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 인터뷰] 영화 ‘초인’ 배우 김정현, 될성부른 기대주…연기로 소통을 시작하다

2016-05-05     김종현 기자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대형 상업영화들에 맞서 작은 영화들이 각자의 개성을 표방하며 관객들을 만나는 가운데 이들을 통해 대중들과 호흡을 시작하는 배우들도 주목받고 있다. 5일 개봉한 영화 ‘초인’을 통해 인상적인 연기력을 선보인 배우 김정현이 충무로 기대주로 자리매김하며 배우로서의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끊임 없이 연기자로 성장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는 김정현의 연기 열정을 만나봤다.

영화 ‘초인’(서은영 감독)을 통해 첫 얼굴을 내민 배우 김정현은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상상마당에서 [일요서울]을 만나 훈훈한 외모와 화려한 입담으로 데뷔 소감을 전했다.

그는 “부산영화제 때부터 쭉 달려왔는데 VIP시사회를 하면서 꿈같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손님을 초대했는데 감회가 새로웠다”며 들뜬 감정으로 소감을 대신했다.

특히 장편영화의 주인공으로 발탁된 것이 행운이었다는 그는 “쉽지 않은 기회가 빠르게 온 것에 감사하다”며 여전히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제 막 연기자의 길에 접어든 김정현이지만 영화 ‘초인’을 통해 그려낸 최도현은 오늘을 살아가는 고달픈 청춘들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천연덕스러울 정도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다.

더욱이 배우 김옥빈의 동생으로 캐스팅 단계부터 주목받은 배우 김고운과 그려낸 알콩달콩하면서도 서로의 삶을 용서해가는 주인공들의 호흡은 마치 관객들을 한편의 동화책에 빠져들게 할 정도 대단한 몰입감을 선보였다.

김정현의 탄탄한 연기 내공은 그저 우연한 기회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꿈꿔온 연기자가 되기 위해 달려온 그의 노력이 숨어 있었다.

학업을 잠시 쉬고 있다는 그는 “영화 때문도 있고 지금은 배우로서 작업을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기회가 왔을 때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작업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학교를 오래 다니는 동안 배우로서 할 수 있는 공부를 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김정현은 줄곧 영화작품보다는 연극, 뮤지컬 등을 통해 연기자로서의 자질을 시험해왔다. 그것이 인연이 돼서 이번 작품의 주인공으로 낙점 받는 기회를 만들어 냈다.

그는 “서은영 감독님이 오래전에 저의 공연을 보셨고 이후 SNS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다가 우연한 계기로 단편 영화를 함께 하게 됐다”며 “그때 장편 영화에 대한 얘기도 듣게 됐다. 하지만 감독님이 같이 하자는 뜻은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더욱이 김정현은 스스로 장편영화는 자신이 맡을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기까지 했다. “그저 오디션 기회만 달라고 부탁했다. 오디션도 제일 마지막 시간에 봤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그의 겸손함이 빛을 발했던지 김정현은 덜컥 주인공 자리를 꿰 찼다. 첫 장편영화인 만큼 모든 것이 긴가민가했다고 그 순간을 털어놨다.

“처음부터 많은 스태프 분들이 도움을 주셔야 가능한 부분이여서 책임감 때문에 오히려 대본에만 집중을 했다. 어려웠던 건 그 인물을 담아내는 게 쉽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편했는데 그 전에 대본을 읽고 분석을 하는 작업이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김정현의 어깨를 짓누른 건 연기에 대한 부담이 아닌 책임감이었다. 시종일관 스태프들에 대한 책임감, 주연배우로서의 책임감 등을 언급할 정도로 첫 장편영화 배우가 되기까지 심리적으로 극복해야할 과제가 순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라는 타이틀을 짊어지고 사는 삶을 선택한 것에 대해 설렘이라는 단어로 압축했다.

