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대통령-친박 실세총리’ 물 건너가나
- 박 대통령·친박 입지 축소 ‘DJ동향 보고’ ‘차질’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친박계의 반기문 대통령 만들기 복안이 헝클어지고 있다. 당초 친박계에서는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통해 “반기문 대통령-친박 실세 총리론‘으로 정권 재창출 복안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20대 총선 결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정권심판으로 흐른 총선 민의를 목도하면서 반기문 카드 역시 힘이 빠지고 있는 형국이다. 새누리당의 과반의석 실패와 더불어민주당의 대약진 그리고 국민의당의 선전으로 2017 대권 방정식이 상당히 복잡다기하다.
그동안 반기문 카드는 청와대와 친박계에서 노골적 ‘러브콜’로 ‘반기문 대망론’은 탄력을 받아왔다. 친박계 내에 마땅한 대권 후보가 없다는 점이 반기문 카드에 매달리는 계기가 됐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오세훈, 김문수 등의 친박 카드마저 리더십에 상처를 입으면서 반기문 카드가 더 부상할 수 있는 계기였다.
하지만 청와대와 친박계의 합작품으로 알려진 ‘진박마케팅’의 실패로 인해 반기문 사무총장의 입지도 축소될 수밖에 없게 됐다. 친박계의 정치적 자산이 파산 직전인 상황에서 반 총장이 기댈 언덕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또한 청와대가 미는 후보라는 점도 내년 대선에서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는 지적이다.
‘영원한 책사’로 알려진 윤여준 전 국민의당 공동창준위원장은 18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반 사무총장이 친박계 대선주자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박 대통령이 적극적인 후원을 받는다면 대통령 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친박’이라는 딱지를 전면에 내세워서 차기 대권을 거머쥐기는 힘들다는 말이다. 사실상 20대 총선 결과가 박 대통령에 대해 평가한 결과물이다.
여기에 최근 반 사무총장의 ‘DJ 동향 보고’ 사실이 알려지면서 돌발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외교문서에 따르면 반 총장이 1985년 1월7일 외교부 공무원으로 미국에서 연수할 당시 망명 중이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관한 동향을 전두환 군부정권에 보고한 사실이 알려졌다. 반 총장은 미국의 학계와 법조계 인사들이 망명 중인 김 전 대통령의 안전한 귀국을 요청하는 서한을 당시 전두환 대통령에게 보낼 것이라는 정보를 하버드대 교수로부터 입수해 상부에 보고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반 총장은 그해 1월30일에도 김 전 대통령의 정보를 상부에 한차례 더 보고했다. 한국 정부가 미국 망명 중인 김 전 대통령에 대해 철저하게 감시했던 것으로 드러났고 반 총장이 일조한 셈이 됐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야당의 반기문 영입 시도도 사실상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신 군부정권에 적극 협조한 것으로 비판을 받을 소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여당 역시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살아 있고 추징금 2천200억 원 중에서 ‘전 재산이 29만원밖에 없다’며 추징금 집행에 버텨오면서 국민들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는 처지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4월 대법원으로부터 확정선고를 받고 현재까지 530억 원가량 추징을 당했다. 반 총장 역시 외교부 기밀문서가 공개되기 직전인 15일 대권 관련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안 한 채 가벼운 미소만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반 총장을 통해 ‘충청 대망론’을 지피려던 친박과 충청권 인사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새누리당 충청권 당선자들은 20일 총선 패배 이후 첫 모임을 갖고 ‘충청 대망론’을 되살리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완구 전 총리를 비롯해 이인제 의원 등 충청권 큰 인물들이 사라지면서 ‘포스트 이완구, 이인제’를 이을 인물을 키워야 한다는 데 일치를 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단 충청권에서 주목받는 인사로는 4선에 성공한 정우택(충북 청주상당) 의원과 정진석(충남 공주·부여·청양) 당선자가 각각 당 대표와 원내대표에 나서면서 입지를 넓힐 계획이다. 정진석 당선자는 이날 “충청권에서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고 정우택 의원은 “영남에 큰 인물이 없어 충청도에서 대통령이 나올 절호의 시기”라고 충청대망론에 공개적으로 불을 지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