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투자전략-연휴가 길어서 차라리 다행?
설 기간 글로벌 증시 급락
안전자산 선호현상은 강화
설 연휴 기간 글로벌 증시 급락과 안전자산 선호현상 강화가 나타났다. 특히 낙폭이 컸던 일본증시 Nikkei225 지수는 지난9일 -5.4% 하락한 이후 어제도 -2.3% 하락하며 이틀간 낙폭이 1290포인트에 달했다. 연초 1만9000포인트에서 시작한 지수는 1만5713.39포인트 까지 하락했다.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화되며 엔화의 가치가 상승한 것이 최근 일본증시 약세의 원인으로 꼽힌다. 아베노믹스의 핵심인 금융완화 정책이 마이너스 금리를 감수하는 등 초강수를 뒀음에도 불구하고 한계를 드러냈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완화를 통해 일시적으로 균형을 벗어났던 일본 경제가 새로운 균형을 찾지 못한 채 이전 균형으로 회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금융 정책을 통해 시행 초기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생산, 소비 등 실물경기의 회복이 지속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럽증시 또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심화된 가운데 독일 산업생산이 예상보다 부진하게 발표된 것이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독일 DAX30 지수는 9000포인트, 프랑스 CAC40지수는 4000포인트를 이탈하는 등 마디 지수에서의 지지 또한 쉽지만은 않은 모습이다.
일본과 유럽의 최근 하락에서 나타난 공통된 특징은 금융주의 약세였다. 마이너스 금리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가 은행주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함께 유럽에서는 도이치방크, RBS, 크레딧스위스 등 주요 은행의 CDS프리미엄이 동반 급등했다. 이들 은행의 CDS프리미엄은 2012년 유럽 재정위기가 재부각 된 이후 최고치로 상승했는데, 이는 바젤 3을 충족시키기 위해 일부 은행들이 발행한 코코본드에 대한 디폴트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국내증시를 둘러싼 매크로 환경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유가, 수출, 환율 등 국내증시를 둘러싼 매크로 지표는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연초 급락 이후 30달러를 전후로 등락하며 회복 조짐을 보이던 유가는 이번 연휴를 통해 재차 연초 이후 30달러가 무너졌고, 공급 과잉 논란이 지속되고 있어 빠른 회복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유가의 회복이 지연됨에 따라 유가의 YoY증감률이 마이너스권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WTI기준 2015년 상반기 유가의 저점은 3월 중순의 45달러 선에서 형성됐고, 4월 중순 부터는 55달러 이상에서 거래됐다. 남은 상반기 유가가 30~40달러 사이에서 등락할 경우 YoY증감률은 -50%~-20%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한해 유가의 YoY증감률은 -30%~-56%를 기록했고 이는 한국 수출의 부진으로 이어졌다. 수출액 증감률은 2015년 1월 이후 13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중인데, 현재의 유가 흐름을 고려한다면 단기에 플러스 전환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 국내 증시 대형주가 대부분 수출주 중심이라는 점에서 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부정적이다.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화되며 원화의 약세가 예상된다는 점 또한 국내증시의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는 요인이다. 일반적으로 원화 약세는 수출을 촉진하며, 특히 원/엔 환율의 상승(엔화강세 or 원화약세)은 일본과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해왔지만, 지금과 같이 수출이 둔화된 국면에서는 그다지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다. 환율의 변화가 수출의 회복, 혹은 적어도 수출액 증감률의 반등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확인이 선행되어야할 것이다.
눈높이를 낮추고 매크로 지표의 움직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연휴 첫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이 전해지며 국내증시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부각 된 것 또한 단기에는 국내증시의 변동성을 높일 요인이 될 것이다. 지난 수 년간의 경험상 북한의 군사 도발은 하락 후 빠른 반등으로 이어져왔기 때문에 그 자체로서의 영향력은 낮게 평가되나 사드 배치에 관한 국가간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점에서 정치, 외교적인 이슈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연휴 기간 반영되지 않았던 악재들이 반영될 경우 국내증시의 단기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전히 높은 국내증시 Valuation메리트를 고려했을 때, 지수 급락이 지속될 가능성은 낮게 평가되며, 설 연휴기간 글로벌 증시의 반응을 보며 대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가졌다는 점도 충격을 완화 할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다.
현재 국내증시는 싸다. 하지만, 그 이외의 다른 장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악재는 빠르게반영하고 있지만, 유가, 수출, 환율의 변동성이 확대되며 호재는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국내증시가 지금의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매크로 지표의 반등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이들 지표의 반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불안할수록 확인하고자 하는 심리는 강해진다. 그리고,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종목에 대한 정보는 가격(주가)이다. 저가매수의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한다면 가격 메리트에 기반한 종목 선택은 확률을 높여줄 수 있을 것이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