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정치인 ‘총선자금 수사’ 긴장
檢, 사정칼날 ‘번뜩’이자…“왜 옛날 일을…” 푸념도
성완종·진승현 리스트 재조명…정치권도 부담
선거 끝난 후 부정선거 고발 노리는 의원도 등장
다음 달 치러질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인천지역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경찰과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 자칫하면 선거 당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지역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천 서부경찰서는 총선 예비후보로 나선 전직 국회의원 A씨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로 B(60)씨의 금융계좌 등을 압수수색해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은 A씨의 지지자로 알려진 B씨가 2015년 9월부터 최근까지 지인 7~8명으로부터 많게는 매달 각 50만 원씩을 자신의 계좌로 입금받아 1000여만 원을 현금으로 인출, A씨 측에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는 회계처리에 차명계좌를 이용한 혐의로 현직 국회의원 C씨의 회계책임자 D씨 등 6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와 함께 C의원을 수사해 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D씨 등은 2010년 1월부터 2016년 2월까지 6년여간 C의원의 정치자금 수입·지출 계좌에서 차명계좌를 통해 본인과 직원 5명에게 평균 300만원씩 총 2억1000여만 원의 급여를 부정 지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D씨는 정치자금 수입·지출부에는 이를 급여 명목으로 지출한 것으로 허위 회계처리해 보고한 것으로 선관위는 파악했다.
뿐만 아니라 특정후보에 대해 검찰 및 세무당국의 시선이 따갑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린다. 모 검찰 수사관은 “특정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일부 인사의 돈 흐름에 의문을 품고 있다”며 총선 후 수사 예정을 숨기지 않았다.
차명계좌이용 의심
상황이 이쯤 되자 재계는 “검찰의 사정작업은 보통 총선 후로 나타났는데 이번엔 다소 이른 것 같다”며 사정이 확산되지 않을지 서초동 검찰청사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수사선상에 오른 기업은 10위권의 대기업을 포함한 5-6곳에 달한다는 소문이 나오고 있는데, 활발한 인수합병(M&A)으로 규모를 키웠거나 경영권 다툼이 있던 곳으로 전해졌다.
재계 일각에선 각 그룹의 실질적인 ‘돈줄’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IT(정보기술)분야 내지 비상장 계열사를 이용한 지분 편법증여 의혹이 제기된 회사들이 집중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10위권 A그룹은 총수가 역외펀드를 이용, 비자금 조성혐의로 내사를 받고 있으며 중수부 수사착수가 임박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전혀 근거 없는 소문이다”면서 “왜 그런 소문이 나돌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혐의사실을 적극 부인했다.
이 와중에 기업 세무조사를 전담하고 있는 서울국세청 조사4국이 동원된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나서는 정황도 곳곳에서 알려지면서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사정대상으로 거론되는 D회사 관계자는 “분식회계나 비자금 문제도 깔끔하게 정리하고 회계투명성도 높였다”며 “또 수사를 받으면 사실상 ‘회복불능’”이라고 전전긍긍했다.
정치권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털면 먼지나지 않는 곳이 어디 있겠냐며 불안해한다.
또 경쟁 후보 간 비방을 목적으로 자료를 수집하며 불편한 자료(?)를 입수한 일부 정치인이 선거 직후 부정선거로 이를 활용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혹시 모를 타깃이 될까 전전긍긍한다.
모 정치인을 돕는 선거원은 “이미 우리 영감(의원)은 이번 선거에 형식적으로 출마서를 낼 뿐 후의를 도모하고 있다”며 “이번 선거에 당선이 유력시되는 후보의 ‘불편한 자료’가 있는 만큼 선거 후 부정선거로 검찰 고발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지역구에 도전해 재탈환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는 언론사에서도 감지된다. 상대 후보를 비방하기 위한 제보가 줄을 잇고 있다. 특정 후보에 대한 마타도어는 물론 자료 수집을 통한 제보로 총선 후보 간 물밑경쟁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검찰이 자살한 성완정 전 경남기업 회장이 새누리당 전 수석대변인 김모씨에게 건넨 2억 원은 대선자금이 아닌 총선자금으로 결론내면서 수사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와 마지막 인터뷰에서 대선자금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돈은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과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각각 건넸다는 2억 원과 유정복 인천시장 이름 옆에 적힌 3억 원 등 모두 7억 원이다. 검찰은 김씨에게 건넸다는 2억 원이 이 중 일부일 것으로 추정해 왔지만 수사를 통해 이 돈이 19대 총선 직전인 2012년 3월에 건네진 사실을 확인, 총선자금으로 결론냈다. 결국 대선자금 7억 원은 고스란히 미궁에 남겨진 셈이다.
선거당락 영향
논란이 됐던 과거 총선 수사도 재조명되면서 사정당국의 수사설을 주목하게 만들었다.
2001년 `4.13 총선' 당시 진승현 전 MCI코리아 부회장이 여·야의원들에게 총선자금을 제공했다는 보도가 잇따라 검찰이 수사를 한 바 있다.
당시 정치권은 진 씨가 총선자금을 제공한 내역이 담긴 `진승현리스트'가 존재하며 또한 진씨의 자금살포 과정에서 당시 국정원 고위간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검찰의 정치인 수사가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며 촉각을 세웠다.
당시 민주당은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면서도 `진승현 리스트' 존재가 익명을 통해 유포되고 있는 데 대해 `정치불신을 가중하는 옳지 못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진승현 씨의 총선자금 제공설을 의도적인 의혹 흘리기로 간주하고 이의 중단을 촉구하면서 리스트의 공개와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당시 민주당 한광옥 대표는 이날 당무회의에 앞서 기자들에게 “수사기관이 철저히 수사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며 “우리당으로서는 어떠한 비리나 부정도 엄호할 생각이 추호도 없으며 당당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