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적임자”…자유총연맹 회장 선거 또 ‘집안싸움’
경찰청장 출신 허준영 vs 청와대 홍보특보 출신 김경재
[일요서울 | 송승환 기자] 15·16대 재선 국회의원 출신인 김경재(73) 전 청와대 홍보특별보좌관(홍보특보)이 지난 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제16대 한국자유총연맹회장 출마를 공식선언하면서 대표적 보수단체의 ‘중앙회장’ 자리를 놓고 경찰청장 출신 허준영(63) 전 회장과 각축전이 본격화됐다. 김 전 특보가 출마를 선언한 데 대해 주요 언론도 큰 관심을 보였다. 청와대 출신인 김 전 특보가 도전장을 던졌다는 점에 주목한 것. 김 전 특보는 현재 대의원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허준영 전 회장과 달리 아직 뚜렷한 지지 세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청와대 특보와 국회 의정활동 등으로 쌓은 전국적인 인맥을 바탕으로 오는 2월 25일 선거 전까지 지지세를 확산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 전 특보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과와 교훈을 창조적으로 융합시키는 이른바 산민통합(産民統合)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특보가 지난 1월 펴낸 『박정희와 김대중이 꿈꾸던 나라』라는 책에는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상징이라 할 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애를 재조명하고, 역사적 화해와 국민화합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 전 특보는 “우리는 갈가리 찢겨진 이 사회를 통합하고 하나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코드, 이른바 산민통합을 이뤄야 한다”며 “그리고 그것은 바로 박정희와 김대중의 공통코드를 발견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 홍보위원장,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 홍보본부장을 지냈던 김 전 특보는 2012년 대선 때는 박근혜 후보의 손을 잡았다. 그는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대통령비서실 홍보특보를 역임했다.
김 전 특보는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던 얼마 전 어떤 선배에게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 출마를 권유받았다”며 “자유총연맹을 명실상부한 ‘통일운동의 선봉대’로 만드는 게 목표다”고 밝혔다.
자유총연맹, 중앙회장 선거 행자부 개입 논란
한편, 자유총연맹은 최근 선거를 앞두고 집안 싸움이 벌어져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허준영 전 회장이 퇴임 전 임명한 자유총연맹 제16대 중앙회장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8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행정자치부가 회장 선거에 개입해 불법관권선거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행자부가 청와대 홍보특보를 지낸 김경재 후보에게 선관위 회의 내용을 전달해주는 등 선거에 개입했으며, 회장 직무대행을 갈아치우는 등 인사에도 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 전 회장은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하고자 회장직에서 물러나기 전 김영대 부회장을 회장 직무대행으로 임명하고, 선관위를 구성해 위원들을 위촉했다.
그러나 행자부는 연맹 정관에 따르면 회장 유고시 선임자가 직무대행으로 임명돼야 한다며 선임자인 이한정(65) 부회장을 직무대행으로 임명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달 15일 취임한 이 대행은 16일 허 전 회장이 구성한 선관위원들을 해촉하고 새로운 선관위원들을 임명했다.
허 전 회장이 임명한 선관위원들은 “회장이 사망·질병 등으로 유고시에는 정관상 최선임·최연장자가 직무대행직을 수행해야 하지만, 선거 등으로 잠시 공석이 됐을 때는 직무대리규정을 적용해 회장이 직무대리를 선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자유총연맹 측은 공식 입장을 발표하며 해촉된 선관위가 주관한 기자회견은 “불법단체의 허무맹랑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연맹은 특히 선거에 입후보한 허 전 회장이 구성한 선관위는 기본적인 공정성이 의심될 뿐 아니라 위원 모두가 허 후보자의 이해관계자 또는 대의원이라고 지적했다.
연맹은 또 “이들이 공정한 선거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연맹 사무총장의 정상적 행정절차를 문제 삼아 형사고발과 직무정지, 선거권 박탈 등 특정 후보에 유리한 편파적 결정을 남발했다”며 연맹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선관위원 해촉과 재구성이 처리됐다고 덧붙였다.
연맹 내·외부에서는 중앙회장 선거를 불과 며칠 앞두고 해촉과 고발, 기자회견 등이 이뤄짐에 따라 이번 선거도 이전투구 양상을 보일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자유총연맹 중앙회장 선거에서 집안 싸움이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허 전 회장이 당선된 지난해에도 선거 직전까지 사무총장을 맡고 있던 인사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해 법정 다툼까지 벌이는 등 진흙탕 싸움을 벌인 바 있다.
한국자유총연맹은 어떤 단체?
한국자유총연맹은 한국반공연맹 이사장이던 정일권 전 국무총리 등의 발기로 1989년 2월 10일 창립총회를 가졌고, ‘한국자유총연맹 육성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 통과됨으로써 1989년 4월 1일부터 정식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자유총연맹의 취지문에는 “자유와 평화 없이는 민주주의는 없다. 민주라는 이름 아래 자행되는 어떤 독재나 폭력도 우리의 복지를 보장할 수 없다"고 선언하고 있다.
단체의 운영자금은 국공유재산 및 시설을 무상으로 대부받거나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기타 지방자치단체의 경비보조도 가능하도록 공식화되어 있으며 재정자립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각종 수익사업을 개발·추진하고 있다.
본부 기구로는 의결기관인 총회 및 이사회와 집행기관인 사무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요 활동은 국제반공기구와 연락 및 정보교환, 각종 국제회의 참여, 통일대비 민주시민교육, 남북교류대비 소양교육, 자유수호웅변대회 개최, 자유민주연구소 운영, 각종 홍보활동, 기관지인 월간 〈자유공론〉, 격주간 〈자유신문〉을 발간한다.
또한 1989년 6월 24일 서울시의 지원과 통반조직을 동원해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범시민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광역시·도 단위의 지부와 시·군·구 단위의 지회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