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받는 회장님들, 경영복귀는 어떻게 될까…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올해 재판을 앞두고 있는 총수들이 어떤 판결을 받을지 또 그동안의 경영 공백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지 관심이 높다.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총수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등이 있다. 이를 두고 해당 그룹사나 일각에선 총수가 없는 상황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 불가능성을 이유로 선처를 바라고 있다. 시민경제단체 등 또 다른 일부는 주주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이들이 성공적인 경영 복귀를 알릴 수 있을까. [일요서울]이 이를 들여다봤다.
경제 활성화·전략사업 차질 호소 “선처해달라”
VS
재벌의 사회적 책임 요구 “등기이사도 사퇴하라”
조석래, 강덕수, 이재현, 윤석금 회장 등 재판이 남은 총수들의 혐의는 배임과 횡령, 분식회계 상습도박 등 다양하다. 조석래 회장은 1300여억 원의 세금을 포탈한 죄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최창영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조석래 회장에 대해 징역 3년, 벌금 1365억 원을 선고했다.
앞서 조석래 회장은 분식회계 5010억 원, 탈세 1506억 원, 횡령 690억 원, 배임 233억 원, 위법 배당 500억 원 등 총 7939억 원의 기업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2014년 1월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재판부는 이중 탈세 1358억 원과 위법배당 일부만을 유죄로 인정했다. 효성은 법원이 유죄로 판단한 부분도 “외환위기 당시 부실자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생긴 일”이었다며 “사적 이익을 추구한 게 아님이 밝혀졌음에도 무죄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강덕수 전 회장은 현재 상고심이 예정돼 있다. 대법원은 상고심 사건을 3부(주심 김용덕 대법관)에 배당하고 상고이유 등 법리검토에 착수했다고 지난달 22일 밝혔다. 강덕수 전 회장은 1심에서 징역 6년,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상태다.
강덕수 전 회장은 계열사 자금 552억 9000만 원을 횡령한 혐의와 계열사를 부당지원해 2870억 원을 배임한 혐의, STX 조선해양의 2조 3264억 원 상당 분식회계, 9000억 원의 사기대출, 1조7500억 원의 회사채(CP) 발행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수백억 원에 이르는 자금의 조세포탈·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회장은 지난달 15일 진행된 파기환송심에서 2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지난 9월 상고심 때 조세포탈·횡령 혐의를 인정했다. 향후 대법원의 재상고심에서 배임 혐의에 대한 판단이 이재현 회장의 운명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1200억 원대 CP(기업어음) 사기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윤석금 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에 대해 검찰과 피고인 양측 모두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지난달 14일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최재형)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윤 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대체로 사법부는 이들이 벌인 경영적 차원의 혐의에 대해선 다소 눈을 감아주는 모습이지만 개인 범죄를 어떻게 판단할지에 따라 경영 복귀 노선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여론도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실제 재판부는 회장들을 향해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을 참작했다”거나 “개인의 이익을 위한 비리라고 볼 수 없다”면서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고 있다.
결국은 여론 따라?
여기에 해당되는 그룹사들은 여죄에 대해서도 ‘상고, 재상고’의 원칙을 세우고 있다. 개인적 비리는 전혀 없었기 때문에 무죄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경영 활동과 경제 침체기를 극복하기 위한 선처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영복귀와 관련해서도 모두 급박한 사정이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 구속 이후 손경식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 이채욱 부회장 등이 참여하는 비상경영위원회를 구성해 가동하고 있지만 전략사업이 차질을 빚는 것을 피하진 못하고 있다.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난 강덕수 전 회장은 석방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공중 분해된 STX 그룹의 재건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던 만큼 여전히 희망을 바라보는 눈치다. 윤석금 회장과 조석래 회장도 징역형을 면하고 경영 일선에 한 발 더 다가간 모습이다.
연이은 재판 준비로 현장 공백이 생겼고 그룹의 사업이 경쟁사들보다 뒤처져 있기 때문에 물밑으로 발 빠르게 움직이는 눈치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여론이 너무도 좋지 않아 대대적인 복귀보다는 점진적인 복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경제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유죄판결 받은 효성 조석래 회장 일가 및 경영진, 즉각 등기이사직을 사임해야 한다”는 주장을 들고 나서기도 한다. 이들은 “1심 판결로 조석래 회장 일가의 범죄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만큼 조석래 회장, 조현준 사장 및 최측근인 이상운 부회장은 즉각 효성그룹의 모든 등기이사직에서 사퇴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전했다.
또한 “재벌 총수일가가 사회의 일원으로 행동하기보다 법 위에 군림하려 하고 자신의 과오에 대해 반성하기는커녕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무마하려 했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으로, 향후 효성그룹 지배구조에 가장 심각한 위험요소가 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재벌들의 책임지는 자세를 요구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총수가 집행유예를 받는 것, 그리고 경영 일선으로 어영부영 복귀하는 것은 거의 보편화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 “경영복귀를 하지 않으면 ‘할 때가 됐는데 왜 안 나오지?’라는 물음이 나올 정도다. 여론 악화가 복귀 시기나, 경영의 정도를 조절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는 있어도 아예 복귀 철회를 외치진 않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결국 이미 배임 등의 공적인 영역의 혐의는 대부분 용서를 받았고, 여죄의 판단에 따라 경영 복귀 걸음마를 뗄 수 있을지가 결정되는 형국이다. 이후에는 무전유죄 유전무죄로 대표되는 반재벌 정서를 어떻게 타개하고 현장에 연착륙할 수 있을지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