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비스 vs 화물연대 생존권 사수 전쟁

2016-04-04     강휘호 기자

일방적 운송수수료 인하 통보 대립 격화 조짐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현대자동그룹 계열사 현대제철과 현대글로비스 등이 운송료 인하 방침을 결정한 가운데, 화물노동자들과 끝도 없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현재 화물연대 충남지부는 현대제철 운송료 인하를 규탄하면서 노동자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현대제철 상대로 총파업을 실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화물연대 광주지부가 총파업을 강행하면서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내기는 했지만 전국 모든 화물연대 지부 및 노동자들과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향후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들의 수출은 물론 생산라인 운영, 물류 운송 등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화물연대 광주지부 이어 충남지부까지 총파업 예고
물류대란이냐 임금삭감이냐, 양보할 수 없는 문제들

현대제철과 글로비스 등을 둘러싼 화물노동자들의 파업이 산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는 화물연대 충남지부가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현대제철을 상대로 총파업을 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실제 화물연대는 그동안 운송료 인하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운송료 현실화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들어가는 등 강경한 대응을 서슴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경고도 현대제철 등 입장에선 심각한 부담이다.  

화물연대 충남지부에 따르면 충남 당진에 있는 현대제철은 지난 1월 기름값이 내려갔다는 이유를 들어 운송료를 평균 4%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화물연대는 “평균 4% 인하를 환산하면 화물노동자들의 월평균 수입 40만 원~50만 원에 해당하는 액수로 전체 순수입의 약 10%정도로 적지 않은 금액”이라는 설명이다.

또 화물연대는 현대제철이 운송료를 2015년에 이어 또 인하하는 것인데 2008년 고유가 당시 인상 이후 총 5차례를 반복적으로 인하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2008년 고유가 때 상승한 물가는 그대로인 상태에서 기름값이 하락했다는 이유로 운송료를 인하하는 것이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현대제철은 지난해 2015년 한 해 영업이익 1조40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도 화물노동자의 생존권이 달린 운송료를 후려친다”면서 “2008년 이후 물가상승이 매년 발생하는 상황에서 화물노동자들은 ‘고유가 저운임’이라는 현실에 놓여 있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고유가 당시 기업이 어려워 고통분담 차원에서 운송료 인하 제안을 했고 유가연동제를 하자고 했을 때는 이를 거절해놓고 지금은 현대제철과 현대글로비스 간 유가연동제를 한다고 하고 있다”면서 “기름값이 오를 때는 반영이 거의 되지 않는 일방적이고 불합리한 정책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현대제철이 운송료를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동부제철과 동국제강도 같이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면서 “이미 우리는 총회를 갖고 운송료 인하 저지를 위한 총력투쟁 결의대회 방침을 세웠다. 현대제철을 상대로 강력투쟁할 것을 결의했다”고 알렸다.

실제 화물연대 충남지부는 지난달 4일 오후 2시 현대제철 C지구 정문 앞에서 약 500여명이 모인 가운데 현대제철 운송료 인하 규탄 화물노동자 총력 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전쟁 종결 가능성은?

또 결의대회에선 화물연대 충남지부 김인수 지부장, 당진철강단지를 책임지고 있는 북부지회 김갑수 지회장, 현대제철1분회 손승식 분회장, 현대제철2분회 안창식분회장 등이 파업투쟁 결의의 표시로 삭발식을 진행했다.

이들은 현재 현대제철의 물류 자회사인 현대현글로비스와 1차 교섭에서 요구안을 전달했고, 2차 교섭까지 마친 상태다. 동부제철 동부익스프레스, 동국제강 인터지스에도 요구안을 전달했다. 결국 이들 화물노동자들의 주요 요구는 운송료 인하 철회와 기름 값이 인상되었을 때 대책이다.

화물연대는 “현대제철과 현대글로비스와 교섭을 통해 이견을 좁히기 위한 최선을 노력을 다하겠지만 현대제철이 대기업 욕심으로 화물노동자의 생존권을 착취하겠다는 태도로 나올 시 기존 방침대로 총력 투쟁할 계획”이라고 선언했다.

자칫 지난달 말 벌어졌던 화물연대 광주지부 카캐리어분회와 기아차 광주공장 협력 운송업체인 글로비스의 운송료 대립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또 다시 총파업과 무력충돌이 일어나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화물연대 소속 노동자들은 현대·기아차의 물류를 전담하는 글로비스 측이 카캐리어 운송료 인하 방침을 세우자 반발한 바 있다. 한때 몸싸움까지 일어났을 만큼 격렬한 시위가 이어졌다.

이들은 “화물노동자를 무시하고 화물노동자의 생존권을 유린하면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지 똑똑히 보여주겠다”면서 총파업까지 실시, 간부와 조합원 37명이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을 정도로 심각한 대립을 연출하기도 했다.

카캐리어분회가 협상에 성공, 차주 107명이 지난달 31일부터 자동차 운송 업무에 복귀하면서 일단락되긴 했지만 파업 기간 노동자와 업체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자동차 수출산업이 발목을 잡혔고, 물류대란이 예고됐던 터라 충남지부가 예고하고 있는 총파업에도 이목이 집중되었던 것이다.

한편 현대제철은 협상 과정이기 때문에 어떠한 입장이나 견해도 전할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화물연대와 충분히 대화를 하고 있는데, 회사가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향후 이들이 어떤 협상을 벌이는지에 따라서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들은 실적과 직결되는 물류대란을 맞을 수도, 화물노동자들은 임금삭감이라는 폭탄을 맞을 수도 있는 그야말로 생존권 사수 전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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