김정현은 “영화 ‘초인’ 전에는 공연도 하고 했었는데 배우라는 삶을 사는 것이 감사하지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포기해야 하는 것들도 생기고 더 열심히 해야 하는 부분도 생긴다. 이제 막 시작이라 배우 김정현의 삶은 설렌다”고 털어놨다.

그는 최근 일어나는 모든 것이 새롭다며 처음이라서 설레고 만나는 것도 인터뷰 자체도 대화하는 건데 사진 찍히는 것도 그렇고 손님들을 시사회에 초대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지만 기분 좋은 설렘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그간 응원해 주고 자신의 꿈을 지지해준 부모님을 비롯해 가족들에게 감사하는 뜻을 전했다. “너무 기뻐하시고 집안 어르신들이 너무 좋아하셔서 감사하고 잘해야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자신의 감정을 드러냈다.

촬영현장에 대해 묻자 김정현은 “뭔가를 배우는 일이 저한테는 흥미 있는 일인 것 같다. 체조도 할 수 있다고 해서 끌렸다. 다만 흥미와 다르게 기계체조가 쉽지 않았다. 두 달 가량 훈련했는데 팔꿈치를 다치는 부상을 당했다. 마음같이 안됐다”면서 촬영 첫 주에는 패기가 있었다며 아쉬움과 함께 웃음을 전했다.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그는 극중 역할인 도현의 천진난만한 표정과 때로는 진지한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여념이 없었다.

김정현은 “연극이나 뮤지컬에서는 진지한 역할만 했었는데 가볍고 장난기 많은 연기를 할 수 있다는 마음에 도전의식이 생겼다. 특히 도현이 슬픔을 감추는 방식에 대해 흥미를 느꼈다”며 “도현의 모습은 저와 비슷했던 것 같다. 저도 부모님이랑 잠시 떨어져서 지냈던 시절도 있었고 거기서 비롯된 외로움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갖고 있었다”고 스스로 도현에게 다가섰던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그의 고민은 따로 있었다. 김정현은 “도현은 새로운 경험을 하는 거잖아요.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것들을 만나는 감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극을 전부다 알고 있는 상태에서 새로움을 표현할 수 있을지가 가장 고민스러웠다. 그런 부분이 쉽지 않았던 것 같다”고 고충을 전했다.

김정현의 행보는 여전히 분주하다. 이미 ‘그대의 이름은 장미’라는 작품을 끝냈고 ‘마이 엔젤’ 촬영에 들어가 곧 관객들을 만날 계획이다.

특히 그는 영화 ‘초인’을 통해 첫 대면을 하게 된 만큼 “어떻게 보실까 보다는 나누고자 했던 부분들이 잘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이와 더불어 “개봉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작품 속 인물로 만났으면 좋겠다. 관객 분들이 드리는 시간과 돈도 내고 오시는 거잖아요. 책임감을 갖고 연기를 하는 배우로 성장하고 싶다”며 다시금 책임감에 대해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정현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배우가 되고자 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그는 “작품 속에서 살기 위해서 배우는 더 정성을 들여야 하고 에너지를 다해야 하는 직업인 것 같다”며 “고민이라기보다 숙제인데 좀 더 나은 연기, 나은 배우, 어떤 연기를 할 것인가 등 끊임없이 던지는 고민들이 앞으로 저를 따라 다녔으면 좋겠다”는 의미심장한 말로 각오와 열정을 대신했다.

한편 영화 ‘초인’은 말썽을 부려 도서관에서 일하게 된 고등학교 체조 선수 도현(김정현 분)이 그 곳에서 책을 500여 권 빌린 소녀 수현(김고운 분)을 만나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며 벌어지는 청춘들의 설렘과 떨림, 서로의 삶에 대한 용서를 그려낸 따뜻한 청춘 성장 로맨스다. 특히 첫 장편 영화에 도전장을 낸 서은영 감독은 책속에 등장하는 ‘초인’이라는 소제를 통해 청춘남녀의 미묘한 심리를 감각적으로 그려내 호평을 받고 있다.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