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전수전 다 겪은 이대호, ‘25인 개막 로스터’로 메이저리그 입성
2016-04-04 오유진 기자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굴욕적인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시작해 ‘25인 로스터’까지 진입한 시애틀 매리너스의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 도전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대호는 지난달 28일 훈련장에서 시애틀 단장과 감독으로부터 개막 로스터 확정 소식을 들으며 연봉 100만 달러도 함께 보장받았다. 특히 그는 초청 선수가 개막전 로스터에 합류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가슴이 철렁했죠. 아침에 훈련장에 도착했는데 단장하고 감독이 저를 보자 시는 거예요. 지금 시기가 시기인지라…그런데 축하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개막전 로스터 확정이라면서 말이죠”라고 25인 로스터 확정 소식을 직접 전했다.
이대호는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뤘지만 더 큰 ‘꿈’을 향해 전진 중이다. 그는 “메이저리그선수가 끝이 아니지 않냐”라며 “메이저리그에서도 잘하는 선수가 돼야 한다. 그렇게 하겠다”라고 ‘25인 로스터’진입의 성취감에 빠지지 않고 더욱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하지만 그는 “옛날부터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며 “뛰게 돼서 기쁘다. 지금 행복하다”고 말하며 기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허구연 MBC 스포츠플러스2 해설위원은 ‘25인 로스터’에 이름을 당당히 올린 이대호에 대해 “이대호는 일본보다 더 편안하게 타석에 들어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구단 측이 좋은 평가를 해서 이대호가 조금만 하면 2017년에는 전 게임 출전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앞서 이대호는 지난 2월 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프로야구 시애틀 매리너스와 인센티브를 포함한 연 400만 달러(약 48억 7000만 원) 수준으로 1년 계약했지만 스프링캠프에서 경쟁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입성해야 보장받을 수 있는 ‘굴욕 계약’을 체결했다.
그는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에서 큰 활약을 펼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MVP에 선정된 바 있다. 공을 인정받아 소프트뱅크는 이대호에게 연봉 5억 엔(약 51억6000만 원) 선에서 다년 계약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대호는 거액의 소프트뱅크 러브콜을 뿌리치고 메이저리그 입성이 아닌 ‘가능성’을 택하며 도전을 시작했다. 그는 개막 전까지 두 달가량의 시간 동안 경쟁력을 보여줘야 메이저리그에 입성할 수 있었지만 그의 모든 것을 보여주기에는 짧은 시간이었다.
그는 우려의 시각을 뒤로한 채 시범경기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서 6-10으로 뒤진 8회 선두타자로 나서 좌월 솔로 시범경기 ‘첫’ 홈런을 터뜨렸고 9회 병살타를 기록하는 등 시범경기 타율 4할(5타수 2안타)대를 기록하면서 순항했다. 또 이대호는 5경기 연속 출루 기록에 ‘멀티히트’까지 올리며 승승장구했고 시애틀은 이대호의 1루수 경쟁자 가비 산체스를 방출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을 높여갔다.
‘도전자’ 신분인 그는 매 경기가 중요했다. 이대호는 둘째 아이의 출산으로 2경기 연속 결장했지만 복귀하자마자 6경기 연속 출루를 기록하며 겹경사를 맞이했다.
과거 美 언론들은 이대호에 대해 ‘수비가 안 되는 선수’, ‘발이 느린 선수’, ‘주루 센스가 없는 선수’, ‘장타력이 없는 선수’라고 칭하며 그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제동을 걸기 바빴다. 이를 의식한 듯 그는 이번 시즌 다이어트와 남들보다 더 많은 훈련량을 보이며 연일 호수비와 좋은 타격감으로 스스로를 메이저리그로 견인했다.
한편 이대호와는 다르게 무난한 계약으로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에 걱정 없이 입성한 김현수는 시범경기 초반 연 타석 무안타를 기록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고 볼티모어는 김현수를 마이너리그에 내리거나 700만 달러를 지불하고 방출 전망까지 내놓으며 김현수 흔들기에 나섰다.
하지만 미국 폭스 스포츠의 켄 로젠탈은 지난 1일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김현수가 마이너리그 강등을 거부했다”라고 전했다. 현재 김현수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갖고 있으며 끝까지 버틴다면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에 잔류할 수 있다. 다만 경기 출전은 장담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현수는 최선의 방법으로 ‘잔류’를 택해 구단의 압박에 휘둘리지 않고 메이저리그 도전을 이어간다는 뜻을 굳건히 하고 있다. 이에 향후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를 두고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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