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실제 득표율과 평균 10.7%차이. 구식 조사방법 문제
-휴대 전화 샘플 부족. 젊은층 표심 반영 못해
-20대 총선 여론 조사 관련 불법행위 3.3배 증가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4.13 총선 결과는 충격이었다. 여론조사기관의 예측이 크게 빗나갔다. 여론조사 결과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심하진 않았다. 여론조사 관련 불법행위 마저 증가했다.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있다.
지난 13일 치러진 총선 결과는 사전에 실시된 여론조사와 큰 차이를 보였다. 대표적으로 종로가 그렇다.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앞서나가던 오세훈 새누리당 후보를 꺾고 당선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KBS-연합뉴스 여론조사 결과 정세균 후보 지지도는 28.5%로, 오세훈 후보(45.8%)에 크게 뒤졌다. 하지만 실제 개표 결과 정 후보는 52.6%를 득표한 반면, 오세훈 후보는 39.7%에 그쳤다. 불과 20일 사이에 정반대 결과가 나온 것이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고길곤 교수가1월 1일부터 중앙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여론조사 1257건을 집중 분석한 바에 따르면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결과와의 차이가 평균 10.7% 차이가 난 것으로 나타났다. 50%의 지지율을 기록한 후보가 사실은 약 45%나 55%의 지지율을 받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여론조사가 실제와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로 구식 조사 방법을 꼽았다. 대표적으로 현대인의 필수품인 휴대전화 샘플 수가 적음을 들었다. 이번 총선 여론조사에서도 휴대전화 샘플이 평균 4.2%밖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샘플 100개 중에 휴대전화 번호는 4개밖에 없다는 뜻이다. 고 교수는 “휴대전화 비율이 1% 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오차를 0.11% 포인트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고 교수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기관 17곳 중 11곳은 샘플 자체에 휴대전화가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휴대전화 조사의 부재는 젊은 세대의 표심 반영을 제대로 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여론조사가 대부분 유선전화인 집 전화로 실시돼 실제 유권자의 표심과 차이가 컸다”며 “특히 2030세대의 여론조사 참여율이 극히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여론조사 자체가 부정확한 상황에서 각 정당의 후보자 공천에 여론조사 결과가 반영된다면 적절성, 공정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번 4·13 총선 과정에서 여론 조사와 관련한 불법 행위로 고발 등을 한 조치 건수가 96건에 이른다. 이는 지난 19대 총선의 29건과 비교해 3.3배 증가한 수치다.
선관위에 따르면 A 교수는 여론 조사를 하지 않고 예비 후보 B의 선호도가 가장 높게 나왔다는 허위의 여론 조사 결과 보고서를 작성해 지난 1월 언론사에 제공해 공표돼 고발 조치됐다. 이와 함께 예비 후보 C의 자원봉사자 D는 당내 경선에서 예비 후보자 C가 현직 국회의원보다 우위를 나타내는 것처럼 왜곡된 여론 조사 자료를 작성해 SNS에 공표해 고발됐다.
선관위는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여론 조사의 한계 등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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