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맞이 풍경…무엇이 달라졌을까
재충전 여행 급증 선물세트 양극화 뚜렷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민족 대명절인 설을 앞두고 각양각색의 설맞이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이 중 눈에 띄는 것은 명절이 재충전의 개념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올 설 연휴기간 동안 국내·국제선 평균 예약률은 90%를 넘어섰다. 귀성전쟁 대신 휴식을 위한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설 선물 구매 풍경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우선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구입하는 이들이 증가했다. 또 경기 침체에 따른 설 선물세트 소비 양극화 현상도 나타났다.
실속 찾거나 가치소비 택하거나 극과 극
꼬리에 꼬리를 무는 차량 행렬, ‘귀성전쟁’이란 말이 먼저 떠오르는 설 명절의 풍경이 변하고 있다. 고속도로가 아닌 공항을 찾는 발걸음이 급증한 것이다.
이는 30대를 중심으로 명절의 개념이 재충전, 휴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 이유로 지목된다. 특히 이번 설 연휴는 대체휴무일을 포함해 닷새간의 연휴가 주어지면서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늘어났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2월 5일부터 7일 사이 국내·국제선 평균 예약률은 90%를 넘어섰다. 국제선의 경우 사이판행 항공편 예약은 지난 1월 중순 100%로 마감됐다. 일본 도쿄행과 후쿠오카행, 태국 방콕행도 비슷한 시기에 예약이 거의 다 찼다.
국내 대형 여행사들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기간 동안 해외여행을 예약한 사람의 수는 평균 3만 명을 넘는다. 하나투어의 경우 올해 설 연휴 기간 해외여행을 예약한 사람의 수는 4만7800명으로 집계됐다. 모두투어는 2만7000명의 여행객이 설 연휴 기간 해외여행을 예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여행객들에게 가장 인기를 끈 해외여행지는 동남아지역으로 나타났다. 전체 여행지역 중 45%가 넘는 비율을 차지했다.
장거리지역 여행객도 늘어나 하와이와 캐나다, 미국 서부, 지중해, 서유럽 등도 인기 여행지로 이름을 올렸다.
온라인몰에서도 여행 관련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소셜커머스 티몬은 설 연휴 여행기획전 시작 후 1주일 동안 해외여행 카테고리 매출이 123% 증가했다. 전년동기대비 투어상품 매출은 20% 가량 신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마켓 11번가도 마찬가지다. 항공권 매출은 69% 늘었고, 해외여행 패키지상품 매출은 72% 급증했다. 호텔리조트 숙박권 매출도 전년동기대비 58%가량 늘어났다.
이와 더불어 여행용품 매출도 늘어났다. AK몰에 따르면 기내용 커리어 매출은 전년대비 15% 증가했으며 샌들이나 반바지, 핫팬츠 등 여름에 주로 팔리는 패션상품이 두자릿수의 매출신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동남아로 떠나는 여행객이 증가한 것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명절 기간을 비수기로 여겨온 호텔업계도 변하고 있다. 최근 명절을 맞아 호텔에서 가족들과 휴식을 취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설 명절 상품 준비로 분주해진 것이다.
롯데호텔서울과 서울신라호텔 등은 가족과 함께 숙박, 와인, 콘서트를 즐길 수 있는 패키지 상품을 내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체휴일제 도입과 설 명절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이뤄지면서 도심 인근 호텔 숙박권과 해외 항공권을 비롯한 여행상품에 대한 매출이 크게 늘었다”며 “앞으로 이 같은 추세는 계속 확장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명절맞이 모습의 변화는 명절 선물 풍습에서도 바뀌고 있다. 우선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이뤄져온 설 선물 구매가 온라인과 모바일로 이동하는 추세다.
떠오르는 모바일
이마트에 따르면 이번 설날 선물세트 사전예약 매출은 이마트몰이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보다 두 배가량 더 높게 나타났다. 이마트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82.4% 늘었으며, 오프라인 매장 신장율은 92.8%로 집계됐다.
특히 모바일을 이용해 선물세트를 예약 구매하는 고객 비중은 40%에 달했다. 지난해 추석 비중인 18.4%와 비교해 봐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고, 모바일에 주어지는 혜택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정상가보다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예약판매를 이용하는 이들도 늘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23일까지 한 달간 설 선물세트 예약판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 늘었다.
뿐만 아니라 실속형 선물세트를 선택하는 소비자들도 늘었다. 이는 경기침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의 매출 상위 10위 안에는 5만원 미만 중저가 선물세트만 이름을 올렸다. 3만 원 이하 선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70.4%에서 올해 70.7%로 높아졌다. 3만∼5만 원대 선물 비중도 22.1%에서 22.9%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동시에 50만 원 이상의 고가 선물을 선택하는 소비자도 늘어났다. 특히 백화점에서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50만 원 이상의 고가 상품과 10∼20만 원대의 실속 상품이 동시에 잘 팔리고 있는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1월 2일부터 21일까지 설 선물세트 예약판매 매출이 지난해 같은기간 보다 25% 늘었다고 밝혔다.
가격대별로는 프리미엄 선물이 116%, 실속 선물이 28%의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 프리미엄 선물은 한우·굴비·인삼 50만 원 이상, 과일 15만 원 이상의 선물세트를 의미한다.
부문별 매출 1위 선물의 가격도 올라갔다.
한우의 경우 30만 원대의 선물세트가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25만 원대 제품이 1위에 올랐다. 굴비 매출 1위 상품도 지난해 30만 원에서 올해 40만 원으로 올라갔으며, 과일 1위 상품은 8만 원에서 13만 원으로 상승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실속형 선물에 수요가 집중된 것에 비해 이례적인 일”이라며 “가격이 나가더라도 보다 고급스러운 프리미엄 선물을 선택하는 ‘가치소비’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이 같은 소비 양극화 현상을 반영해 설 직전까지 상품 물량을 확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