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사돈 기업 ‘동아원’흥망사

계열사 30개 중견기업서 추락..불법증여 의혹까지

2016-02-29     이범희 기자

‘전두환 사돈기업’으로 더 유명한 그룹 동아원(회장 이희상)이 매각됐다.

23일 사조그룹에 따르면 지난 16일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신고를 완료하고 동아원그룹의 재무구조개선 약정에 대해 채권자 100% 동의로 승인을 받았다.

다만 매각 과정에서 딸에게 불법 증여한 의혹이 드러나면서 홍역을 앓기도 했다. 동아원의 굴곡졌던 시간을 들여다본다.

 ‘페라리 타는 와인마니아·전두환 사돈’ 수식어 독 됐나

탄탄한 밀가루 사업…설립 60여년 만에 사실상 해체

동아원의 전신은 1956년 전북 군산에 설립된 호남제분을 모태로 한다.

2012년 운산그룹에서 동아원그룹으로 간판을 바꿨다.

동아원그룹은 지배회사인 한국제분(옛 호남제분)을 비롯해 나라셀라 운산학원 해가온 등 와인·식품·사료 사업으로 확장해 2013년에는 3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페라리와 마세라티 등 고급 수입차 판매사인 포르자모터스코리아(FMK)를 계열사로 두기도 했다. 또 이탈리아 명품 의류 브랜드인 ‘발란타인’을 수입하며 패션사업까지 손을 댔다.

이 때문에 이희상 회장은 페라리를 타는 와인 애호가로 유명했다. 또 전두환 전 대통령의 3남 전재만 씨의 장인으로 세간에 더 알려져 있다.

무리한 사업 확장?

그러나 결국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2013년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789%에 이르자 2014년 초부터 동아원은 자산 매각에 나섰다. 수입차 판매사 FMK를 효성에 200억 원에 매각했고, 서울 논현동 운산빌딩과 와인 복합문화 공간인 신사동 포도플라자 등도 차례로 팔았다. 당진탱크터미널도 함께 처분했다.

외식계열사인 탑클라우드코퍼레이션(TCC) 가운데 와인바 뱅가를 제외한 탑클라우드와 더반스테이크, 더반카페 등을 정리했다. 자산 매각을 시작할 때만 해도 동아원 관계자는 “현재 주력사업인 제분과 사료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사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올 상반기 안에 그룹 비핵심 분야 자산 매각을 마무리해 유동성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며 독자 생존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가조작과 불법 증여 의혹 등으로 곤욕을 치러야 했다. 2013년 증권선물위원회가 고발한 건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동아원은 2010~2011년 자사주 매각 과정에서 주가조작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해 3월 동아원 주식이 활발히 거래되는 것처럼 꾸며 주가를 끌어올린 브로커 김모씨에 이어 동아원 전 대표이사 이모씨와 부장급 직원 정 모 씨가 구속됐다. 이어 4월 초에는 노동환 한국제분 대표 겸 동아원 제분사업부문장도 같은 혐의로 구속됐다. 노 대표는 한국제분 대표를 맡기 전 동아원 관리본부장을 지낸 바 있다. 이번 매각과정에서도 불미스러운 일로 홍역을 앓았다.

재미 블로거 안치용 씨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 `시크릿 오브 코리아’에서 “이 회장은 지난 9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호화 콘도 지분 22.65%를 딸 이윤혜 씨에게 돈 한푼 받지 않고 넘겼다”고 주장했다.

안 씨는 “전재만 씨도 같은 날 캘리포니아 주 법상 부부 중 1명이 부동산을 매입하면 자동으로 남편에게 지분 절반이 인정된다는 점을 고려해, 자신의 지분을 아내인 이 씨에게 무상양도하는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덧붙였다.

이 콘도는 2007년 12월 이 회장과 당시 26세인 아들 이건훈 씨가 각각 68.1%와 31.9%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매입 당시 가격은 248만 달러(약 29억 원)로 이 가운데 100만 달러는 은행대출이라고 안 씨는 지적했다. 이후 이 회장은 2009년 4월 자신의 지분 중 45.45%를 딸 윤혜 씨에게 100만 달러에 매도하는 계약서를 작성했고, 전 씨는 한국 정부의 재산 추적에 대비해 같은 날 자신의 지분 전체를 아내에게 무상양도하는 계약서를 작성했다는 게 안 씨의 설명이다.

그는 “이 회장이 전 씨 부부에게 콘도 지분 일부를 넘길 당시 동아원은 자금난으로 각 계열사의 매각에 힘쓰던 시기”라며 “이 회장이 사전에 자신의 재산을 자녀에게 빼돌렸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안 씨는 또 “이 회장은 캘리포니아 주 나파 카운티에서 전 씨가 운영하는 와이너리를 중국 국영기업에 매각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사정당국이 이희상 회장에게 칼을 겨누진 않고 있다. 다만 관련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경우 수사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이 직간접적으로 지시했거나 관여했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언제라도 사정당국에 불려갈 수 있다. 앞서도 이 회장은 검찰의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 수사를 받은 바 있다. 그는 당시 비자금 조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결국 추징금 일부를 환수당했다.

이처럼 악재가 겹치다 보니 결국 동아원은 사조그룹에 인수되면서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사조그룹은 지난 22일 한국제분㈜에 대한 1000억 원의 유상 증자를 실시하여 83% 지분을 확보하고 24일 이사회와 임시주주총회를 잇따라 개최, 경영권 인수를 확정했다.

이로써 한국제분㈜, ㈜동아원은 물론 미국 캘리포니아 와이너리 회사인 ㈜코도 (지분 100%), 논산에 소재한 양곡처리 가공업을 영위하는 한국산업㈜, 양돈업을 영위하는 ㈜천안팜 등 8개 회사가 사조그룹 계열로 최종 편입됐다.

동아원은 3월 중 1000억 원의 전환사채 발행과 미국 코도법인의 PET 사업부를 매각하고 연말까지 각종 무수익 자산을 과감히 매각하여 2000억 원 이상의 차입금을 상환, 부채비율을 150% 이내로 줄일 계획이다.

3강 경쟁구도 형성

한편 사조그룹은 자사 식품 계열사에 원활하게 제분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동시에 사실상 주요 업체들의 독과점 형태로 유지되고 있는 제분업계에 미치는 영향력도 확보했다. 이로써 국내 제분업계는 CJ제일제당·대한제분 그리고 사조그룹의 새로운 3강 경쟁 구도가 이뤄지게 됐다.

사조그룹이 동아원 인수를 통해 그들이 의도했던 대로 식품산업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을지 국내 제분업계와 식품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