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부회장 이재용-금융권 4大 수장 회동 ‘막후’
‘금융의 삼성전자’ … 설립 본격 나서나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기업인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이가 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유명 연예인 못지않게 주목받는다. 그런 그가 이번엔 이례적으로 금융권 수장들을 만났다. 해당 기업 관계자는 “특별한 이유 없이 인사차 만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종업계는 ‘아니다’라는데 중점을 둔다. 사업적 사전포석 의미가 담겨 있다는 의구심이다. 그는 이재용 부회장이다.
삼성생명 지주사 전환 움직임과 맞물려 이목 집중
사 측 “단순 인사차 방문, 사업적 목적 절대 없다”
업계는 그의 행보를 두고 사업선정을 위한 교두보라고 수군거린다. 이미 수차례 삼성이 금융권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는 주장들이 나온 터라 이번에도 ‘혹시나’ 하는 반응들이다.
이미 삼성 발 금융권 진출 시나리오가 상당 부분 작성됐으며 ‘금융의 삼성전자’를 노린다는 호사가들의 평도 많아 이번 논란도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이광구 우리은행장에 이어 2월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회동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부회장은 이달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도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과 금융지주 회장의 만남은 타운홀미팅(여러 명이 자유롭게 얘기하는 미국식 토론방식) 방식으로 열리고 있다.
이 자리엔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동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부회장과 한 회장 등은 인터넷전문은행,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금융권 현안과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업권별 현황, 미래 비전 등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창전밍 시틱(CITIC)그룹 동사장을 만나 금융사업 협력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국내를 찾은 거화융 유니온페이 회장과 만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2월에는 미국 주요 카드사 CEO들과 만나 삼성페이의 확대 방안을 얘기했다.
2014년에는 일본 최대 손해보험사인 도쿄해상화재보험과 중국 국영 보험사인 중국인민재산보험공사(PICC) 대표 등을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 초청하기도 했다.
사업확장 ‘관심’ 그러나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회동이 단순 만남(?)은 아닐 것이라는 해석이 분분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이 별도로 없는 삼성의 수장이 금융업계 인사를 두루 만나고 다니는 것은 분명 그 이유가 따로 있을 것”이라며 “삼성의 진출 소식만으로도 업계는 대이변이 가능한 상황이기에 그의 행보를 주목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이 금융지주 회장들로부터 국내 금융환경에 대한 조언을 듣고 금융계열사 경영 방향을 정하려고 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재계 일각에서도 이 부회장이 금융권에서의 활동폭을 넓히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금융사업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특히 자산운용 부문과 핀테크 쪽의 성장전략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집중적으로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삼성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자산운용 등 은행을 제외한 모든 금융사를 두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삼성생명을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을 벌이고 있어 더욱 주목받는다.
특히 이 부회장이 이 행장 등을 만난 시점이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5% 이상의 비금융계열사 지분(주식)을 처분(매각)하는 것을 시작으로 중간금융지주회사 단계를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 무성했던 상황이었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1월 28일 기준, 삼성생명은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카드 지분 37.45%(4339만주)에 대해 모두 인수를 결정했다. 이로써 삼성생명은 삼성카드 보유지분율을 71.86%까지 끌어올려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배구조 변환 시작되나
앞서 삼성그룹은 2013년부터 복잡하게 얽혀 있던 순환 지배구조 고리 변환 작업을 통해’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생명’으로 구조를 다져왔다.
이 과정에서 삼성생명이 지주회사로 전환해 그룹 금융계열사의 ‘중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하지만 현행법상 일반지주회사가 금융계열사를 자회사로 두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금융지주회사법에서 금융지주회사는 상장된 금융회사 주식을 30%, 비상장된 금융자회사 주식을 50% 이상 보유해야 한다는 규정이 엄연하다.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화재와 삼성증권이 1대 주주로서 각각 15%, 11.17%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 지분 7.2% 등의 계열사 주식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제회계기준 도입 시점이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점에 비춰, 일부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번에 금융권 수장으로부터 조언을 구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삼성 측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아니다”는 점을 강조한다. 삼성 관계자는 “금융 수장을 만난 사실은 있지만 사업을 염두하고 만난 것은 아니었다”며 “특히 금융사를 염두한 사전포석이라는 해석을 잘못된 것이며 이를 바로잡고 싶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이 금융수장을 만난 것은 “단순히 인사차원이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