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 생활고 가슴 아파 박봉 모아 장학금 내놓은 ‘초등교사’

2016-03-21     송승환 기자

[일요서울 | 송승환 기자]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 잇따라 장학금을 쾌척했다. 

21일 서울 고덕초등학교에 따르면 이 학교 김소희(49) 보건교사는 최근 1천만원을 학교 학교발전기금에 기탁했다.
 
고덕초등학교는 장학금 집행위원회를 구성해 김 교사의 뜻에 따라 한부모 가정과 다문화 가정 어린이를 중심으로 재학생 30명을 선정해 장학금을 전달했다.
 
김 교사는 2013년에도 사비 2천만원을 들여 고덕초등학교에 기부, 학교 측이 장학금을 조성한 적이 있다.
 
평소 돌보던 아이들의 어려운 형편을 전해 듣고 마음이 아팠던 그는 학생들을 도울 방법을 고민하다가 학교에 기부하기로 했다.
 
당시에는 김 교사의 기부 사실을 교장·교감과 동료 교사들만 알고 학부모나 학생들은 전혀 몰랐다고 한다. 한사코 외부로 알리지 말아 달라는 김 교사의 부탁 때문이었다.
 
고덕초등학교 김장수 교장은 “34년간 교직에 있었지만 이렇게 거액의 사비를 털어 학생들을 돕겠다고 나선 교사는 처음 봤다이번에는 교직원 회의에서 김 교사의 훌륭한 행동을 널리 알리는 것이 좋겠다고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동료 교사들 사이에서 기부천사로 불리는 김 교사는 교원임용시험을 거쳐 교사가 되기 전에는 간호사로 병원에서 7년간 근무하며 환자들을 돌봤다.
 
보건교사로 일하면서는 평소에도 병이 있거나 몸이 불편한 학생들을 정성껏 보살폈다. 특히 그는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일하며 아이들을 기르는 다문화가정 엄마들을 보며 늘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김 교사는 31일자 교육청 정기인사에서 다른 학교로 발령이 나 6년간 정 들었던 고덕초등학교를 곧 떠났다.
 
김 교사는 이렇게 기부 사실이 널리 알려지는 게 부담스럽다면서도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보며 늘 가슴이 아팠는데 도울 수 있어서 한없이 기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