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 중앙정부와 전면전 선포?
민주평통 사무실 강제퇴거…“앞으로 민주평통에 재정 지원 중단”
2016-02-29 장휘경 기자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경기도 성남시(시장 이재명)는 사전 예고대로 지난 23일 오전 9시 행정대집행(行政代執行·행정상의 강제 집행 수단의 하나로 행정법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람을 대신하여 행정 관청이 직접 그것을 하거나 제삼자에게 대신하게 하고 의무자로부터 비용을 징수하는 제도)을 실시해 시청사 안에 입주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民主平和統一諮問會議) 성남시협의회 사무실을 강제 퇴거 조처했다.
역사상 최초의 일이 성남시에서 벌어지면서 전국의 시ㆍ군 청사에 무상입주해 있는 민주평통 사무실의 외부이전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성남 민주평통은 이삿짐센터에 의해 밖으로 내쳐지는 수모를 겪어야만했다.
시(市)는 시청사 4층 평통 사무실 앞에서 박철현 회계과장이 행정대집행 영장 집행을 고지하고 나서 공무원과 이사업체 인력 등 15명을 동원해 사무실 안에서 책상, 탁자, 의자 등 집기류를 들어냈다. 행정대집행 비용 200만 원은 나중에 평통에 청구하게 된다.
시 관계자는 “사무실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차례 공문을 보내는 등 평통 측에 이전을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며 “불가피하게 행정대집행을 공문으로 예고하고 이행했다”고 설명했다.
민주평통 성남시협의회 관계자는 “시가 사무실 이전 요구를 해 시 측과 수차례 구두 협의를 하고, 이전할 사무실을 알아보는 등 노력했는데 ‘묵묵부답’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지난 16일에도 회의를 소집했지만 이전 반대 의견이 많았다. 임원 회의를 열어 이전 대상지에 대한 의견을 다시 수렴했다”고 말했다.
앞서 시의 사무실 이전 요구가 수차례 있었고 행정대집행이 예고된 데다 평통 관계자들이 사무실로 나오지 않아 집행 과정에서 물리적 마찰은 빚어지지 않았다.
시에 따르면 시청사 동관 4층 134㎡ 규모의 평통 사무실은 협의회장과 사무국장, 상근 여직원 등 3명이 주로 사용해왔다. 시는 사무공간이 부족해 150여명이 근무할 최소 3실 650㎡ 이상이 필요하고 앞으로 행정수요 증가에 따른 인력 증원 및 조직 신설로 사무공간 추가 확보가 불가피한 실정이라며 평통 측에 사무실 이전을 요구해왔다.
평통 성남시협의회는 시가 제시한 사무실 이전 대상지 가운데 분당 탄천종합운동장에 사무실(80㎡)을 마련해 이전했다.
성남시는 2009년 11월부터 청사 4층 사무실을 3년 동안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평통에 제공했다. 이는 성남시장실(62㎡), 도내 23개 시·군 청사에 입주한 평통 사무실 평균 면적(62㎡)보다도 배 이상 큰 ‘호화 사무실’이었다.
시 관계자는 “탄천 사무실에 대한 무상임대 여부 등은 민주평통 측과 아직 구체적인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추후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市, 최근 3년치 관련자료 제출 요구
한편, 이재명 시장은 민주평통 사무실을 외부로 이전하면서 4가지 제재 수단도 발표했다. 4가지는 ▲대체사무실 지원하지 않고 ▲무상임대기간 이후 사용한 사무실에 불법무단점유 변상금부과 ▲재정지원 일시 중단 ▲3년치 활동내역 보고받고 감사 착수다.
이에 성남시는 그동안 평통에 지원한 보조금 사용내역에 대해 전면 감사(監査)에 들어갔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평통에 대해 자치단체가 감사를 벌이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어서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이재명(51) 성남시장(더불어민주당)은 “평통은 그동안 시민 세금으로 보조금을 지원받고도 스스로 사무실을 마련하지 않고, 시민들의 공간인 시 청사를 무단 점유하고 사용했다”며 “보조금이 제대로 집행됐는지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할 것을 관련 부서에 지시했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이에 따라 시는 평통 성남시협의회에 최근 3년치 시 보조금 2억5688만 원의 사용내역 등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이들의 적정성 등을 집중 감사할 예정이다.
지방자치단체는 협의회 설치·운영 및 사업 등에 필요한 경비 일부를 지원할 수 있는데, 성남시는 자문위원 통일연수비(해외 포함) 명목으로만 지난 3년 동안 2700만~8700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민주평통 사무실은 아방궁?
전국 일선 시군 청사에 무상입주했던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새마을운동협의회, 한국자유총연맹 등 3개 관변단체는 그동안 대부분 외부로 사무실을 이전했다. 해당 시군 선거관리위원회의 경우 시 군 청사에 입주했었으나 외부로 이전했다. 선거 중립성이라는 명목 때문에라도 외부 사무실 이전은 올바른 논리다.
하지만 아직도 상당수 민주평통은 전국 시군 청사에 ‘꿋꿋이’ 공짜로 눌러 앉아 있다. 평통은 15개 시·도별 지역회의, 256개의 국내외 지역협의회로 꾸려져 있으며 상당수가 시군 청사에 입주해 있다.
경기도의 경우 31개 시군 중 행정대집행이 이뤄진 성남시를 제외한 22개 시군 청사에 아직도 민주평통 협의회 사무실이 존재한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조직개편에 따른 인력증원 등으로 비대해진 조직 때문에 볼멘소리가 나온다.
전국 시군의 사무실은 턱없이 부족하고 비좁은 실정이다. 환기도 채광도 제대로 안 되는 지하청사 임시사무실에 공무원이 근무중이거나 회의가 없을 때 대·소회의실을 빌려 임시 사무실로 ‘변통’하는 곳도 많다.
반면 민주평통 사무실은 ‘별장’ 또는 ‘아방궁’으로 불린다. 협의회장, 사무국장, 여직원 등 3명이 평상시 근무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대부분 여직원 1명만 상주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지자체도 알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다. 대통령 직속기구로 법이나 시행령의 보호를 받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평통은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인 1981년 범국민적 통일정책 수립을 추진한다는 명목으로 헌법상에 규정해 만든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법 시행령에는 ‘평통 지역회의 사무실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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