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인하던 관행 쉬쉬하다 비리 더 키워
끝나지 않은 비리 행태
[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지난달 수입식품의 통관 편의를 담보로 관세사 등으로부터 금품 및 향응을 받은 부산지방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소속 공무원 등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들은 통관을 담당하는 공무원의 직위를 이용한 비행을 저질렀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통관 전제로 비공개 행정정보 유출
제자 장학금까지 가로채…뿌리 깊은 횡포
경남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달 28일 관세사와 식품 수입업체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은 식약처 소속 공무원 A(46·7급)씨, B(44·6급)씨 등을 전자정부법위반 및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 외에 수입 신고서, 단속계획 공문 등 식약처의 비공개 행정정보 140여건을 유출한 공무원 C(27·8급), D(44·6급)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한 식약처 공무원들에게 금품 및 향응을 제공한 관세사 등 17명 역시 전자정부법 위반 및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수입식품 검사소에 근무하던 중 식품판매업자, 통관대행업자, 관세사 등 28명에게 총 548차례에 걸쳐 수입신고서와 식품위생 단속계획서 등 1181건을 메일로 보냈다. 또한 전 식약처 소속 공무원으로 알려진 B씨는 2011년 5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A씨와 같은 수법으로 17명의 수입 대행 업자들에게 122차례에 걸쳐 공문 등을 유출했다. 이들이 관계자에게 유출한 문건은 모두 비공개 행정정보다.
해당 공무원들이 유출한 수입신고서에는 보통 수입하는 식품의 성분 및 제조공정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때문에 다른 무역업체에서 적합하다고 판정받은 내용을 그대로 작성하면 쉽게 통과할 수 있다. 식약처 소속 공무원으로부터 공문을 받은 업체들은 이를 위해 미리 관련 정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업체 관계자들은 통관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과 친분을 쌓기 위해 뇌물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비리를 저지른 일부 공무원들은 먼저 명품 시계, 현금 등을 이들에게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져, ‘통관 업무를 담당하는 직업적 특성’을 악용한 비리라는 비판이 일었다. 한 공무원은 자신의 손목 사이즈를 명시한 메일을 업체 측에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을 두고 경찰 관계자는 ‘공무원들의 토착비리’라고 봤다. 또한 공무원들의 비리 등을 해결하기 위해 "첩보수집과 강력한 단속을 지속적으로 펼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지난달 29일 식약처(처장 김승희)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사건이 정상적인 수입식품 통관절차를 왜곡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담당 공무원의 ‘개인 비위’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상적으로 진행됐어야 할 수입검사가 이뤄지지 않았거나 수입검사 결과가 조작된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한 식약처는 경찰에 적발된 공무원들의 혐의가 확정되면 이들을 파면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힘과 동시에, 재발방지를 위해 ▲자료유출 방지 등의 수입식품 검사시스템 개선 ▲6개 지방청 수입관리과와 15개 검사소 특별 감사 ▲수입식품 담당 공무원 정기 순환 전보 인사 등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곪을 대로 곪았다
갑질 비리는 교단 내에서도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연이어 일부 교수들의 부도덕한 행위가 대중의 질타를 받은 가운데, 지난달 서울 모 대학 교수가 자신이 지도하던 대학원생들의 장학금을 가로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일각에선 곪을 대로 곪은 대학 및 대학원 내 교수들의 비행이 더 터질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중부경찰서는 이 대학 교수 E씨가 2014년에 소속 학과 대학원생 5명 각자에게 지급된 400만 원을 자신의 계좌로 입금하게 해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대학원생들의 장학금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E교수는 이 돈의 출처를 학생들이 기부한 기금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를 연구와 관련된 용도로 지출했다고 해명했다.
사건 당시 경찰 관계자는 “장학금 이체 경위를 조사해야 하지만, 일부가 해외 유학을 가 있는 탓에 조사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경찰은 수사 중이지만, 여론은 교수의 주장을 불신하는 분위기다. 그간 일부 교수들의 부도덕한 행위가 연이어 보도된 데다, 교단 내에서 교수와 학생 간의 불합리한 일이 비일비재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기 때문이다.
서울 유명 사립대학교에 재학 중인 대학원생 F(여·27)씨는 “대학원생과 교수 간의 불합리한 관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관행’처럼 굳어졌다. 모든 교수분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교수들의 ‘갑질’은 이미 교단 내에선 흔하다”며 “유명 교수가 술자리에서 상습적으로 일부 여학생들을 성추행하거나 성희롱 발언을 하는데 아무도 이 일을 발설하지 못했고, 현재도 쉬쉬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학생은 학교 측에서도 학계에서 유명한 교수의 비행을 발견해도 ‘학교의 이름’ 때문에 이를 모른 척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서울 유명 사립대학교의 대학원생 G(29)씨 역시 이런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했다. G씨는 이번 E교수의 사건에 대해 “이미 지난해 여름에도 우리 학교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지급된 장학금을 자신에게 달라고 수도 없이 말해, 이런 고민을 친구에게 털어놓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연구비로 사용하겠다며 내게 온 돈을 달라고 하는데, 이를 거절하기가 눈치 보였다”며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지도 교수에게) 내게 들어온 돈의 절반 이상을 매번 넣었다”고 말했다. 이런 일은 대학원 내에서 흔한 일이며 석·박사 학위를 따기 위해선 따를 수밖에 없는 ‘악습’이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지도교수’라는 직함만 단 채, 연구지도는 하지 않고 연구비만 사용하는 교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세한 상황 및 해당 교수 등을 밝힐 수 없다는 사립대 한 대학원생은 “연구를 하기 위한 보고서, 계획서 등에 대한 지도는 일절 없이 연구비만을 챙기려는 것을 일부 (학교 내) 주변 사람들까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교수들이 제자들을 교육·지도해야 할 본분을 망각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들이 언급한 교수들은 현재 대학교 방학 중인 관계로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한편 이런 문제에 대해 한 외국계 기업의 인사 관계자는 “공대 석사학위 이상이 아니면 딱히 대학원 졸업생을 선호하지 않는다”며 “그 이유로 대학원에서 교수의 지도하에 제대로 배웠다고 해도 어차피 기업에서 다시 교육해야 하는 데다, 그마저도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