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움직인다
첫 수사 대상이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장?
[일요서울 | 송승환 기자] 전국 단위의 대형 비리 수사를 전담할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특수단)이 움직이고 있다. 특수단은 지난 1월 13일 서울고등검찰청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별관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일부 업무를 시작했지만 이날 평검사 인사 발령에 맞춰 검사 6명이 합류하면서 조직 구성을 마무리했다. 특수단을 이끄는 김기동 단장(검사장)은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며 “정치적 중립성 우려를 불식시키고 수사 성과에 대한 기대감도 충족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리 첩보 분석 작업 착수
김 단장은 “검찰총장의 주문은 시종일관 ‘수사력 강화’였다”며 “최선을 다해 사전 준비를 한 뒤 수사를 시작하면 적시에 신속하게 마무리해 효율성을 높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첫 수사 대상이 어떤 유형일지를 묻자 “중대한 부정부패 사건을 수사한다는 원칙만 세워놨다”면서 “구체적으로 무엇이 될지는 정해진 바 없다”고 답했다.
최근 특수단 검사들은 그동안 축적된 비리 첩보 분석 작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찰청 등으로부터 넘겨받은 첩보 자료를 토대로 수사 대상을 선정하기 위한 검토 작업이 한동안 이뤄질 전망이다. 검찰 일각에서는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장 비리나 대형 국책사업, 나랏돈이 투입된 민간사업에 대한 감사자료 등이 분석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수단이 여야 합의로 폐지된 대검 중수부의 순기능만을 되살리겠다는 취지에서 조직된 만큼 서두르지 않고 최대한 신중하게 ‘첫 타깃’을 고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수단 직제는?
특수단 1팀에는 주영환(46·사법연수원 27기) 부장검사를 팀장으로, 정희도(50·31기) 부부장 검사가 부팀장을 맡았다. 엄희준(43·32기), 김용식(40·34기) 검사가 팀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팀은 한동훈(43·27기) 부장검사를 필두로 이주형(46·30기) 부부장 검사가 부팀장, 나의엽(41·34기), 유효제(40·35기), 임홍석(35·40기) 검사가 배치됐다.
김기동(51·21기) 단장이 이들을 지휘하고 대검 반부패부를 통해 검찰총장에게 직접 보고한다.
특수단 수사를 지휘하는 김수남(56·16기) 검찰총장이 직접 선임한 검사들이다.
대형 수사가 시작되면 옛 대검 중앙수사부처럼 전국에서 검사와 수사관 등을 추가 투입하면서 규모를 키울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특수단에 ‘미니 중수부’라는 호칭이 붙는다.
특수단은 지난달 27일 별도의 현판식 없이 현판을 달고 기자단과 간단한 브리핑만 가졌다. 이날 브리핑에서 김기동 단장은 주영환 1팀장과 한동훈 2팀장만 소개했다.
부팀장까지는 이름이 공개됐지만 김기동 단장은 평검사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특수단이 특공대?
특수단은 대검, 고검, 서울중앙지검 등 검찰 내부 직제에 포함되지 않았다. 별도의 조직으로 직제표를 꾸렸다. 특수단은 검찰총장에게 직접 보고하지만 운영비 등 예산은 서울고검에서 받아 사용하게 된다. 수사가 끝나고 공소장을 작성할 때는 서울중앙지검 검사 직무대리로 공소장을 작성하게 된다.
김기동 단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시적 태스크포스(TF)로 운영되다 보니 생기는 일이다. 편제는 조직도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팀장과 팀원 등 평검사들은 금융수사, 뇌물 수사 등에서 활약한 특수통 검사들이다. 특수단이 전국 단위 수사를 하게 되는 만큼 원전비리 수사단,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검거팀 등 대규모 수사팀에서 활약한 경력도 눈에 띈다.
주영환 1팀장은 2010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서 천신일(71) 세중나모여행 회장의 알선수재 사건의 주임검사로 활약했다. 2012년 저축은행합동비리 수사단에서도 중국으로 밀항하려 한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을 검거하는 등 공을 세웠다.
정희도 부팀장은 1팀에서 주영환 팀장을 보좌한다. 정희도 부팀장은 지난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세조사1부 부부장을 맡아 증권사 비리를 수사했다. 엄희준 검사는 김기동 단장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한명숙(71) 전 국무총리의 금품수수 사건을 수사할 때 특수1부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다. 검찰 내부에서 추진력을 인정받아 주요 특수수사단이 구성되면 추천 리스트에 1순위로 올랐다. 2014년부터 부산지검 소속이었지만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검거를 위한 수사인력에 추가로 투입됐다.
한동훈 부장검사와 함께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에서 수사한 김용식 검사는 한 부장검사가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형 부팀장은 2팀에서 활약한다. 이주형 부팀장은 2008년 삼성 비자금 의혹 특별검사 수사팀에 파견됐고, 2009년 중수부의 ‘박연차게이트’ 수사에 참여했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부장을 지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 나의엽 검사는 2013년 김기동 단장과 함께 원전비리 수사단에서 활약했다. 원전 업체 로비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로 박영준(56)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직접 조사했다. 지난해 성완종 게이트 특별수사팀에서도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시민단체 맑고연,
최성 고양시장 수사 요청
한편, 경기 고양시의 각종 특혜의혹과 관련해 시민단체가 최근 특수단에 엄정한 수사를 공식요청해 수사결과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맑은 고양만들기 시민연대(상임대표 조대원 지역경제진흥원장)는 지난 2월 4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최성(崔星) 고양시장(더불어민주당)의 7대(大) 비리 의혹을 즉각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요진 와이시티(Y-City) 학교부지 특혜 의혹 ▲일산서구 풍동 서울YMCA부지 특혜 의혹 ▲최성 시장 최측근 참모 이모 전 보좌관 비리 의혹 ▲킨텍스(KINTEX) C-2 지원부지 헐값 매각 의혹 ▲불법선거 운동한 시장 측근 김모씨를 최성 시장 보좌관(별정 6급)으로 11개월간 채용한 사건 ▲고양시 인사혁신대회 은상(국무총리상) 수상 ‘대국민 사기극’ 논란 ▲고양시 실질부채 진실(眞實) 논란 등에 대한 의혹이 시간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맑고연 정연숙 사무국장은 “2010년 민선 5기 최성 시장 취임 이후 불거진 각종 비리 의혹을 일소하고 실추된 지방행정기관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꼭 필요하다”며 “수사 결과 위법성(違法性)이 드러나면 관련자 모두를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사무국장은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통해 고양시의 시대착오적 비리 의혹이 일거에 해소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고양시의 시민·사회단체는 검찰의 수사과정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