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산업계 올해도 일간베스트 주의보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올해도 기업들 사이에선 일간베스트(이하 일베) 주의보가 발효 중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한 번 일베 기업으로 낙인이 찍히면 회생 불가능 수준으로 피해를 입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일베 논란에 빠진 기업들은 피해를 최소화 하더라도 이미지 타격은 피할 수 없고, 경우에 따라서 불매 운동으로 이어지면 해당 기업이 존폐 위기를 맞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산업 시장에선 일베리스크(Risk) 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일요서울]은 올해 역시 일베리스크를 피하지 못한 기업들과, 이들에 몸살을 앓는 기업들을 찾아봤다.
네네치킨·이터널클래시 등 올해만 몇 번째야?
이미지 추락은 기본·자칫하면 기업 존폐 위기
일베로 인한 피해를 입는 기업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 일베 회원들이 전 대통령들을 비하하는 뜻을 담아 제작한 로고 이미지를 사용하거나 일베에서 통용되는 말들을 단순한 유행어라고 생각해 썼다가 비난을 받은 것이다.
간혹 일부는 일베의 제작물과 일베의 말투 등인 것을 인지하고도 ‘재미삼아’ 광고로 사용했다가 후폭풍을 경험하기도 했다. 과거 일베과 관련된 모델을 선정했다 된서리를 맞는 일도 많았다.
상황이 이러자 재계는 업종과 시장을 막론하고 일베리스크 피하기, 일베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이다. 이들은 기업 이미지 실추와 불매운동으로 매출에 타격을 입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고 나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일례로 꾸준하게 일베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기업 중 한 곳은 치킨 프랜차이즈 네네치킨이다. 네네치킨은 전단지, SNS 광고 등을 통해 일베와 관련된 이미지들이 지속적으로 노출돼 “일베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은 바 있다.
앞서 일베에는 ‘네네치킨 정말 노사모냐?’는 제하의 글에서 네네치킨 전단지 한 장이 올라왔다. 기존 네네치킨의 전단지의 상단에는 ‘해피 초이스(Happy Choice)’라는 문구가가 적혀 있는데, 여기에는 ‘해피 무현(Happy Muhyun)’이라는 글자가 들어가 있다.
이를 본 소비자들이 ‘해피 무현’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한 뜻으로 해석하고 일베 회원 등이 제작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네네치킨은 지난해 7월 본사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서도 “닭다리로 싸우지 마세요. 닭다리는 사랑입니다. 그럼요 당연하죠. 네네치킨”이라는 문구와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이 큰 닭다리를 안고 있는 합성 사진을 올려 파문을 일으켰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구직사이트 잡코리아에 올라온 네네치킨 하반기 경력직원 공개채용 공고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합성한 로고가 사용돼 또 한번 일베 논란이 일었다. 계속해서 사과와 오해라는 점을 전달해 일단락 시켜왔지만, 아직까지 ‘일베 논란 기업 리스트’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IT업계는 더욱 긴장상태다. 신작 모바일 게임 ‘이터널 클래시’의 챕터명 등이 5.18 민주화 항쟁을 폭동으로 규정하는 등 논란이 제기돼 개발사 대표가 사퇴하는 사태까지 발발했다.
실제 이터널 클래시 개발사인 벌키트리 김세권 대표는 일베 논란과 관련 2차 사과문을 내고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벌키트리, 네시삼십삼분 외에 KT뮤직도 일베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던 주인공 중 한 명이다. 지난해 10월 KT뮤직의 음원 서비스 ‘지니’에서 음악을 추천하는 문구에 일베를 연상시키는 단어가 사용된 일이 뒤늦게 화제가 된 것이다. 알려진 문구는 지니 ‘오늘의 선곡’ 코너의 “이거슨 그냥 딱! 가을의 어쿠스틱, 이 여가수들 목소리가 중력을 가졌나, 왜일케 끌리노”였다.
사과도 무색해
중력은 고 노무현 전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떨어진 것을 비하하며 일베 이용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였기 때문에 화근이 됐다. 경상도 사투리인 ‘끌리노’ 또한 일베 이용자들이 고 노무현 전대통령을 희화하는 데 사용되는 일베용어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KT뮤직은 “오늘의 선곡 소개 내용이 의도치 않게 오해와 논란을 빚게 된 점 깊이 사과드린다. 그 어떤 의도도 없었음을 진심으로 말씀드린다. 앞으로 보다 주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과한 바 있다.
직접적이진 않아도 광고 모델이 일베와 얽히면서 손해를 본 기업도 있었다. 오픈마켓 옥션이 모바일 쇼핑 광고모델이었던 크레용팝이 일베와 관련있다는 의혹으로 광고와 광고를 만든 회사까지 미움을 산 것이다. 당시 옥션은 광고제작비 수억 원을 허공에 날리고, 기업 이미지가 실추되는 등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은 바 있다.
특히 일베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기업들이 논란의 대상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허위사실 유포 문제도 우려된다. 지난해 자신을 소셜커머스 쿠팡의 배송전담 인력인 ‘쿠팡맨’이라고 소개한 A씨가 일베 게시판에 허위 글을 올려 쿠팡은 잘못도 없이 일베 논란 기업 명단에 들어갈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한 재계관계자는 “이른바 일베리스크는 실제 일베를 이용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알아채지 못하는 부분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기업이 일베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면 자체적으로 자정 작업을 거쳐야겠지만, 일부 사원들이 일베와 연관이 있는 때에는 직원 관리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동안 일베는 전 대통령들과 여성, 특정 지역 등에 대한 비하와 조롱을 극단적으로 일삼아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아울러 일베 회원들은 자신들이 혐오의 대상이 된 것을 즐기기라도 하듯 가짜 ‘일베 로고’ 등을 만들어 유포해왔다.
특히 불특정 다수의 기업과 각종 엠블럼 속에 자신들이 비난하는 대상을 교묘하게 합성해 고화질 이미지를 만들고, 이를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우선 검색되도록 함정을 파고 기다린다. 또 이를 사용한 기업들이 존폐 기로에 놓여 울상을 짓는 동안 일베회원은 합성 이미지가 사용된 기업, 기관의 홈페이지나 제품을 발견하면 오히려 인증 게시글을 올리면서 자축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