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누리과정’ 전쟁…2차 보육대란 현실화 되나

다가오는 어린이날…이들을 위한 지원은 나몰라라?

2016-05-02     권녕찬 기자

정부, 누리과정 예산 강제 배정 특별회계법추진

시도 교육청, “명백한 지방자치 침해끝 안 보이는 줄다리기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누리과정(3~5살 무상보육)’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두고 정부와 전국교육감 간의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상당수의 시·도 교육청 예산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전국 절반 이상의 시·도 교육청이 예산 편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2의 보육대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학부모들은 정부와 교육감간의 계속된 줄다리기에 분통을 터뜨리면서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이 보육현장에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에 떨고 있다.
 
신혼엄마들이 모여 있는 한 인터넷 카페에는 보육대란 사태를 걱정, 성토성 글들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자녀 셋을 둔 한 엄마는 첫째는 초등학생이라 괜찮지만 둘째, 셋째는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데 누리과정 지원 못 받으면 생활비도 빠듯해진다누리과정 무지 속 썩인다고 말했다. 자녀 둘을 둔 한 워킹맘은 애들 가지고 뭐하자는 건지제발 어서 매듭짓길 바란다며 조속한 합의를 바랬다. “이번에도 반짝 대책이 나올지 아니면 진짜 대란이 올지 걱정이다라고 푸념하는 젊은 엄마도 있었다. 올해 초 한 차례 불어 닥쳤던 보육대란은 정부와 국회의 예비비 편성, 각 시·도의 긴급 예산 끌어오기 등으로 넘긴 바 있지만 근본적 대책을 둘러싼 정부와 교육청의 갈등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지난 22일 기획재정부는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향후 5년간 재정 운용 방향을 논의하는 ‘2016 국가재정전략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서는 시·도교육청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청이 지방자치 교육 발전을 위해 국가로부터 받는 지원금)중 일부를 누리과정에만 사용하도록 특별회계를 신설하는 지방교육정책지원 특별회계법추진이 논의됐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내년도 예산부터 추가 국고지원 없이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적으로 편성하는 것을 입법화할 예정이다. 교부금을 누리과정에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강제성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와 교육청,
2라운드 돌입
 
이에 장휘국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은 26특별회계 신설에 대한 입장을 철회하고, 누리과정 예산을 정부 부담으로 하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정부가 주장한다하지만 매년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인건비와 학교시설비 등을 누락하거나 일부만 편성해 시·도교육청은 부족한 예산을 지방채로 빚을 내서 충당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어디서부터 꼬인 것인가
 
누리과정은 만 3~5세 어린이를 무상으로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보낼 수 있는 제도다. 2011년 이명박 정부의 시행 발표 이후 2012년부터 시작됐다. 처음에는 대상 연령이 만 5세에 그쳤고, 소요 재원도 올해 필요한 누리과정 예산 대비 4분의 1수준이어서 규모가 크지 않은 사업이었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무상 보육과정 대상을 소득에 상관없이 만 3-5세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규모가 커졌고, 무상보육이 핵심 공약으로 떠올랐다. 선거를 앞둔 포퓰리즘이라는 비난과 함께 명확한 재원 마련 대책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됐으나 큰 주목을 끌지 못했다.
 
이후 정부는 혜택 대상이 확대된 만큼 추가 재원 확보를 위한 세수 추계를 했다. 그러나 부정확한 예측, 안이한 대처 등으로 공약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재정구조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 올해 예상했던 세수보다 약 10조 원이 덜 걷히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누리과정 사업이 선거용으로 졸속 확대 개편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복지정책은 한 번 시행하면 도로 거둬들이기 힘든 만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부와 지방교육청의 모호한 역할 분담도 또 다른 갈등의 요소다. ‘교육과 보육의 경계를 어디까지 볼 것인가를 두고 양측의 견해가 다르다. 누리과정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동일한 교육을 제공함에도 서로 다른 두 부처가 담당한다. 유치원은 교육부·교육청 관할이고,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담당한다. 정부는 보육기관인 어린이집도 교육이라는 넓은 의미로 해석해야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교육청은 교육기관인 유치원에만 교부금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며 보육은 국가가 공약한 만큼 별도 국가 예산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런 제도상의 문제를 대화와 타협보다는 비판하는 교육감들에 정치적 색깔을 덧붙이고 법의 시행령을 고치는 등의 일방통행식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한다. 또 정부가 별도의 추가 지원 없이 교부금에서 누리과정을 지원한다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등의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일방적 국정 돌파를 시도했다고 입을 모은다. 하위법인 시행령 개정으로 모법인 법률에 저촉되는 일종의 꼼수라는 것이다. 일부 대학교육 전문가들은 헌법을 수호할 의무가 있는 대통령이 상위법과 어긋나는 시행령을 이용한다는 것은 치졸한 행태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앞으로의 전망은?
 
누리과정을 둘러싼 원만한 합의가 있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거라는 관측이 많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 편성 주체를 둘러싸고 계속 갈등을 빚고 있는 데다 20대 국회의 입법권력 지형이 여소야대 정국으로 바뀌어 정부의 특별회계법 추진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누리과정대책특별위원장인 김태년 의원은 지난 24일 성명을 통해 정부와 여당은 2조 원대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에 떠넘기고 여전히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총선에서 확인한 민심은 누리과정 예산은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새로운 국회가 만들어진 가운데 일각에서는 증세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운영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누리과정 예산은 정부의 잘못된 세수예측이 가장 큰 원인인 만큼 정부에서 책임지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며 하지만 증세없는 복지등 잘못된 정책 탓에 중앙정부 재정도 운신의 폭이 좁은 만큼, 지금이라도 증세 등 다각도의 방법을 모색해 전체 국가재정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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