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격전지를 가다-서대문갑] ‘영원한 라이벌’ 이성헌 vs 우상호
-역대 전적 2대 2 결승전 승자는?
-이성헌 “낙선하면 정계 은퇴”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지독한 라이벌 관계다. 서대문 갑 새누리당 이성헌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후보의 얘기다. 두 사람은 친구이자 영원한 맞수다. 라이벌전답게 지역 민심은 어느 한쪽의 우위를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두 사람은 연세대 81학번 동기다. 학창시절부터 친분을 형성했으나, 정치적 노선을 달리하면서 라이벌이 됐다. 이 지역에서만 다섯 번째 맞붙게 됐다. 현재 스코어는 2승 2패다.
이번 대결에서도 두 사람은 오차 범위 내 접전을 펼치고 있다. 문화일보가 여론조사기관 포커스컴퍼니에 의뢰해 4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이성헌 후보가 39.9%의 지지율을 기록해 우상호 의원(36.4%)에 3.5% 차로 앞섰다. 적극 투표층 조사에서도 이성헌 후보(44.5%)가 우상호 의원(41.3%)에 근소한 차(3.2%)로 앞선 것으로 집계됐다.
두 후보의 순위는 매번 여론조사 때마다 바뀌고 있다. 실제 YTN이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 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우상호 의원이 41.8%의 지지율을 기록해 38.3%를 기록한 이성헌 후보에 3.5% 차로 앞섰다.
지역 민심에서도 두 후보 모두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어 결과 예측이 더 힘들다. 충현동에 거주하는 윤 모 씨(70)는 “이 후보가 지난 선거에서 낙선한 뒤 지역을 돌며 주민들과 많이 만났다”면서 “공약집을 보니 동네별 공약을 마련해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라고 이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신촌동에서 수십 년 동안 세탁소를 운영한 정달영 씨(65)는 “우 후보는 서대문·아현고가도 철거하고 신촌 거리를 깨끗하게 정비했다”라며 “동네도 자주 찾아와 이곳 주민들의 평판이 좋다”라고 평가했다.
외나무다리에서 친구가 만난 형국이다. 두 사람은 서로를 깎아내리기보다는 칭찬하고 나섰다. 실제로 이 후보는 우 후보에 대해 “좋은 언변과 인상으로 주민들에게 포근하게 다가간다”라고 치켜세웠고 우 후보는 이 후보를 “주민 친화적이고 부지런하다”라고 칭찬했다.
그럼에도 기싸움은 존재했다. 두 후보 모두 자신의 승리를 자신했다. 이 후보는 “유세 현장에서 주민들의 반응을 보니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격려 말씀에 비장한 마음까지 생긴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에 맞서 우 후보는 “지난 어떤 선거보다도 분위기가 가장 좋다”면서 “정부·여당에 대한 불신이 야권 지지로 돌아선 것 같다”고 받아쳤다.
두 후보는 선거 시작 초반부터 이번이 사실상 결승전이라며 필승을 다짐했다.
이성헌 후보는 PBC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실상 이번이 결승전입니다. 16대, 18대에는 제가 이겼고 17대, 19대는 우상호 의원께서 이겼는데 이번이 20대이기 때문에 짝수 해는 제가 이겨왔거든요. 이번에는 제 차례라고 말씀해주시는데 제가 승리를 확신하고 있습니다만 만에 하나 낙선하면 아예 정치를 접을 생각을 하고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정치생명까지 내걸었다. 그만큼 이번 선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한편 우 후보는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장 등을 지내며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산증인이다. 우 의원은 당 대변인, 최고위원 등을 지내며 인지도를 쌓아왔다.
이 후보도 마찬가지로 80년대 민주화 운동 경력이 있다. 학도호국단 총학생장, 민주화추진협의회와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 등에서 활동했다. 이후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시작으로 정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 전 의원은 김영삼 정부 시절 청와대 최연소 정무비서관을 지냈고 과거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를 지낼 당시 비서실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박근혜의 오른팔‘로 불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