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김경진 당선인, “내년 재보선 야권 힘겨루기 연장전 될 것”

2016-04-25     권녕찬 기자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국민의당 김경진(광주 북갑) 당선인은 최근 총선에서 지역구도를 깰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 호남(湖南)은 긍정적 변화를 주도한 데 자랑스러워해도 된다며 호남의 정치적 고립 우려를 일축했다. 

김 당선인은 초선(初選)임에도 광주·전남 당선인 가운데 가장 높은 70.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사전 여론조사 등에서 중진(重鎭) 못지않은 지지도를 보여 어느 정도 예견된 이변이었다는 평가다.
 
변호사 출신인 그는 종편 정치평론으로 활발하게 활동한 이력을 과시하듯 날카로운 정국 분석도 내놓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사이 야권 힘겨루기는 총선에서 끝난 게 아니라 내년 재보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봤다. ‘90분 승부에서 우열을 가르지 못해 연장전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다음은 김 당선인과 일문일답.
 
--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주도권 싸움 속에 야권 재편 움직임이 있을 것 같다.
 
당분간 국민의당, 더민주가 각자 콧대를 세울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는 수도권을 휩쓸었다, 국민의당은 ()가 없어서 수도권에서 좋은 후보를 못 냈다 뿐이지 정당 지지도를 보라고 맞설 것이다. 더민주는 수도권 제1당이자 영남 제1야당이고, 국민의당은 호남을 장악했고 정당 지지율이 높다. 질적으로는 대등하다고 본다.
 
-- 언제까지 힘의 균형이 유지될 것으로 보는가.
 
내년 봄 재보선이 분수령이다. 재보선에서는 수도권에서도 경쟁력 있는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국민의당으로) 많이 올 것이다. 재보선 규모가 커지고 국민의당과 더민주의 당선인 격차가 크면 무게 추는 일거에 한쪽으로 쏠리게 된다. 그러고 나면 대선정국이다.
 
-- 3당으로서 국민의당은 새누리당, 더민주 사이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해야 하나.
 
국민의당은 큰 틀에서 보면 정강정책, 경제정책 등 기조에서 더민주와 큰 차이가 없다. 대체로 정책연대는 더민주와 하겠지만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극렬한 대립으로 해결 안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중간지점에서 해법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소소한 사안을 두고 쓸데없는, 불필요한 싸움을 했을 때도 조정자 역할을 할 것이다. 갈등 당사자들을 불러 술·밥 함께 하면서 조정하는 게 현실에서도 중요하지 않나.
 
--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와 호남 의원들 간 갈등 소지는 없나.
 
안 대표가 야권 지향을 벗어난다면 호남 의원들이 똘똘 뭉쳐 대항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는다면 내부적인 권력 다툼은 있을지언정 크게 싸울 일은 별로 없다. 호남 의원들도 천정배 공동대표, 박지원 의원처럼 큰 역할하고 싶은 인사와 그렇지 않은 인사로 나뉠 것이다.
 
-- 광주 ‘80’ 등 국민의당이 호남을 사실상 석권했다. 지역구 의원 기준 호남만이 국민의당에 전폭적 지지를 보내 정치적 고립 우려도 나온다.
 
과거 보수 여권으로부터만 분리됐던 호남이 녹색 돌풍후에는 야권으로부터도 분리·고립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있는 것 같다. 국민의당에 몰표를 준 데 일부 겸연쩍은 감정도 혼재된 듯하다.
 
-- 우려는 현실화될 것으로 보는가.
 
호남이 더민주가 아닌 국민의당을 선택하리라는 기류가 읽히면서 두 가지 변화가 있었다. 수도권 지지자들이 정당투표에서 국민의당을 선택했고, 영남에서는 더민주와 정의당 선택이 늘었다. 호남이 먼저 공고한 결합을 깨니 영남에서도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가 자연스럽게 깨졌다. 야권뿐 아니라 새누리당 표도 분산시켰다. 호남은 자괴할 이유도, 공포심을 느낄 필요도 없다. 오히려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었다. 지역구도를 깰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 데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 호남이 더민주에게 등을 돌린 이유 가운데 하나로 분석되는 호남 홀대론의 실체는 뭐라고 보나.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 등의 주장은 참여정부 발탁 인사 가운데 호남 출신 비율이 인구 대비 높다는 것이다. 맞다. 그러나 호남의 상실감은 호남 출신 대권 주자들이 배제되는 과정에서 나온 것 같다. 더민주 시스템에서 호남 출신 대권 주자가 생길 가능성이 있으면 어떤 이유에서든 배제됐다. 더민주는 호남에 희망을 줄 만한 대권 주자, 인재를 키울만한 구조가 안된다고 지역민들은 판단했다. 호남홀대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 호남에서도 일부는 아직 국민의당에 대한 지지를 망설이는 듯한 기류도 있다.
 
시민들께 말씀드리고 싶다. 123(더민주)122(새누리당)38(국민의당)로 절묘한 분할이 이뤄졌다. 안정적이고 심도 있게 대화할 시스템이 갖춰졌다. 국민의당이 역할을 잘할 수 있는 구조다. 호남이 만들어낸 구조다. 시민들은 안도하고 믿어주시면 될 것 같다.
 
--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시대에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는 뭐라고 보나.
 
단연 저출산이다. 출산율이 낮으니 희망이 없고 일본식 장기불황, 저성장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했다. 당장 출산율을 높인다 해도 효과를 누리려면 2030년이 필요하다. 정책적 선택의 순간이 왔다. 중국, 동남아 등의 유학생을 상대로 이민을 독려하면 경제의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사회문제도 필연적이겠지만 선택의 문제다. 제가 볼 때는 이민으로 극약처방을 하고 출산율도 함께 높여야 한다.
 
-- 초선이다. 국회에서 꼭 하고 싶은 것은 뭔가.
 
모든 예산 항목의 영수증을 스캔해 서버에 저장한다면 국민에게 예산 흐름이 공개될 것이다. 국정원 등 특별한 경우를 빼고 기관·부서마다 클릭 한 번으로 지출내역을 볼 수 있다면 예산 낭비를 감시하는 파파라치가 등장할 것이다. 뇌물성 예산은 발을 붙일 수 없게 된다.
 
-- 어떤 정치를 하고 싶나.
 
돈 많은 재벌, 관료, 힘 있는 사람들은 가만히 둬도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은 그것을 할 수 없다. 공평하게 1인당 1표를 준 것은 약자들을 보호할 패트롤을 찾아주기 위해서다. 정치는 가난한 사람을 지향하는 게 본질이지만 잘 안 되는 게 문제다. 오래도록 지향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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