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의 자동차보험 개선안 반응
“안전운전자 보험료부담 경감”vs“현실감각 떨어지는 탁상공론”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금융감독원이 ‘자동차보험 관련 불합리 관행 개선방안’을 올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불합리한 관행들이 산적해 있다고 지적받아온 부분들을 대폭 수정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과실율을 따져 보험료를 산정하거나 자동차 사망 사고 때 받을 수 있는 사망 위자료를 두 배 수준으로 올리는 등의 내용이 중심이다. 그런데 다소 갑작스러운 정부당국의 발표로 ‘준비 기간이 부족해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 혹은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를 결국은 소비자가 짊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요서울]이 자동차보험의 두 얼굴을 들여다봤다.
과실여부에 따른 할증·위자료 수준 향상 등 포함
명확한 가이드라인 부재 시 분쟁·민원 증폭 우려
금융감독원은 지난 18일 자동차보험 관행 개선안을 발표했다.
자동차보험은 다수의 국민이 이용하는 대표적인 보험상품인데, 여전히 자동차보험에 대한 금융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아 자동차보험과 관련한 불합리한 관행을 점검해 개선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개선방안은 ▲ 과실이 큰 운전자는 높은 할증률이, 과실이 작은 운전자는 낮은 할증률 부과 ▲ 사망·후유장애 위자료 등 인적손해 보험금 지급기준을 소득수준 향상 및 판례 등을 감안해 현실화 ▲ 금융소비자가 자동차보험 가입경력 인정제도를 보다 많이 활용하여 보험료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등이 다.
더불어 ▲ 피해자에게 형사합의금을 지급하기 전 일정 요건을 갖춘 경우, 보험회사가 피해자에게 직접 형사합의금(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한다 ▲ 공동인수 보험료 산출방식을 종목별, 담보별로 세분화하고, 공동인수 전 공개입찰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등 제도를 전면 개편 ▲ 자녀를 많이 둔 보험소비자가 자동차보험에 가입할 경우,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다둥이 특약 상품개발 장려 ▲ 보험회사가 소비자에게 치료비의 상세내역을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통보하도록 의무화 ▲ 서민들이 서민우대 자동차보험을 보다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홍보 강화, 등이 포함됐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업계와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세부과제별로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가급적 2016년 중 이행 완료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난폭 운전자는 높은 할증률이, 안전 운전자는 낮은 할증률이 적용돼 안전운전자의 보험료 부담이 경감될 것”이라면서 “충분하고 신속한 피해보상 가능, 소비자의 다양한 수요에 맞는 자동차보험상품 출시, 보험산업에 대한 국민 신뢰 제고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자동차보험에 대한 제반 불합리한 관행이 개선되면 안전운전자의 보험료 부담 경감으로 자동차보험의 인적손해 보험금 보상수준이 현실화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교통사고 피해자가 보다 두텁게 보상을 받게 되고, 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한 보장기능이 강화된다는 이점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자동차보험 개정안을 두고 탁상공론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아울러 제도가 너무 자주 변하거나 급작스러운 개선 움직임은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과실 비율을 따져 할증율을 계산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누가 더 잘못했는지 수치로 나누는 일 자체도 어려울뿐더러, 가이드라인이 있다 해도 소비자들끼리, 소비자와 보험사 간 분쟁·민원 발생 문제가 대두될 것이라는 부분이다.
정부의 개선안이 보험사들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녀가 많은 이들에게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다둥이 보험 역시 사실상 강요하는 정책성 상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
여타 개선 과제들도 당장 개선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평가다.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상 사망 위자료가 십 년 넘게 4500만 원에 머물러 있는데, 이를 어떤 방법으로 올릴지 미지수라는 이야기다.
한 보험설계사는 “다둥이 보험 등은 보험료를 책정할 때 사용할 위험률에 대한 통계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면서 “‘자녀가 많다=사고 위험이 적다’는 공식이 세워져야 우리도 적극적인 판매가 가능할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금융감독원은 충분한 협의를 진행해왔고, 앞으로 세부방안을 서서히 시행, 부작용 등이 없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보험사와 충분히 협의가 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자동차보험 관련 금융관행 개혁 과제를 선정하고 이를 협의하기 위하여 자동차보험 상품개발 및 보상부서의 실무자 및 부서장, 손해보험협회 및 보험개발원과 과제별로 적게는 3회, 많게는 10회 이상에 걸쳐 심도 있게 금융관행 개혁 과제를 논의한 바 있다”고 일축했다.
다둥이 특약과 향후 과제는 “구체적인 과제별 세부방안은 공표한 세부일정에 따라 일관성있게 추진할 예정”이며 “다둥이 특약 자동차보험상품의 개발 및 판매여부는 전적으로 보험회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고, 금융감독원이 이를 강제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보험사들의 차보험료 인상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도 이번 개선안과 맞물려 관심사다. 금융위원회가 차보험 손해율 산정방법을 점검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가격자유화 후퇴 여부에 이목이 몰리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동부화재가 삼성화재에 이어 보험료 인상을 결정,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는 전 회사가 보험료 인상에 동참했다. 앞서 지난해 하반기 악사손해보험 등 중소형 6개사가, 올해 1월, 3월에는 현대해상과 KB손해보험이 인상한 바 있다.
특히 대형 손해보험사들의 보험료 인상이 총선 직후 단행됐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다. 정치권에서 자동차 보험료 인상 문제가 도마에 오르면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과 대응 수위의 변화가 따를 수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