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 격전지-용인정]표창원의 ‘표창’맞은 김종희 위원장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20대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신설 지역구인 경기 용인정 선거구가 뜨겁다. 현재 용인정에는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1호인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전략공천을 받은 지역으로 지난 12년간 용인을 지켜온 김종희 용인병당협위원장이 크게 반발하면서 본선 전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 野, 12년 용인 지켜온 원외위원장 경선 배제 ‘논란’
- 與, 중앙일보 출신 이상일 의원 출마, 야권분열 ‘변수’
야권우세洞 여권우세洞보다 인구격차 4배
여당후보보다 야권후보가 몰리는 까닭은 선거구가 신설되면서 야권 성향 동이 포함되면서부터다. 용인정 선거구는 구성동, 죽전1·2동, 보정·마북·동백동으로 구성됐다. 새누리당 후보들은 여권 성향의 상현 1·2동이 빠지고 야권 성향의 죽전1·2동이 포함되면서 불만이다. 특히 야당세가 강한 동백동과 죽전1·2동의 인구가 나머지 동보다 4배 가량 많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용인 갑·을·병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용인정 선거구는 민주당 51%, 새누리당 49%로 야당이 우위를 선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문재인 키즈’로 분류되는 표창원 전교수의 용인정 전략공천은 용인정에 경찰대가 소재하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라도 상당히 당에서 배려한 모습이다. 표 전 교수는 당초 지역구를 알지 못한 채 밝힌 출마선언문에서 “전략공천이 아닌 지역경선방식으로 공천을 신청하며 모든 절차를 공정하게 준수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용인정 전략공천이 확정된 3월7일 이후 표 전 교수는 SNS를 통해 “특혜 없이 지역경선을 치르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이와 별개로 당의 전략공천 선정 작업이 이뤄졌다”며 “공식적인 전략공천 결정 과정을 사사로운 이유로 번복할 수 없다는 당의 결정을 따르기로 했다”고 밝혔다.하지만 2004년 17대 총선에서부터 용인에서 당협위원장으로 12년간 총선때마다 출마해 연거푸 패배하다 기회를 잡은 김종희 당협위원장은 표 전 교수의 전략공천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3월8일 용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표창원 비대위원은 본인 스스로 공언한 경선약속을 지키고 내 명예를 훼손한 데 대해 사과하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표 전 교수의 전략공천을 철회하고 경선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선당후사 정신으로 당의 승리를 이끌어야 할 비대위원이 공천 초반에 자기밥그룻부터 먼저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표 비대위원은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자기 스스로 가장 먼저 자기를 공천하는 이른바 ‘셀프낙하산공천’을 즉각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이라 일컬어지는 야당의 험지인 용인 수지에서 12년 동안 원외위원장을 맡으며, 꿋꿋히 당을 지키며 밭을 일궈 왔으나 당은 오랜기간 헌신한 제게 경선의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며 “당은 전략공천 방침을 거두고, 경선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후보는 표 전 교수를 향해 “표 비대위원이 SNS를 통해 비방했다. 명예를 훼손한 데 대해 사과하라”고 재차 주장했다.
“프로라이어가 아닌 프로파일러이기를…”
특히 김 후보는 “1주일의 시한을 주겠다.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지도부의 결정이라는 핑계 뒤에 숨는 비겁한 정치인이 아니라 어떠한 특혜도 받지 않고 전략공천을 받지 않고 지역경선을 치른다고 공언한 약속을 지키는 참 정치인이 되기를 촉구한다”며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는 이유는 정치인들의 말바꾸기와 거짓말 때문이다. 당신은 ‘프로라이어’(Pro-Liar, 전문거짓말장이)가 아닌 ‘프로파일러’(Profiler, 범죄심리분석가)이기를 바란다”고 충고했다.
야권강세 지역으로 김 위원장과 표 전교수의 한 치 양보없는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역정가에서는 표 전 교수의 과거 ‘박사학위논문 표절 의혹’도 재차 불거지는 등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표 전 교수는 정치신인이지만 방송 등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쌓은 덕에 여론조사에서는 김 위원장을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야권에서는 새누리당 대변인 출신인 이상일 의원과 표 전 교수가 결국에는 격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9대 비례대표로 정치에 입문한 이 의원은 지난 2년간 용인을 지역당협위원장을 맡아오다 최근 용인정 출마로 선회했다. 이 의원은 지난 7일 “선거구 획정으로 제가 활동하던 지역이 다른 지역과 합쳐진 뒤 둘로 나뉘어 어느 한 곳을 선택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서 심사숙고 끝에 제가 살고 있는 용인의 발전을 견인할 지역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의원은 “누가 뭐라고 해도 일은 청와대와 중앙정부를 움직일 수 있는 여당인 새누리당의 국회의원이 잘 할 수 있다”며 “더욱이 경기도 지사나 용인시장도 새누리당 소속인 만큼 용인에서 여당 국회의원이 선출되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의원은 “중앙일보.워싱턴특파원·정치부장·논설위원을 하며 발휘한 안목과 기획력,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캠프 대변인·새누리당 대변인·당 원내부대표를 지내며 선보인 추진력으로 품격이 동행하는 발전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지역정가에는 야권이 다소 유리하지만 김 위원장이 막판 ‘무소속 출마’나 백의종군한다고 해도 12년간 거느린 지역 조직을 표 전 교수에게 넘겨주지 않을 경우 여당도 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표교수, 김종희 거취 야권연대 변수 '첩첩산중'
또한 국민의당 후보가 두명이나 나왔고 후보가 최종 결정될 경우 역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수도권에서 6%안팎의 지지도를 받고 있는 국민의당이다. 만약 국민의당이 후보를 낼 경우 표 전 교수는 이 의원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는 점에서 야권 분열의 희생지역이 될 공산도 높다. 결국 표 전 교수는 김 위원장과 어떻게 화해하고 이후에 국민의당 후보와 야권 연대를 해야하는 등 넘어야 할 산들이 적잖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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