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샷법 국회 통과 짚어보기
삼성·롯데 신사업 재편‘속도’…철강·해운 구조조정 ‘숨통’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여·야 줄다리기 끝에 경제 활성화 법안인 ‘기업 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이 통과됐다. 이 법안은 오는 8월부터 시행된다.
법안 통과로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 러시에 더욱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한진과 대림 등이 최근 계열사 합병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를 강화하거나 후계 승계구도를 가시화했다.
삼성, 현대차, 롯데, 한화그룹 등도 후계 승계과정에서 지배구조에 대한 추가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반면 수익성이 악화된 사업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에 대한 세금이 감면되면서 '재벌 특혜법'으로 오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여기에 재벌 총수 일가의 전횡과 편법승계 등으로도 악용될 소지를 안고 있다.
M&A, 지주회사 전환 가시화...경제활성화 기대
재벌특혜법 논란…경영권 편법승계 날개 다나?
원샷법은 기업 인수·합병(M&A) 등 사업재편 관련 절차나 규제를 하나로 묶어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강제전환에 따른 규제 유예 기간을 1년 늘려주고 지주회사의 증손회사에 대한 의무 지분보유율을 기존 100%에서 50%로 완화하는 내용 등이 대표적이다.
간이합병 요건 완화, 주식매수청구권 개선 등 상법 관련 특례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경제살리기 법?
원샷법 통과로 기존 지주회사들은 물론 대기업들의 지주회사 전환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주회사들은 신성장동력 창출, 부실사업 매각, 자회사 인수합병 등에 더 여력을 갖게 되고 지주회사가 아닌 기업들은 자회사들의 손자회사 공동출자 허용, 증손회사 지분율 완화, 부채비율제한 완화 등으로 지주회사 전환이 보다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실제 이미 지주회사로 전환한 LG그룹 외에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등 대기업이 원샷법을 계기로 지주회사 체제로 변신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모 신문에 보도됐던 내용을 그룹사별로 재구성해보면 올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개편 과정에서 가장 주목 받는 곳은 제일모직이라고 한다. 시장에서는 제일모직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삼성그룹의 제조업부문만 보유하거나, 제조업부문과 금융부문을 동시에 지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법상 금지된 지주회사의 제조와 금융 부문 동시 지배가 허용된다면 제일모직의 가치는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신문은 또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현대글로비스도 눈 여겨볼 필요가 있다. 현대차그룹의 후계 구도는 일찌감치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으로 정해져 있다. 전문가들은 정 부회장이 지분 31.88%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의 기업 가치를 끌어 올려 현대모비스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모비스 지분 0.7%를 들고 있다. 또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지분 20.8%를 소유하고 있으며, 현대차는 현대글로비스 지분 4.9%를 소유하는 식으로 순환출자 고리가 이어져 있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순환출자, 금융자회사로 복잡한 계열관계가 이어져 있지만 그룹 3세가 주력계열사 지분을 지극히 낮게 들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앞으로 그룹 3세가 소유한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엔지니어링의 가치를 높여 현대모비스 등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샷법의 특혜는 재벌기업도 해당될 수 있으며, 지주회사 변화의 시대가 개막될 수 있는 시발점”이라며 “지주회사에 대한 투자의견 비중 확대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또 철강과 석유화학, 조선과 해운 등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과잉 공급으로 최근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종들에게 당장 ‘구조조정’이라는 돌파구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경제활성화 여부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고 재벌의 편법승계 등을 위해 오·남용될 소지가 있다고 의구심을 품고 있다.
‘재벌특혜’ 과열 양상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부소장 김성진 변호사)는 논평을 통해 “현 정권은 마치 원샷법의 제정이 무산되면 우리나라 기업의 구조조정이나 인수합병 등이 불가능해질 것처럼 주장해왔지만 원샷법은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기업의 구조조정과는 큰 관련이 없는 법이다”라며 “원샷법의 핵심은 ‘주주총회의 실질적 무력화’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법안의 악용 가능성에 대해서 법안 내 방지장치를 마련했기 때문에 원샷법이 재벌대기업의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나 지배구조 강화에 악용될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법 자체로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고 시행령 제정에 따라서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워 실효성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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