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임시완과 금융위·고용부, 무슨 일이?

홍보로 얽힌 이해관계 결국 구설…

2016-01-29     박시은 기자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와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는 최근 잇따라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금융위는 영화 예매권 강매 의혹이 제기됐으며, 고용부는 노동개혁 양대지침 발표 후폭풍을 맞고 있다. 서로 다른 논란으로 곤욕을 겪고 있는 금융위와 고용부에는 ‘임시완’이라는 교집합이 존재한다. 아이돌가수이자 배우 임시완은 금융위 핀테크(Fintech) 홍보대사를 맡고 있어 강매 의혹의 배경이 됐다. 또 고용부의 노동개혁 공익 광고에 출연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해당 논란은 고용부의 양대지침 발표로 더욱 커져가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은 같은 듯 다른 금융위와 고용부의 논란을 파헤쳐봤다.

영화 예매권 강매논란…“응원 차원” 해명
‘장그래’로 시작된 노동개혁 논란…절정

금융위가 금융사들을 상대로 지난 21일 개봉한 영화 ‘오빠생각’의 예매권을 대량으로 사들일 것을 요청해 파장이 일고 있다.

금융권과 영화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최근 은행, 보험, 증권사 등에 유선상으로 ‘오빠생각’ 예매권을 최소 3000장에서 최대 5000장까지 사달라고 협조 요청했다.

이에 금융사는 금융위가 지정한 예매처를 통해 장당 6000원에 예매권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사들이 구입한 예매권은 모두 4만여 장으로 총 2억 원이 넘는다.

금융위는 금융사들에 대한 관리, 감독권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위는 갑의 위치에 있는 정부 부처의 강매 요청이라는 질타를 받았다. 금융사와 협회들은 금융위의 말을 거절하기 어려우므로 금융위의 행동을 강매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의 금융 환경을 고려해보아도 특정 영화만을 볼 수 있는 예매권을 샀다는 점도 이 같은 의혹을 부추겼다.

금융권이 영화나 문화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하는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KDB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2014년 개봉해 1760여 명의 관객을 동원한 ‘명량’에 투자한 바 있다. 또 대부분 금융사들은 영화나 뮤지컬, 콘서트, 전시회 등의 티켓을 대량으로 구매해 신규 고객이나 VIP고객들에게 증정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논란은 특정 영화만을 볼 수 있는 예매권을 구매했다는 점에서 의심을 샀다. 금융회사가 투자한 영화가 아니라면 보통은 영화를 고를 수 있는 예매권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금융권 CEO 10여 명이 이 영화 ‘오빠생각’ 시사회를 직접 찾은 바 있어 이 같은 의혹은 더욱 커져갔다.

영화계로 번진 불똥

금융위의 예매권 강매 논란은 영화계로도 번지고 있다.

영화 ‘오빠생각’은 개봉 후 이틀간 기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레버넌트’를 누르고 1위에 올랐다. 그러나 금융위의 예매권 강매 의혹이 제기되면서 1위에 오른 배경에 대한 의심의 눈길이 쏟아지고 있다. 금융위가 시장질서를 어지럽혔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좌석의 10~20%만 채워졌는데도 상영횟수가 ‘레버넌트’의 1.5배에 달해 또 다른 밀어주기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금융위는 “응원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8월부터 금융위 핀테크 모델이 된 아이돌가수이자 배우 임시완이 출연하는 영화에 대한 응원이었지, 강매 행위를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임시완 씨는 핀테크 홍보대사로 임명된 후 아무런 대가 없이 홍보물을 촬영하고, 언론사에 기고하는 등 핀테크 육성과 금융개혁 홍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했다”며 “각종 스케줄로 바쁜 중에도 핀테크 홍보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던 것을 생각해 영화 ‘오빠생각’을 응원해 주자는 공감대가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구매한 영화표는 직원복지 차원에서 활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직적 차원의 강매나 할당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금융위의 해명에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응원의 의도였다 하더라도 직권을 남용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양대지침 노동개악 비판

앞서 아이돌가수 및 배우 임시완은 고용부 공익 광고로 인한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지난해 3월 고용부의 노동개혁 홍보 공익 광고에 출연한 것이 발단이 됐다.

