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표 두산 성적표는

1분기 대규모 실적 반전 성공

2016-04-25     박시은 기자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지난해 대규모 손실로 유동성 위기설까지 나온 두산그룹이 실적반전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두산그룹의 주요계열사들은 이번 1분기 실적에서 대규모 흑자로 돌아섰다. 전년 동기 대비 70% 이상 증가한 것이다. 박정원 회장 체제 후 첫 성적표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두산의 부활을 전망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하지만 이번 실적 반전이 구조조정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이 배경으로 지목되는 만큼 섣부른 판단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또 구조조정에서 벌어진 잡음과 이미지 개선이란 과제도 남아있다.

계열사 구조조정 화두로 재무 구조 개선
신사업·명예퇴직 논란 극복 과제 남아

박정원 회장 체제에 돌입한 두산그룹이 계열사들의 1분기 실적 개선으로 기사회생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앞서 ㈜두산은 지난해 4분기에 3000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냈으며, 순손실은 1조7000억 원에 달했다. 계열사 실적이 반영되는 지주회사의 실적 난항이 알려지면서 두산그룹은 각종 위기설에 휩싸였다.

그러나 이번 1분기에서 두산그룹 계열사들은 일제히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두산그룹에 따르면 ㈜두산은 연결 기준 1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2590억 원, 2536억 원을 기록하면서 흑자 전환했다. 다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한 3조8894억 원이었다.

두산중공업도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한 3조3085억 원이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96% 늘어난 2276억 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897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두산중공업의 경영 실적은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 두산엔진 등 자회사들의 경영실적을 모두 반영한 것이다.

이 중 두산인프라코어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94% 증가한 1112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6% 줄어든 1조4336억 원에 그쳤다.

두산건설의 1분기 영업이익은 24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4%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143억 원을 거둬 5분기 만에 흑자전환 했다. 매출은 4240억1800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늘었다.

흑자경영 전망

이로 인해 두산그룹은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이는 주식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두산건설은 실적을 발표한 지난 19일 전날보다 29.84% 급등해 상한가로 장을 마쳤다. 두산건설 지분 78.30%를 보유한 계열사 두산중공업과 두산그룹 지주회사인 두산도 각각 1.38%, 2.94% 상승했다. 이 밖에 두산엔진과 두산중공업, 두산 등도 각각 3.76%, 0.97%,  1.90% 가량 오름세를 보였다.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도 일제히 상향 조정됐다.

이와 더불어 박정원 회장의 흑자경영 계획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시선도 늘어났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은 시내 면세점과 연료전지 사업 성장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박정원 회장은 지난 3월 28일 그룹 회장직에 오르며 두산그룹의 4세경영을 시작했다. 취임식 당시 두산그룹은 핵심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실적 부진으로 실적 개선과 신성장동력 확보, 구조조정 마무리 등의 과제가 산적해 있었다.

이로 인해 박 회장은 “재무구조 개선을 통한 그룹 정상화에 온 힘을 쏟겠다. 올해 목표는 매출 19조5871억 원, 영업이익 1조4663억 원”이라고 계획을 밝혔지만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1분기 실적 개선으로 목표한 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훼손 이미지는 여전

두산그룹의 1분기 실적 개선은 계열사들의 사업실적 호전과 구조조정의 효과로 평가된다.

우선 두산인프라코어는 굴삭기 등 건설중장비의 중국 내 판매량이 25%가량 늘었다. 또 두산중공업은 지난 2월 3500억 원대의 인도 화력발전소 건설을 수주하는 등 일감 확보가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다른 측면으로는 구조조정으로 재무적인 부분이 개선됐다는 평가다. 지난해 두산그룹은 공작기계사업부문을 1조1000억 원에 매각했고, 한국항공우주지분 매각으로 3000억 원, 방산업체인 DST매각으로 3800억 원 등 약 1조8000억 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최원경 키움증권 연구원은 “두산건설은 지난해 구조조정에 따라 인건비 등 고정비가 100억 원 가까이 감소했다”며 “2분기 이후의 실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두산그룹 역시 “일부 사업 부문을 매각한 것을 포함한 구조조정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실적 개선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인력 구조조정 과정에서 잡음이 컸던 만큼 해당 문제와 이미지 개선이란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5000여명이던 직원 중 1000여명을 감축했고, 인건비 800억 원가량을 절감했다. 구조조정으로 인건비 절감효과는 얻었지만, 이 과정에서 홍역을 치렀다. 신입사원들에게도 명예퇴직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또 다른 계열사 두산모트롤은 명예퇴직을 거부한 직원에게 벽만 보도록 하는 등 조직적으로 괴롭힌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됐다. 이로 인해 두산모트롤은 지난 22일 고용부로부터 근로기준법 위반 등으로 제재를 받았다.

신입사원 명예퇴직, 면벽근무 논란이 잇따르면서 여론은 두산그룹에 비판을 쏟아냈고, ‘사람이 미래다’는 두산그룹의 홍보 카피는 ‘명퇴가 미래다’는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또 신사업의 조기 안정화가 될 때까지는 섣부른 판단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 시내 면세점의 경우 두산그룹이 처음 진출한 사업인데다가 추가 사업자 선정 검토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연료전지 사업 역시 경쟁상황을 잘 살펴봐야 한다는 관측이다.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