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상 짓는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대표, 왜?

2016-05-02     강휘호 기자

비전 2020 차질 불가피…현실 타개책 나올 수 있을까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대표이사가 잇따른 M&A 실패로 울상을 짓고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대우증권과 현대증권 등 M&A 시장에 나왔던 거대 매물을 모두 놓쳤다. 더욱이 당분간 대형증권사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없어 자존심을 회복할 기회도 마땅치 않은 형국이다. 한편 실패를 거듭한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착잡한 심정으로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지만 이것이 올바른 대안이 될지 미지수다.

대우·현대證 모두 놓쳐 자기자본 업계 5위로 밀려
해외 시장으로 눈 돌려 보지만…상황 역전은 불투명

김남구 대표이사가 2020년까지 시가총액 20조원, 자기자본이익률 20%를 달성, 한국투자금융지주를 아시아 최고의 투자은행(IB)으로 만들겠다면서 야심차게 내놓은 ‘비전 2020’ 계획의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이러한 비전 2020을 위해 대형 증권사 인수로 덩치를 키우는 것이 필요했는데, 김남구 대표이사가 진두지휘하던 대형 증권사 인수전이 모두 수포로 돌아간 상황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처음 쓴 맛을 본 것은 지난해 대우증권 인수 경쟁이다. 당시 ‘재벌 2세’ 김남구 대표이사와 ‘자수성가’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의 남다른 인연으로 자존심 대결 구도가 형성됐는데, 여기서 한국금융지주가 밀렸다.

실제 박현주 회장과 김남구 대표이사는 동원증권(한국투자증권의 전신)에서 같이 근무를 했던 인연이 있다.  박현주 회장이 1990년대 말 퇴직해 미래에셋을 설립한 이후 두 회사는 치열한 경쟁을 지속해 왔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대우증권을 품에 안았다면 자기자본 7조5000억 원 규모의 우리나라 1위 증권사로 도약할 수도 있었지만 패배의 아픔을 안고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다. 그리고 자존심 회복을 위해 총력을 쏟은 것이 현대증권 인수전이다.

김남구 대표이사는 주주총회 등 자리에서 “아시아 최고가 되려면 무엇보다 회사의 덩치가 커져야 한다”며 “현대증권은 영업력이 좋은 데다 최근 실적이 개선돼 우리가 인수하게 되면 시너지가 될 것”이라고 현대증권 인수에 강한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어쩌면 마지막이었을지도 모를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자존심 회복 기회는 또 허망하게 날아갔다.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한국투자금융지주는 헛심만 쓴 꼴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 3조4000억 원 수준에서 3조3000억 원 수준의 현대증권을 더한다면 자기자본 7조 원에 육박하는 선두권 증권사가 되어 해외의 글로벌 투자금융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쟁에서 지는 바람에 이를 진두지휘했던 김남구 대표이사의 아쉬움은 더욱 크게 자리했다. 더불어 한국투자금융은 이번 현대증권 인수전에서 1조 원에 가까운 금액을 적어내면서까지 승부수를 던졌는데, KB금융지주가 써낸 금액과 차이는 불과 500억 원 내외로 알려졌다.

잇따른 실패

두 번의 실패로 한국투자금융지주는 골치가 아플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가 대형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의 입지가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인수전 실패로 한국투자증권은 미래에셋증권(대우증권 합병 기준)과 NH투자증권, KB투자증권(현대증권 합병 기준), 삼성증권에 이어 5위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라이벌로 꼽히던 미래에셋과의 격차가 벌어진 것도 뼈 아프다.

대우증권을 인수한 미래에셋의 자기자본 규모가 약 5조8000억 원, NH투자증권이 4조5288억 원, 현대증권을 인수한 KB투자증권이 4조 원 내외 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투자금융지주는 덩치싸움에서부터 밀린다. 

아울러 당분간 국내의 M&A 시장에선 이를 역절시킬 만한 매물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역전하는 것이 쉽지도 않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며 활로를 찾고는 있지만 이것 역시 묘수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다.

향후 전망은?

한편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앞으로 해외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신사업을 통한 수익 확대에 전력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리테일, 자산관리(WM), IB 부문에서 수익성을 높이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국 등 해외 시장 진출도 가속화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성공적 안착도 M&A 후유증 지우기의 일환이 될 수 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인터넷 전문은행과 시너지 극대화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증자를 통해 자본 확충이나, 대형증권사 매물을 기다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다만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인수전 결과는 아쉽지만, 비전 2020 계획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는 견해를 보인다. 

한국투자금융지주 관계자는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지 않느냐”면서 “우리는 지금까지 해온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내부역량을 강화하는 등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해외 시장 공략 등과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있지만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 “우리가 내놓은 비전 2020은 충분히 이룰 수 있는 상황이다. 인수전 실패로 인한 영향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고 선을 그었다.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