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모 기업 의존도 심하다 ‘논란’

2016-01-18     이범희 기자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현대제철(대표이사 부회장 우유철)이 안팎으로 시끄럽다.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지회장 이민구)직원 200여명이 지난 14일 출근집회를 여는가 하면, 모 기업 의존도가 높아 ‘재계판 캥거루족’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캥거루족이란 취업을 못해 부모에 의지해 사는 사람을 빗댄 말이다. 지난해 현대하이스코와의 합병 효과도 기대 이하의 성적에 그치면서 그야말로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시너지 측면에서 효과적…동반 부진 우려 목소리도
사 측 “전체 매출에서 자동차 부문이 가장 많은 건 아냐”

올초 현대제철의 분위기는 좋았다. 지난해 7월 차강판 냉연 라인을 갖춘 현대하이스코와 합병을 완료하고 통합 시너지를 더해 본격적인 외형성장도 기대됐다. 아울러 자동차강재 등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 확장되는 당진제철소 내 현대제철연구소 제2통합개발센터도 오는 10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또한 모기업 현대자동차와의 동조화가 한층 강화될 것이란 전망도 현대제철의 앞날을 밝혔다.

신년사에서 우유철 부회장이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공유가치 창출’을 경영방침으로 정하고 내실 경영에 몰두하겠다는 뜻을 밝힐 때만 해도  기업성장의 청사진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이 모든 분석들이 밝지만은 못하다. 모 기업과 현대제철 간 시너지 측면에선 효과적이지만 업황에 따라 동반 부진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1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대·기아차의 자동차강판 톤당 8만 원 인하에 따른 현대제철의 연간 매출손실이 2조7000억~2조80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차강판 가격인하는 지난해 11월부터 소급적용돼 4분기 현대제철의 실적은 당초 예상보다 부진할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전문가는 “영업이익률 10% 이상의 고부가가치 차강판이 철강업계 실적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차 업계 역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고 향후 전망도 불투명한 상태라 차강판 가격인하 압박 요인이 많을 것이다”라고 했다.
현대하이스코와의 합병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적한 순환출자 고리 해소도 결국 모 기업에 부담을 안기는 꼴이 되고 말았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24일 현대차에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합병으로 생긴 881만주(6일 종가 4만9400원 기준 4352억 원어치)의 추가 출자분을 2016년 1월1일까지 처분하라”고 통보했다.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으로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고리 4개 중 2개가 강화된 데 따른 조치였다.

그러나 현대차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며 유예 기간 연장을 요청했지만 공정위는 이와 관련한 조항이 법에 명시돼 있지 않아 연장해 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모 기업인 현대차가 과징금을 부과받게 될 처지에 놓였다.
신규순환출자 금지 위반의 경우 주식 처분 명령 등 시정 조치와 함께 법 위반과 관련한 주식 취득액의 1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다만 공정위는 현대차에 유예 불가를 통보한 뒤부터 본격적으로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소환조사, 현장조사는 가급적 지양하고 시장 혼란 최소화를 위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조사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공정위는 전했다.
주주들의 따가운 눈총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 성장동력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계열사 합병에 찬성한 주주들이 주가 약세로 손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주가는 지난해 합병에 반대한 주주들에게 제시한 주식매수청구가격보다 35.6% 낮은 4만64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 등 회사에 중대사안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보유 지분을 회사가 매수해 줄 것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에 응하지 않은 주주는 기업의 경영방침을 지지하는 우호적인 주주로 분류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까지 이어진 주가 하락으로 이들 주주의 손실이 커지고 있어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4월 현대하이스코와의 합병을 밝힌 현대제철은 그해 7월1일 합병법인 출범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의결권 있는 보통주를 주당 7만2100원에 매수하기로 하고, 주식매수청구대금은 총 118만여 주(지분율 1.01%)에 대해 849억여 원을 사용했다. 현대하이스코도 주당 6만3552원에 산다고 밝혔는데, 실제 청구된 주식은 77만 주(약 492억 원, 지분율 3.39%)로 집계됐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자동차산업의 경기가 침체되면 현대기아차뿐 아니라 모든 글로벌 자동차업체도 영향을 받게 된다”며 “이는 당사뿐만 아니라 자동차 소재를 생산하는 다른 철강업체도 동일한 상황에 놓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이어 “현대기아차는 올해 판매목표를 전년대비 7만대 감소한 813대로 발표했다. 이는 자동차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양적인 성장 대신 ‘800만대’ 체제를 공고히 하면서 질적인 측면을 강화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며 “최근 출시된 ‘제네시스 EQ900’에 고부가가치제품인 초고장력강판이 51.7% 적용됐으며, 자동차 트렌드가 경량화 및 안전도 향상을 중시하고 있어 앞으로도 초고장력강판의 적용비율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모 기업 의존도가 심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현대제철은 전기로와 고로를 같이 가동함으로써 세계 최고 수준의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으며, 당사 전체 매출에서 자동차 부문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