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 ‘부녀의 난’ 후 복귀…구지은 아워홈 부사장

활약 기대 뒤로 인사 배경·지분 구조 관심↑

2016-01-25     박시은 기자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구지은 아워홈 부사장이 해임 6개월 만에 복귀하면서 당시 불거진 갈등설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구 부사장은 지난해 7월 갑작스럽게 해임돼 특별한 직책 없이 회장실로 발령이 났다. 당시 이를 놓고 아워홈은 부녀갈등설, 구 부사장과 임원들과의 갈등설이 제기된 바 있다. 부친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인사 지시에 대한 배경이 밝혀지지 않았고, 구 부사장이 올린 개인 페이스북 글 등 때문이다. 한편, 아워홈 후계구도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해임 전 구 부사장의 아워홈 장악력을 생각해볼 때 이번 복귀에 대한 의미가 남다르다는 것이다.

갑작스런 해임…내부갈등 시사 재주목
외식사업 집중·승계구도 향한 관심 커

종합식품기업인 아워홈의 구지은 부사장이 보직해임 된지 6개월 만에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아워홈은 지난 18일 “구 부사장이 예전 보직인 구매식자재사업 본부장을 다시 맡는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구 부사장의 6개월 전 해임 배경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앞서 구지은 부사장은 지난해 7월 갑자기 특별한 직책 없이 회장실로 발령이 났다. 당시 인사는 구자학 회장이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대표이사에는 급식사업부 수장을 맡던 이종상 상무가 임명됐다.

또 구 부사장이 CJ그룹에서 직접 영입한 노희영 전 고문과 김태준 전 부사장도 선임 4개월 만에 경질됐다. 당시 구지은 부사장과 노희영 전 고문, 김태준 전 부사장 모두 명확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은 채 인사가 이뤄져 의문을 자아냈다.

일각에서는 “부녀 간 갈등이 일어났다”, “구지은 부사장과 기존 임원들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는 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구 부사장이 외부 인사를 적극적으로 영입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빚었다는 것이다. 구 부사장이 주력 사업부의 수장들도 인사 대상으로 삼으면서 갈등이 일어나자 구자학 회장이 직접 노희영 전 고문과 김태준 전 부사장을 해임했고, 구 부사장도 문책성으로 해임됐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설은 구지은 부사장의 개인 페이스북 글을 통해 더욱 번져나갔다. 구 부사장은 “그들의 승리~평소에 일을 모략질만큼 열심히 했다면 아워홈은 7년은 앞서 있었을 것”이라는 글을 올린 바 있다.
다만, 부녀갈등설은 지난해 8월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빈소에 구지은 부사장과 구자학 회장이 함께 조문하면서 일단락됐다.

유일한 경영 참여자

이 같은 잡음이 한 차례 있었던 만큼 구지은 부사장의 복귀 후 행보에 대한 관심도 크다.

업계는 구지은 부사장이 주도적으로 아워홈의 외식사업 부문을 추진해왔던 전력으로 볼 때 복귀 후 이 사업이 다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구 부사장이 맡고 있는 구매식재사업부는 식자재를 매입, 유통하는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아워홈 내부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사업부다. 아워홈은 식품사업부, 급식(FS)사업부, 외식사업부, 구매식재사업부로 구성이 돼있다.

앞서 구 부사장은 손수헌·사보텐·타코벨 등 50여개 외식 매장 브랜드를 내놓는 데 큰 역할을 해 이 같은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구 부사장은 2009년 외식사업 사보텐 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해 설립한 주식회사 캘리스코를 기반으로 외식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0년 캘리스코는 매출 59억 원, 영업이익 5억 원에 불과했지만 구 부사장이 맡은 후 2015년 매출 규모가 477억 원까지 커졌다.

지난해 7월 인천국제공항 탑승동에 문을 연 ‘푸드엠파이어’ 역시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푸드엠파이어는 최근 13개 브랜드를 추가로 열었으며, 총 18개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또 복귀와 함께 승계구도가 본격화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구지은 부사장은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1남 3녀 가운데 막내딸이다. 구지은 부사장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아워홈에는 2004년 입사했다. 입사 후 2010년 전무로 승진한 뒤 2015년 2월 부사장에 올랐다.

부친인 구자학 회장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이자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이다. 이로 인해 구지은 부사장은 보수적인 분위기의 LG 가문의 유일한 여성 경영인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아워홈의 최대 주주는 38.56%를 보유한 장남 구본성씨다. 하지만 구자학 회장의 자녀들 중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구지은 부사장이 유일하다. 지분 보유 차이도 계속 좁혀지고 있다. 2013년 아워홈과 레드앤그린푸드의 합병으로 구 부사장의 아워홈 지분은 20.01%에서 20.67%로 늘어났다. 반면 구본성씨의 지분은 40%에서 38.56%로 줄었다.

다른 형제들과의 지분관계에서도 구지은 부사장의 영향력이 커져가고 있다.

구 부사장은 아워홈 외식사업 부문에서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캘리스코의 최대주주로 있으며 사보텐 역시 46%까지 지분을 끌어올렸다. 사보텐 물적분할 당시에는 장녀 구미현씨가 20%, 차녀 구명진씨가 36%, 구지은 부사장이 35% 지분을 보유했다.

캘리스코의 경우 구 부사장이 2대주주로 있는 아워홈의 지분을 4% 보유하고 있어 구 부사장의 간접적인 영향력은 더 크다.

때문에 구 부사장이 아워홈의 후계자로 점쳐지고 있으며 이번 복귀도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일한 경영 참여자인 데다가 알짜 계열사의 최대주주이므로 후계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시선이다.

다만 구지은 부사장의 복귀 후 기존 경영진과의 갈등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갑작스러운 인사로 직원들의 혼란이 가중됐다는 반응도 있다.

이와 관련해 아워홈 측은 “내부 경영진과의 갈등설은 추측성이다”며 “구 본부장은 식자재 구매, 물류 등 식품업체 인프라를 총괄하게 될 것으로 현재 업무를 파악하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