임시완은 2014년 tvN 드라마 ‘미생’에서 비정규직을 대표하는 ‘장그래’로 출연해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드라마 밖에서는 장그래와 반대되는 행보를 보이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현실의 장그래들을 죽이는 법이란 지적을 받는 상황에서 장그래 역을 맡았던 임시완이 광고모델로 등장해 배신감을 산 것이다.

고용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에는 정부가 2014년 12월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이 포함돼 있다. ‘35세 이상 비정규직 사용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자’는 내용으로 인해 ‘장그래 죽이기 법’, ‘비정규직 양산법’이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한 배우의 행보가 논란이 되면서 노동개혁을 둘러싼 논란도 더욱 심화됐다. 특히 지난 22일 고용부가 ‘공정 인사와 취업규칙 지침’을 발표하면서 노동개혁 논란은 절정에 이르고 있다.

고용부가 발표한 양대지침은 성과가 낮은 직원 해고와 노조 동의가 없어도 사회통념상 합당한 사유가 있으면 취업 규칙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업무에 적응하지 못했거나, 성과가 낮은 근로자들은 근로자 대표 등이 함께 만든 평가 기준 등에 따라 재교육 등의 기회를 주고, 교육 이후에도 개선이 없을 땐 해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고용부는 “정년 60세 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는 근로자 불이익과 협의 노력 등에 따라 노조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이를 놓고 “정부가 쉬운 해고를 유발할 지침을 강행한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은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서 양대 지침을 확정한다고 한 대타협 합의를 전혀 지킬 뜻이 없었음이 명백히 드러났다”며 “양대 지침은 ‘쉬운 해고’와 ‘노동개악’이다”고 비판했다.

특히 한국노총은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외국과의 사례를 비교하며 고용부가 발표한 양대지침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독일과 프랑스, 영국 모두 성과와 관련된 문제를 해고 사유로 삼을 때 엄격한 기준과 절차가 정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성과부족 그 자체는 정당한 해교 사유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저성과를 이유로 해고를 할 경우 노동자 대표에 설명보고와 이의제기권이 보장되고, 성과판단의 기준과 절차와 영향 등 성과체계 전체에 대한 참여권·공동결정권이 부과될 뿐만 아니라 정당한 해고사유로 규정된 요건들을 충족시킬 때에만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어 “행정지침을 통해 새로운 해고제도를 도입하고

실에 적용하려는 것은 법치주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행위이며, 행정부의 월권행위”라며 “정부의 판단은 해고절차의 장기화와 중복성을 오히려 더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한국노총은 양대지침 폐기를 위한 서울 도심 집회, 법률 대응 등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기업이 정부의 지침을 악용해 노동자를 해고하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강행하는 경우 법적 소송으로 맞설 것”이라며 “2월에서 3월까지는 일반해고와 취업규칙과 관련한 현장 대응방안 지침을 시달하고, 대응팀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위원장 현장순회 등을 통해 현장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법률적 대응의 일환으로 노총 중앙과 각급 조직에 노동조건 개악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산하조직 및 미가입 사업장에 대한 소송지원활동도 전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도 지난달 23일 서울시청 앞에서 ‘민주노총 총파업 선포대회’를 열었고, 25일부터는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27일부터는 민주노총의 주축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집중 총파업 투쟁에 들어갔다.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은 “무기한 총파업 방침을 통해 민주노총은 정부의 노동개악 행정지침이 총파업으로 저지해야 할 만큼 심각한 노동재앙이라는 점을 노동현장에 각인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불법파업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불법파업을 강행한다면 그 책임을 추궁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민주노총은 “노동법의 보호를 무력화시키려는 쉬운 해고와 취업규칙 개악에 맞선 총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후진적“이라는 반응이다.

“신중하지 못했다”

한편, 금융위와 고용부를 둘러싼 논란이 잇따르면서 덩달아 집중조명을 받은 임시완은 노동개혁 공익광고 출연을 사과했다.

그는 “드라마 ‘미생’을 찍으면서 대한민국 모든 장그래들을 대변하게 됐다. 제가 하는 행동 하나 하나로 정말 큰 파장이 일어날 수 있다는 면에 대해서 충분한 인지를 못한 것 같다”며 “무지에 의한 일이다. 신중하지 못한 일이었다”고 밝혔다.

또 “그 부분에 대해선 꼭 사과드리고 싶다”며 “저만의 장그래가 아닌 만큼 앞으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