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최악의 4월’ 만든 주범 ‘경유차’가 친환경 자동차?

하늘 맑아도 안심하지 마세요. 회색 공포 미세먼지

2016-05-02     변지영 기자

경유차 배기가스가 미세먼지주범

전기차 보조금 지자체마다 들쑥날쑥
 
[일요서울 | 변지영기자]서울을 기준으로 4월 한 달간 미세먼지 없이 깨끗했던 하늘은 일주일에 불과했다. 그런데 중국 발()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자체의 대기오염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후된 경유차의 매연이 미세먼지 증가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정부는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대기오염 개선을 위해 낡은 경유차 운행을 제한하고 전기차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세먼지 주범인 경유차가 환경 친화적 자동차로 분류돼 있을 뿐 아니라 보조금 지원 정책과 인프라도 허술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가 국민 건강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 미세먼지는 장마철을 제외하면 1년 내내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고 있는 상태다.
 
4월 한 달,
깨끗했던 하늘 6일뿐
 
이달 들어 서울에서 맑은 하늘을 보기 어려웠다. 25일 국립환경과학원과 기상청에 따르면 4월 미세먼지 일평균 농도가 좋음(050/)’으로 나타난 날은 일주일에 불과했다.
 
미세먼지는 주로 탄소, 질산염, 황산염, 유해금속 성분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 먼지 속 입자 성분이 인체에 유해하다. 머리카락 지름의 약 1/25수준인 이 초미세먼지가 호흡기의 가장 깊은 곳까지 침투해 각종 질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장기간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정상인이라 할지라도 면역력이 급격히 저하되어 천식, 기관지염 등의 호흡기 질환 등 각종 질병에 노출될 수 있다.
 
서울시가 지난 주말 미세먼지의 출처를 분석한 결과, 중국에서 온 것이 59%, 수도권 등 다른 지역이 21%, 서울 시내에서 유발된 것이 20%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도 절반의 미세먼지를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환경부는 15일까지 서울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66/까지 오른 것으로 집계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일평균 권고치인 50를 훌쩍 넘어섰다.
 
민간 기상기업 케이웨더의 반기성 예보센터장은 지금까지 황사는 봄철, 미세먼지는 겨울철에 많은 것으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 계절에 걸쳐 미세먼지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고농도 미세먼지
·기관지 질환 생겨
 
세계보건기구는 미세먼지 중 디젤에서 배출되는 BC(black carbon)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미세먼지에 많이 노출되면 폐 질환을 유발한다. 초미세먼지의 경우 혈관에 침투해 협심증,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1년 이상 노출된 사람은 폐렴으로 입원할 위험이 두 배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세먼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가습이 중요하다. 실내 습도를 50%로 유지하고, 물이나 차를 자주 마셔 호흡기 점액을 유지시키면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전문가는 천식이나 만성기관지염과 같은 호흡기 질환자나 노약자, 어린이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건강한 사람도 방심하지 말고 외출할 때에는 황사방지용 마스크를 착용하길 권장했다. 또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의 외출을 가급적 삼가야 한다.
 
경유차 미세먼지
결정적 요인
 
서울 등 수도권의 경우 국내 미세먼지의 절반은 화물차, 승합차 등 경유차에서 나온다. 차량에서 나오는 미세먼지, 질소산화물 등 80% 이상이 경유차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것이다.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임영욱 부소장은 최근 미세먼지 문제가 다시 악화되는 배경에는 국내 경유차 판매량 증가라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경유차는 휘발유차보다 미세먼지 배출량이 훨씬 많다. 경유차 시동 방식이 점화 플러그가 아닌 압축 착화기 때문에 매연이나 질소산화물이 다량 배출된다.
이에 서울시는 노후된 경유 차량의 운행을 제한하고 매연저감장치 장착을 권장하는 방안을 환경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저렴한 연료비와 연비로 경유차 판매량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새로 팔린 차 10대 중 8대가 경유차다. 또 지난해 기준 국내 등록차 중 경유차 비중이 41%로 늘어났다.
 
한편, 정부는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에 클린디젤 차량, 즉 경유차를 환경친화적 자동차로 분류했다. 독일 폭스바겐이 배출가스를 조작한 경유차로 연비를 속였는데, 우리나라도 경유차를 친환경 차량으로 분류한 것이다. 현재는 시행령에서 경유차를 제외한 상태다.
 
친환경 자동차 위한 정책은 우왕좌왕
 
정부는 수도권 대기 환경 관리 기본 계획에 따라 오염 배출 정도가 심한 2005년 이전 모델을 줄이기 위해 배출가스 저감장치 설치, 조기 폐차 등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또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 차량 보급을 늘릴 예정이다.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늘었지만 충전시설 부족과 보조금 문제 등으로 선뜻 구매에 나서는 소비자가 드물다. 서울·경기 수도권에 급속 충전소가 100여 곳 있지만 걱정 없이 전기차를 타고 다니기에는 부족하다.
 
20161월 기준, 국내 전기차 충전소는 337개로 전국 주유소 12400곳에 비해 전기차 충전시설은 주유소의 3% 수준에 불과하다.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 거치는 복잡한 절차도 걸림돌이다. 여러 장의 동의서를 작성해야 하고 개인용 충전 시설도 설치해야 한다.
 
지역마다 달리 측정되는 전기차 보조금 정책으로 동일 기종에도 불구하고 무려 800만 원의 차이가 발생하기도 했다.
 
전남 순천시는 전기차를 사는 시민에게 800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반면 충북 청주시는 지자체 보조금이 없다. 이 지역 주민들이 구입하려면 2800만 원을 내야 한다. 800만 원 더 주고 전기 자동차를 사는 셈이다. 친환경 자동차 운행 관련 인프라가 불충분한 상태로 소비자들에게 구매하라고 등 떠미는 꼴이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미세먼지 주요 발생원에 대한 전국 실태조사와 관리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고농도 현상이 24시간 이상 지속될 경우에는 지자체와 협의해 차량 요일제·사업장 조업단축 등 실질적으로 배출원을 줄일 수 있는 비상 대책을 하반기부터 추진할 예정이다.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으로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한 실정이다.
 
변지영 bjy-0211@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