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향토기업 ‘국제식품 본사 이전’ 후폭풍

“공장 증설 차원” vs “배신행위” 치킨게임 중

2016-01-25     이범희 기자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향토기업에 대한 지역민의 사랑은 극진하다. 특히 부산의 경우 기업인들이 기업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2005년 5월 ‘기업인 예우 및 기업 활동 촉진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각종 시책을 추진해왔다.

그런데 이런 혜택을 누린 기업이 타 지역으로 이전한다면 반기는 사람이 있을까? 최근 부산의 대표 향토기업 ‘국제식품(회장 정창교)’이전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이를 두고 지역민은 물론 부산경제계가 시끄럽다.

사측 “영남권 시장 포화에 따른 수도권 공략일 뿐”
지역민 “향토 특혜 다 누리고 지역 떠나는 건 문제”

부산 사상구 삼락동에 본사를 둔 국제식품이 최근 충북 진천에 대지 1만여 ㎡, 건평 3300여 ㎡의 육가공 공장을 준공하고, 오는 3월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와 관련 정창교 국제식품 회장은 “기존 삼성 에버랜드 등 대기업 납품 규모가 확대되면서 공장 증설이 필요하다"면서 “부산 경남 등지의 영남권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러 수도권 공략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운한 감정 드러내

기업의 본사 이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법적절차를 모두 거친 상황에서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지적할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정창교 회장의 발언처럼 포하상태인 영남권 시장에서 벗어나 수도권 공략을 위한 교두보 마련을 위한 이전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를 반기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다만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을텐데 그 감정이 더욱 짙어지면서 최근 부산 경제계가 시끄럽다. 향토기업으로서 부산 지역에서 혜택을 입은 기업이 타 지역으로 이전한다는 소식에 대한 반감이다. 또한 본사 이전설까지 퍼지면서 그 반감이 배로 증폭된 상황이다.

20일 지역경제계에 따르면 지난 30여 년간 지역주민의 성원으로 성장한 국제식품이 공장 증설과 일자리 창출을 통한 지역 상생발전을 도모하기는커녕 수도권 시장에만 공을 들이는 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더욱이 이번 수도권 공장 신설이 향후 부산 본사의 역외 이전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져 지역 경제계 일각에서는 ‘기업윤리를 저버린 배신행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터가 좁아 이전한다는 것은 좀 아쉬운 부분이다"라고 하면서도 “꼭 타 지역으로 가야 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역외 이전 소식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지역민들의 반감이 더 깊어졌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일각에선 순전히 부산을 기반으로 성장한 향토기업이 지역민의 성원을 뿌리치고 돈벌이에 유리한 수도권으로 본사를 옮기려 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지역사랑만 받고 떠난다

한편 부산에 본사를 둔 국제식품의 전신은 1970년대 수영 팔도시장에서 시작한 정육점이 모태다.
1990년 주식회사 ‘국제식품’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이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부산·경남지역 최대 축산물 생산가공유통 전문 기업으로 성장해 30여년 만에 매출 900억 원대 반열에 올랐다. 

10여년 전부터는 부산·경남지역 4곳에 본사 직영체제로 한우숯불구이 전문점 ‘초원농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경북 영천에 도축장 (주)삼세, 단체급식 및 식자재 유통기업인 (주)호광유통, 신신호텔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그야말로 부산에서 시작해서 부산에서 모든 사업을 일군 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