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착한영화 ‘로봇, 소리’, 심은경 목소리에 웃고 이성민 부심에 울다

2016-01-27     김종현 기자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연초부터 영화 ‘오빠생각’을 비롯해 착한영화 개봉이 이어지는 가운데 tvN드라마 ‘미생’에서 오상식 과장으로 큰 울림을 전했던 배우 이성민이 그려낸 영화 ‘로봇, 소리’가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이번 작품은 로봇이라는 한국영화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소재 덕분에 제작단계부터 관심을 끌었고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본편은 아버지와 딸의 애절함이 로봇 ‘소리’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져 애잔하게 만들었다. 

27일 개봉한 영화 ‘로봇, 소리’는 잃어버린 딸 ‘유주’를 찾기 위해 10년간 동분서주한 ‘해관’이 세상의 모든 소리를 저장하고 기억하는 로봇, 정확히는 인공위성 ‘소리’를 만나면서 새로운 단서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우선 이번 영화 주목할 점은 로봇 ‘소리’라는 독특한 존재가 눈길을 끈다. 외형은 우리에게 익숙한 스타워즈 시리즈의 R2D2가 연상되지만 소리의 간단한 동작과 반응은 칭찬받을 만큼 자연스럽고 궁금하기까지 하다. 심지어 70년대 등장한 R2D2처럼 단순한 동작이 아닌 어려 감정표현을 문자와 언어로 표현하고 있어 극 속 이야기의 몰입감을 높이기에 충분하다.
 
물론 실제 인공지능으로 작동하지 않아 배우 이성민과 조종사의 호흡이 중요했지만 실제 로봇 ‘소리’와의 궁합은 어색하지 않았다. 여기에는 이성민이 과거 인형극을 했던 경험이 반영되면서 무감정의 로봇이 훨씬 생동감있게 그려냈다.
 
더욱이 로봇, ‘소리’의 목소리를 담당했던 배우 심은경의 재치 넘치는 목소리연기는 곳곳에서 빛이 난다. 때로는 냉정한 표현에서부터 후반부 다소 감정이 실린 목소리까지 미묘한 변화를 통해 관객들을 빠져들게 한다.
 
이와 함께 영화 ‘로봇, 소리’는 아버지 ‘해관’과 딸 ‘유주’의 어릴 적부터 이어지는 부녀간의 성장기를 통해 요즘 아빠들이 고민해야 하는 부모 자식 간의 소통에 대해 단적으로 드러내 공감과 함께 애잔함을 더했다.
 
또 대구지하철참사라는 실종의 단서도 쉽게 지나칠 수 없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실종된 딸을 찾아 나서는 아버지의 절박함은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더욱이 우리가 이제는 잊고 있었던 대구지하철화재사고와 관련해 그 피해자들과 사고 가족들의 눈물을 일깨워 줌으로 인해 다시금 가족의 소중함을 전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심은 가족 간에 서로가 애써 말하지 못했던 사랑이라는 단어다. 특히 극 후반기 사라진 딸의 단서를 찾아 헤매는 ‘해관’이 로봇 ‘소리’를 통해 듣게 되는 딸의 마지막 전화통화 목소리는 미처 말하지 못했던, 또 미처 들어주지 못했던 아버지 해관과 딸의 진심을 깨닫게 해준다.
 
이처럼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이들 부녀의 애잔함을 극대화하고 있지만 무거워 질 수 있는 분위기를 로봇, 소리의 여정으로 인해 균형을 맞춰간다. 여기에 구차한 설명을 더하지 않고 마치 열린 결말을 내리는 듯한 구성 역시 영화의 여운을 오래 남김과 동시에 극속 등장하는 진중한 사건들을 쉽게 지나칠 수 없게 했다.
 
특히 영화 ‘로봇, 소리’의 매력은 배우 이성민과 로봇의 호흡을 꼽을 수 있다. 큰 대사와 행동이 없어도 서로가 교감하는 행위만으로도 관객들에게 소통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했다. 또 배우 이희준과 이하늬 등 많지 않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함께 조화를 이뤘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더욱이 이제는 한국영화계가 할리우드를 넘볼 수 있는 참신한 SF영화를 만들어냈다는 점은 관객들의 시선을 붙들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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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