는 본부장급 감시인 은행 내부 통제 의문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IBK기업은행이 금융당국이 마련한 준법감시인 모범규준 권고안과 맞지 않은 행보를 보이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해 준법감시인의 지위를 격상하고 임기를 보장하는 등의 개정안을 마련했다. 그런데 IBK기업은행은 권고안이 나온 뒤에도 준법감시인과 관련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IBK기업은행의 준법감시인이 여전히 지위가 낮기 때문에 내부 통제가 제대로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평가다.

금융당국 “지위 격상·임기 보장하라”
IBK기업은행 “당장 시행하기 힘들다”

통상적으로 준법감시인은 금융사 직원들이 불법적인 행위를 저지르지 않도록 상시 통제·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자리다. 하지만 그들은 대체로 지위가 낮아 부은행장이나 감사 등의 눈치를 보느라 활발히 활동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렇다 보니 준법감시인들이 문제 발생 억제보다는 정보 수집부터 대관 업무 등 잡다한 겸업을 하는 일도 파다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9월 은행의 내부통제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은행 내부통제 및 준법감시인 제도 모범규준을 강화, 시행하도록 한 것이다.

특히 올해 8월 시행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상 준법감시인 지위 및 역할 강화 내용을 법 시행 이전에 반영해 원활한 정착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 당시 금융당국은 “그동안 준법감시인의 낮은 지위, 과도한 겸직 수행, 준법감시 전담인력의 부족 등이 내부통제 점검업무의 충실한 수행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은행권을 대상으로 설명회 및 의견수렴, 제8차 금융개혁회의 ‘은행의 자율성·책임성 제고방안’ 논의를 거쳐 모범규준을 확정하였고, 1년간 행정지도로 시행할 계획을 세웠다.

모범규준 주요내용은 준법감시인의 지위 격상 및 임기 보장, 준법감시인의 독립성 강화다. 준법감시인의 지위 격상 및 임기 보장을 권고, 사내이사 또는 업무집행책임자 중에서 선임하도록 하고 임기(2년 이상)를 보장하도록 했다. 또 결격요건을 문책경고(임원) 혹은 감봉요구(직원) 이상으로 완화했다.

현행 제도 문제는 실효성

아울러 준법감시인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감사(위원회)에 대한 보고의무 완화와 겸직을 원칙적으로 금지(특히 수행할 수 없는 업무 명시)했다. 준법감시부서 인력 확충 및 권한 강화와 경영진의 내부통제 관련 책임 강화 역시 시행하도록 만들었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준법감시인이 영업담당 임원 보다 낮은 직위(본부장 또는 부장급)로 선임돼 내부통제 점검업무의 실효성이 저하되고 있다”면서 “준법감시인의 임기가 법상 명기되어 있지 않으며, 가장 경미한 ‘주의요구’ 만으로도 결격사유가 되는 등 지위가 취약하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어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은행 스스로 ‘견고한 내부통제시스템 구축이 신뢰성 회복 및 성장의 기반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모범규준으로 은행의 내부통제시스템이 보다 견고하게 개선되는 등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은행의 자율시정 노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진웅섭 금감원장도 지난해 말 “은행의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준법감시인의 직급을 격상하도록 권고하겠다”며 “준법감시인의 직급을 규정한 지배구조법 시행이 내년이라 법적으로 강제할 수는 없지만 은행장 간담회 등을 통해 준법감시인의 지위를 격상 시키도록 권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문제는 금융당국의 권고에도 여전히 준법감시인 모범규준을 따르지 않는 은행이 있다는 점이다. IBK기업은행은 준법감시인 모범규준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IBK기업은행이 금융당국의 준법감시인 모범규준과 다른 행보를 보임에 따라 “내부통제가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이냐”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현실 반영은 제자리걸음

실제 IBK기업은행의 준법감시인은 김주원 본부장으로 등록돼 있다. 김주원 본부장은 지난 2014년 하반기 인사 당시 여신기획부장에서 준법감시인으로 이동했다. 금융당국이 지위를 격상하라고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변화가 없는 셈이다.

마찬가지로 준법감시인의 직위가 본부장급에 불과하다 보니 내부통제의 준수여부를 점검해야 할 준법감시인이 상급 임원인 부행장 등을 상대로 내부통제의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여타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권고안을 받아들여 준법감시인 강화에 나선 것과도 대비되는 모습이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부산은행, 경남은행 등은 준법감시인을 부행장보 및 상무 직책으로 선임한 상태다.

다만 IBK기업은행은 “준법감시인이 본부장급인 것은 맞지만 권고안을 무시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권고안을 지키기 위해 기존 준법감시인을 갑자기 정리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면서 “현 본부장의 임기가 7월까지인데, 그 이후로 권고안을 반영한 준법감시인을 선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위 격상 문제도 “우리 IBK기업은행은 지위체계도 다른 은행보다 단순하기 때문에 격상시키는 것이 쉽지가 않다”면서 “만약 모범규준을 위해 현 본부장의 지위를 갑자기 격상시킨다면 그야말로 감사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