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Hot ISSUE] ‘응답하라 1988’에 응답한 시청자들…추억과 재발견의 조화
‘응팔’은 종방을 앞두고 출연진들에 대한 관심으로 넘쳐났다. 특히 이번 시리즈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성덕선 역을 소화해낸 혜리는 이미 13개 광고로 60억 원의 계약금을 챙겼고 다른 출연자들 역시 등장 예정 광고만 70개에 육박하는 등 광고계의 뜨거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뿐만 아니라 제작사인 CJ E&M도 대박행진에 돌입했다. CJ E&M은 tvN과 엠넷의 흥행에 힘입어 2015년 목표 수익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tvN은 ‘삼시세끼’와 ‘응팔’ 흥행 덕분에 목표수익의 200%를 초과달성했다고 방송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에 관해 사 측은 “상장사인 만큼 정확한 매출이나 수익은 오는 2월 4일 공시될 예정이다. 자세한 것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케이블채널 프로그램으로는 손에 꼽힐 정도로 높은 시청률과 이에 응답한 광고주들의 눈길만으로도 그 파장을 짐작할 만하다.
물론 응팔의 여운은 숫자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시리즈 특유의 코드인 ‘남편 찾기’에서 비롯된 신조어 탄생과 가능성 있는 배우로만 여겨지던 류준열, 박보검 등의 신예 발견, 극의 중심축이 된 베테랑 배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 등 응팔이 남긴 다양한 메시지가 한동안 응팔 팬들에게 여운으로 남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기존 지상파 드라마에서 보여준 신데렐라 코드, 재벌가, 출생의 비밀 등 공공연해진 막장 코드와 달리 ‘응팔’은 서민들의 삶을 통해 잔잔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며 “세상살이가 각박해진 요즘 옛것에 대한 향수를 자극했고 시대적 배경이 90년대에서 80년대로 바뀌면서 시청자들의 저변이 넓어진 것도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어남류 vs 어남택 승자는?
‘응팔’이 남긴 파장은 다채롭다. 특히 종방에 가까워지면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낳았던 덕선의 남편찾기를 통해 등장한 신조어가 우선 눈에 띈다.
일명 ‘어남류’와 ‘어남택’의 대결구도는 이번 시리즈의 최대 신조어로 꼽힌다. ‘어남류’는 ‘어차피 남편은 류준열(김정환 역)’의 약자로 원래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 시즌2’에서 유행했던 ‘어차피 우승은 송민호’에서 파생된 약자다. ‘어남택’ 역시 ‘어차피 남편은 택이(박보검 분)’라는 뜻이다. 또 일부 시청자들은 ‘어남동’ 즉 ‘어차피 남편은 동룡이(이동휘 분)’를 주장해 극의 재미를 더했다.
이와 함께 한국형 오타쿠의 전형을 선보인 안재홍이 연기한 김정봉도 이번 시리즈의 백미다. 극중 김정봉은 복권 모으기로 집안을 일으키는가 하면 장만옥(이민지 분)과의 화통한 로맨스로 일명 ‘갓정봉’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더욱이 응답하라 시리즈로 다양한 화제와 흥행, 유행을 동시에 잡은 신원호 PD의 연출력은 그를 놓친 K본부의 가슴을 아리게 할 정도다.
신 PD는 세 번째 응답하라를 통해 대중 감성 코드를 완벽히 구연해냈다. 그간의 ‘남편 찾기’와 ‘코믹’이라는 설정에 ‘가족애’를 덧붙이며 극의 배경이 된 서울 쌍문동 골목 자체를 주인공으로 만들어냈다.
더욱이 과거를 추억해가는 시리즈 특유의 감성코드에 가족이라는 애절함이 더해지면서 대사 하나하나, 음악, 당시 사회적 분위기까지 섬세한 고증과 스토리텔링으로 보는 이들을 웃기다가도 순간 울컥하게 만드는 마법을 선사했다.
특히 지난 시리즈에서 이야기의 중심이 젊은 배우들에 쏠린 반면 ‘응팔’은 그 안에 가족을 녹이면서 ‘택이 아빠’역의 최무성, ‘선우 엄마’ 김선영, ‘정봉·정환의 부모’ 김성균과 라미란, ‘동룡 아빠’ 유재명을 포함해 세 편 모두 출연했던 ‘보라·덕선·노을의 부모’ 성동일, 이일화까지 중견 배우들 모두 유명세와 함께 재발견의 묘미를 이끌어냈다.
자극제 없이
최고시청률 이변
한편 ‘응팔’의 시청률이 케이블TV 역사의 새로운 이정표가 됐다. ‘응팔’은 지난해 11월 6일 6.1%로 시작해 이후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이 수직 상승했다.
지난 9일 방송된 18회 ‘굿바이 첫사랑’의 경우 전국 시청률 17.2%(닐슨 코리아 집계기준)를 기록했고 유료 플랫폼 가구 평균 시청률은 17.8%, 최고 시청률은 20%를 기록하며 역대 케이블TV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응답하라 1997’의 최고 시청률 5.1%, ‘응답하라 1994’의 최고 시청률 10.4%를 뛰어 넘은지 오래고 화제를 모았던 ‘미생’의 최고 시청률 8.2%도 가뿐히 넘어서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제작진도 놀라는 눈치다. 당초 제작진은 자극적인 소재도 없고 보통 두 번째까지는 잘되다가 세 번째 저조한 경우가 많다며 우려를 나타내기까지 했다. 또 주인공 덕선을 맡은 혜리를 놓고 캐스팅 단계부터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자극적인 소재 없이 담담한 일상으로 감동을 전한 것이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불러온 원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요즘 찾아보기 힘든 골목을 중심의 공동체 생활과 문화에 대한 판타지가 잘 그려져 각박해진 삶에 숨차하는 시청자들에게 아련한 그리움과 탈출구를 제공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todida@ilyoseoul.co.kr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