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크스도 날려버린 LPGA 2년차들의 돌풍

2016-02-22     김종현 기자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왕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루키들이 2년차에 접어들어 또다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맹위를 펼치고 있다. 올해는 올림픽 진출을 놓고 한국 선수들 간의 경쟁이 올림픽 메달 획득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각자가 절박하다. 더욱이 세계랭킹 2위인 박인비(28·KB금융그룹)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티켓 3장 모두 2년차들의 가시권 안에 들어와 있어 올 여름 누가 웃을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개막전부터 휩쓸고 있는 2년차 3인방…신인왕 쟁탈전 아쉬움 설욕
언어장벽 뛰어넘는 뛰어난 적응력…경쟁자지만 좋은 우애 돋보여


시즌 초반부터 한국 선수들의 우승소식이 이어지면서 LPGA는 한국 선수 천하로 불린다. 지난해 ‘슈퍼루키’로 주목받았던 김효주(21·롯데)는 지난 시즌 만족할 만한 성과는 아니지만 우승 1회를 포함해 톱10에 9차례나 이름을 올릴 정도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

그 상승세를 이어가 그는 올 시즌 개막전인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을 우승으로 장식하며 기선제압에 나섰다. 세계랭킹도 6위까지 뛰어오르며 올림픽 출전권에 대한 가능성도 높이고 있다.

김효주와 함께 미국 무대에 진출한 김세영(23·미래에셋)과 장하나(23·BC카드)도 김효주의 맹공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이미 김세영은 지난해 극적 역전승을 일궈내며 3승을 챙겼고 유력한 신인왕 후보였던 김효주마저 넘어서며 일찌감치 2015 LPGA 신인왕자리를 차지했다. 올해 김세영은 그 기세를 몰아 올림픽 출전과 메이저대회 우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더욱이 올해 4승 이상을 올려 LPGA 투어 1인자 자리에 오르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가지고 있다.

지난해 아쉬운 준우승만 4번을 차지했던 장하나 역시 올해 필승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는 LPGA 투어 두 번째 경기인 코츠 골프 챔피언십에서 그토록 바라던 우승을 거머쥐며 더욱 단단해진 경기력을 선보였다.

장하나는 지난 7일 미국 플로리다 주 오칼라의 골든오칼라 골프장(파72·6541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30개 홀을 도는 강행군 속에서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를 기록 ‘천재소녀’ 브룩 헨더슨(18·캐나다)을 2타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이들의 실력은 경기결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간 루키 2년차들은 고전을 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2년차 징크스’라는 속설이 있었지만 이들은 보란 듯이 2년차 징크스를 날리며 뛰어난 적응력을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김효주는 아직 영어가 서툴지만 동료들이 통역을 맡을 정도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김세영과 장하나는 1년 만에 통역 없이도 인터뷰를 할 만큼 언어장벽을 말끔히 해소해 현지 관계자들의 칭찬이 자자하다.

출전권 3장 놓고
필승 다짐


이처럼 징크스를 무색하게 할 만큼 2년차들의 분발에는 올해 열리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권이 큰 동기부여를 발휘하고 있다.

골프는 오랜 기간 사랑을 받으며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지만 정작 올림픽에서는 찬밥신세였다. 하지만 이번 리우올림픽에서는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며 112년 만의 부활을 알렸다.

이 때문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골프선수들의 관심이 올림픽에 쏠려 있다.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올림픽이니 만큼 메달권 진입이 현역선수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인 것이다.

이에 골프 강국들은 국가 내 경쟁이 치열하다. 통상 한 국가에 남녀 각각 2장의 출전권이 주어진다. 다만 세계랭킹순위 15위권 안에 있는 선수가 4명 이상인 국가에 한해 모두 4장의 출전권이 부여된다. 한국여자골프선수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이미 한국 선수들은 15위권 안에 이미 7명이나 자리 잡고 있다.

