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시간이탈자’, 1983년에 무슨 일이…시간 아닌 비극이탈자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지난해 영화 '더 폰' 등 시간을 소재로 하는 작품들이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주인공들의 꿈이 시간의 통로역할을 하며 사건을 풀어가는 영화 ‘시간이탈자’가 공개돼 영화 팬과 이색적인 시간 체험으로 호흡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곽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스릴러 장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물론 그 안에는 곽 감독 특유의 멜로 감성이 담겨져 있다.
영화는 시작부터 빠른 진행으로 인해 관객들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더욱이 연기파 배우 조정석과 이진욱, 임수정의 몰입도 높은 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자신들의 캐릭터를 거침없이 표현해 냈다.
또 그 과정에서 어색함이나 거친 느낌 없이 다소 복잡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매끈하게 흘러간다. 이는 탄탄한 시나리오 속에 배우들의 연기력과 감독의 노하우가 녹아들어 훌륭한 몰입감을 완성해 냈다는 것을 입증했다.
배우들의 만족도 높았다. 지난 5일 열린 언론시사 및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임수정은 “1인 2역을 맡을 수 있다는 게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며 “감독님부터 상대 배우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은 작품이다. 자신의 매력들을 카메라에 잘 담아주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한 바 있다.
이처럼 주인공들은 약 30년의 시간 차이 속에서도 각각의 시대를 밀도 있고 사실감 있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시대상에 맞춘 외모와 캐릭터들의 성격, 소품 등은 관객들에게 시대를 오가는 재미를 선사한다.
다만 영화 ‘시간이탈자’는 개봉시점이 아쉽다. 앞서 등장했던 드라마 ‘시그널’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유사하다는 점이 옥의 티다.
두 작품은 소재와 등장인물 이야기 구성이 확연히 다르지만 사건을 해결해가는 방식, 그에 따라 변하는 미래의 모습 등에서 유사한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저 시간의 통로인 무전기와 꿈이 다를 뿐이다. 이런 유사성이 관객들이 즐길 새로운 경험을 반감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이에 대해 곽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시그널’은 보지 않았다며 “이 작품은 2012년 말부터 준비를 시작해 2013년부터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2014년 초까지 다듬었다”고 강조해 비교되는 것에 다소 억울하다는 심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양 시대의 주인공들이 풀어가는 사건들이 결국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는 것도 예상했지만 다소 아쉬운 결말이다. 과거가 바뀐다고 행복한 삶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방향성은 극적 반전을 기대했던 영화팬들에게 아쉬운 대목일 수 있다.
또 스피드한 전개가 극의 재미를 반감시키지는 않지만 좀 더 치밀한 톱니바퀴를 요구하는 스릴러 장르에서는 특유의 재미를 느끼기에 다소 부족해 보인다.
이처럼 소소한 빈틈이 존재하지만 영화 ‘시간이탈자’가 주는 완성도는 매력적이다. 또 차별성을 찾기 가장 어렵다는 ‘시간’이라는 소재를 이탈이라는 표현처럼 엄연히 다른 개념으로 묘사해 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한편 영화 ‘시간이탈자’는 1983년 1월 1일 고등학교 교사 지환(조정석 분)이 같은 학교 동료이자 연인인 윤정(임수정 분)에게 청혼을 하던 중 강도를 만나 칼레 찔려 의식을 잃고 2015년 1월 1일 강력계 형사 건우(이진욱 분) 역시 뒤쫓던 범인의 총애 맞아 쓰러진다. 30여 년 간격을 두고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병원으로 실려 간 두 사람은 꿈을 통해 서로의 일상을 보기 시작하고 어느 날 건우가 1980년대 미제 살인사건을 조사하던 중 윤정이 살해 당했다는 기록을 발견하게 되면서 이를 직감한 지환과 함께 윤정의 죽음을 막기 위한 추적을 시작하는 내용을 그려냈다. 오는 13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