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둘쑥날쑥한 여론조사’의 비밀

ARS는 ‘여당’… 유무선은 ‘야당’에 유리

2016-04-11     일요서울

여론조사가 널뛰고 있다. 투표일을 일 주일여 앞둔 지금 상황은 수도권 및 대전, 천안, 청주 등 수도권의 영향을 받는 대도시 판세가 오차범위 내의 경합으로 돌아서고 있다. 그럼 오차범위 이내의 경합이란 어떤 의미일까. 보통 여론조사 기관에서는 한 선거구당 500명을 조사하니까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4.4%p이다. 이는 후보 간 격차가 8% 이내에 있다면 투표함을 열어봐야 최후 승자를 확인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지난주까지 나온 여론조사 결과는 유권자들을 다소 혼란스럽게 만든 경우가 꽤 있었다. 특히 조사에 사용하는 전화번호를 집전화(유선)만 사용했는지 핸드폰(무선)을 섞어서 사용했는지, 또 ARS전화조사인지 면접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물어보는 전화면접조사인지 등의 방법에 따라 흐름이 뒤바뀌는 결과들 때문이다. 이로 인해 ‘어느 조사가 맞는 거냐’는 난감한 질문의 전화를 필자는 여러 통 받았다.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면 세종시 부터다. 3월 26일에서 28일에 504명을 조사한 엠브레인의 유무선 조사의 경우 새누리당 박종준 후보가 34.3%로 무소속의 이해찬 후보 32.3%를 2.0%p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p) 그러나 이틀 뒤인 3월 30일에서 4월 1일에 실시된 리얼미터의 유선전화+유선ARS 조사(508명 조사)에서는 이해찬 후보가 36.6%로 박종준 후보 35.9%를 0.7%p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다음은 서울 용산구 사례다. 4월 1일에서 2일에 포커스컴퍼니가 유선전화면접 100%로 500명을 조사한 결과는 새누리당 황춘자 후보가 40.0%로 더불어민주당 30.8%를 얻은 진영 후보를 9.2%p 앞서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하지만 하루 뒤인 4월 3일에서 5일 사이에 엠브레인이 실시한 유무선 조사(7:3비율)는 새누리당 황춘자 후보가 32.2%로 더불어민주당의 진영 후보(37.1%)에 4.9%p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화번호 DB·늦어진 공천으로 인지도 조사 쏟아져

물론 조사가 많이 이뤄지다 보니 그 결과들을 분석해보면 어떠한 패턴, 즉 트렌드가 엿보인다. ARS전화조사의 경우, 새누리당 후보들의 지지가 소속 정당 지지도보다 높게 나타나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격차는 15%선에서 최대 20%가 넘어 그 폭이 크다는 점이다.

또 유무선 전화번호를 함께 사용한 조사의 경우는 새누리당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격차가 10% 이내로 좁혀지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래도 핸드폰 번호 DB를 사용하면 2030대 젊은 세대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잡히기 때문에 야당 성향의 표심이 더 반영된다고 추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상반된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조사의 기반이 되는 전화번호 DB에 대한 문제와 함께 이번 총선에서 각 당의 공천이 전반적으로 늦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짧은 기간에 후보 인지도와 지지도 조사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것이 그 원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이 많은 물량들을 처리하다 보면 평일 낮 시간대에도 조사가 돌아가게 된다. 이것이 ‘고른’ 표집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물론 표집의 문제는 공표를 목표로 한 조사에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최소 할당을 반드시 맞추도록 규제를 강화하여 보완되고 있다. 또한 조사가 많아지게 되면 응답자들이 조사에 훈련되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특히 ARS전화조사의 경우, 연령대를 속이는 응답자들에 대한 문제는 솔직히 대책이 없다고 할 수 있으며 그 점이 ARS전화조사의 맹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도 자체 구축한 패널DB를 이용하거나 안심번호의 사용을 조사기관에도 허용해야 한다는 논의들을 통해 개선점을 찾고 있다.

그렇지만 여론조사 결과가 표심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지대하다. 특히 부동층의 경우 여론조사 결과로 선거의 흐름을 파악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번 20대 총선 여론조사는 그 어느 해보다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1여다야 구도인 데다 최근 국민의당 지지율이 당 소속 후보 지지율을 상회하면서 14∼5% 수준으로 재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반등의 이유는 공천 과정에서 보여준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의 ‘자기 사람 챙기기’에 대한 실망감이 ‘양당 심판’으로 모아져 있었는데 그 빈틈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잘 파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 사이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문재인 전 대표 간의 엇박자가 야-야 싸움에 이어 총선이후 당내 주도권 싸움으로 비춰지면서 지지율의 정체를 맞았다.

그럼 유권자들은 국민의당에 대한 기대를 소속 당 후보들에게까지 이어갈까? 나라의 미래를 맡겨볼 만한 후보들이란 믿음을 갖고 있을까? 유권자들의 표심은 아직은 아니라고 고개를 가로젓는 것 같다.
바로 이 대목이 이번 선거에 대한 예측이 어려운 대목이며 지금의 조사결과가 실제 투표결과와는 차이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여론조사에서는 3번을 찍어서 1번 후보와 2번 후보의 격차를 벌리고 있지만 실제 투표에서는 인물에 대한 투표와 정당에 대한 투표를 분리하는 전략적 투표를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표일을 1주일도 채 남겨놓지 않은 지금 출마한 후보들이 가장 집중해야 할 것은 자신의 지지자를 투표장으로 이끌고 가는 것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이다. 먼저 긴장을 늦추는 쪽이 조사결과와 다르게 간발의 차이로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새누리당이 갑작스럽게 ‘읍소 전략’으로 돌아선 이유가 바로 이 지점을 간파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이은영 여민리서치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