2년차들의 순위도 박빙이다. 김세영이 5위, 김효주가 6위, 장하나가 9위에 랭크돼 있다. 또 그 사이 유소연이 7위에 이름을 올려 출전권을 향한 쟁탈전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2년차 3인방의 올림픽 출전권 경쟁은 예측불허다. 김세영이 앞서고 있지만 나머지와의 격차가 크지 않아 1~2경기 우승만으로도 충분히 역전이 가능한 수준이다.

우선 3인방 중 선두를 달리고 있는 김세영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LPGA투어 29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 3회를 포함해 톱10에 13회 이름을 올렸다. 컷 탈락도 겨우 2차례에 불과하다. 올 시즌도 아직 우승은 없지만 개막 2연전에서 2위-3위를 기록하며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김세영은 장하나와 같이 호쾌한 장타에 정교한 아이언 샷이 장기다. 집중력이 빼어난 그는 환상적인 클러치 능력으로 종종 기적을 일으키곤 한다.

‘장타소녀’라는 별명을 가진 장하나는 이미 학수고대하던 첫 우승을 챙긴 가운데 올 시즌 그린 적중률 86.1%를 기록해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도 우승은 없었지만 톱10에 8차례나 이름을 올렸다. 2년차 들어 더욱 완성도 높은 샷을 선보여 장하나의 반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사람과 달리 김효주는 물 흐르는 듯한 스윙과 컴퓨터 샷이 강점으로 꼽힌다.

또 국내투어에서 단연 돋보이는 성적을 거뒀던 경험을 되살려 올 시즌 어떤 성적을 일궈낼지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더욱이 김효주는 올해 올림픽까지 국내 대회는 출전을 하지 않기로 하는 등 LPGA에서 승수를 쌓아 확실한 올림픽 출전경쟁의 승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강 뒤흔들 2년차 주목

이들 외에도 지난해 신인왕 레이스에서 저력을 보인 이민지(21·호주)와 앨리슨 리(21·미국) 등 두 교포 선수도 2년차 전쟁에 가세했다. 이들은 올해 한 계단 향상된 기량으로 승전고를 올리겠다는 복안이다.

또 지난해 루키 시즌에서 투어 카드 상실이라는 실패를 맛봤지만 퀄리파잉스쿨(Q스쿨)을 통해 올해 다시 투어 카드를 받아든 펑시민(20·중국)도 주목할 선수다. 여기에 지난해 조건부 출전권자에서 올해 풀시드권을 확보한 ‘골프 신동’ 출신 양자령(21·SG골프)도 LPGA 판도를 뒤흔들 핵심 선수로 꼽힌다.

이와 함께 캐나다 골프 신동 헨더슨의 기세도 눈여겨볼 만하다. 현재 세계랭킹 1위인 리디아 고(18·뉴질랜드)와 동갑인 헨더슨은 아마추어 신분으로 LPGA 투어대회를 비롯해 프로 대회에서만 6차례 우승한 전력이 있다.

지난해에는 비회원 신분으로 10차례 대회에 출전, 우승 한 번과 3위, 5위를 각각 한 차례 기록하는 등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올 시즌에는 30개가 넘는 대회에 출전하겠다는 뜻을 밝힐 만큼 의욕이 넘친다.

이 밖에 시즌 세 번째 대회인 호주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로만 9언더파 63타를 쳐 단독 선두로 나선 김수빈(23)도 2년차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김수빈은 초등학교 때 캐나다로 영어 유학을 떠났다가 골프를 시작한 현지 해외파로 2014년 Q스쿨에서 11위로 투어에 입성했지만 지난해 상금랭킹 102위에 그쳐 올해 풀시드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호주오픈 1라운드에서 두각을 나타내 관계자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올 시즌 LPGA는 2년차들의 대결만으로도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시즌 초반부터 징크스를 날린 3인방 주도의 반란이 세계랭킹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리디아 고와 박인비의 견고한 2강 체제를 뒤흔들 수 있을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히 당찬 2년차들의 올림픽맞대결도 기대해볼 만하다.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